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 사진=연합뉴스
2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사회 분야 TV 토론회에서는 '1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서로 "우리 후보"라고 칭하면서 이재명 때리기에 있어서는 '전략적 원팀'이 된 모습이 연출됐다.

◇ "형수 욕설" "사기꾼"…이재명 '난타전'

이날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사회 분야 TV 토론에서 보수 후보로 분류되는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김 후보는 시작 발언에서부터 "가짜 총각인가. 진짜 검사인가"라고 여배우 스캔들 의혹과 검사 사칭 사건을 겨냥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준석 후보는 "사이비 호텔경제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을 바보라 조롱하는 후보가 감히 노무현을 입에 올린다"고 공격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토론회 중 여러 차례에서 김 후보,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집중 타격했다. '사회 통합 방안' 차례에서는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관련 사건을 거론하면서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 있고, 의문사했다"고 했고,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논란을 겨냥해 " AI 연산용 GPU 한 장 가격이 5000만원 정도 하는데, 반도체가 모레 성분에서 나오니까 원가만 따지면 120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주도권 토론에서도 난타전이 이어졌다. 이준석 후보는 1차 토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후보가 "대책 하나도 없이 이런 것들을(공약들을) 열거한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주로 강성 보수층의 호응이 많았던 이재명 후보의 '친형 강제 입원 논란', '형수 욕설 논란', '헬기 이송 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국민통합을 하려면 가정에서부터 통합해야 한다", "지역을 무시한 것"이라고 맹공을 폈다.

◇ "정치, 비판·비난으로만 하는 것 아냐"…이재명 '역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1강'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 이준석 후보의 십자포화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 언급에는 "저희 집안 내밀한 문제로 우리 어머니에게 우리 형님이 폭언해서 그런 말 할 수 있느냐 따진 게 문제가 됐는데, 그 점은 제 수양 부족으로 사과 말씀을 다시 드린다"면서도 "김 후보는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 본인은 '갑질'하지 않았나. 소방관에게 전화해서 뭐 어쩌라는 거냐. 권력 남용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김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119 갑질 논란을 소환했다.

'음모론자들과 궤를 같이한다'고 지적하는 이준석 후보에게는 그가 비상계엄 당일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을 꺼내 들면서 "(경찰과) 싸우는 척하면서 결국 실제로는 계엄 해제에 반대한 거 아니냐"고 역공을 폈다. 또 "지금 단일화 논란이 많은데, 이 내란 세력에 대한 입장이 어떤지, 또 극우 세력에 대한 입장은 또 어떤지, 결국 저는 이준석 후보께서 내란 세력인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이준석 후보와 국민의힘을 엮기도 했다.

특히 이준석 후보가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취지로 집요하게 파고들자,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특성이 그런 것 같다", "상대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걸거로 전제한다", "왜곡하거나 특정 부분을 빼서 짜깁기한다"고 이준석 후보의 화법을 지적하는 식으로 여러 차례 반격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정치는 비난이나 비판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1강 후보로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 "우리 후보님"…김문수-이준석 전략적 원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단일화 화두에 둘러싸인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이날 주도권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다 "우리 이준석 후보는 어떤가", "우리 김문수 후보 잘 아시겠지만" 등 주거니 받거니 화답하면서 이재명 후보 비판하는 데만큼은 일부 '원팀'의 모습을 연출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을 강조하자, "우리 이준석 후보는 어떤가. 원자력 위험성에 대해서 과장된 이런 미신 같은 게 많이 있다고 보는데, 이걸 카이스트 같은 데서 연구도 좀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원전을 가보지도 않았다'라고 말한 것에서 얼마나 이념에 경도돼 원전에 대한 오해를 하고 계시는지, 국민께서 아실 것 같다"고 거들었다.

또 이준석 후보는 이어 "우리 김문수 후보 잘 아시겠지만"이라고 운을 떼면서 "유럽의 북해나 이런 데 가면 양질의 풍력 자원이 있고, 그를 통해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나갈 나라도 있지만, 대한민국 같은 경우 태양광 발전 조건이 다른 나라보다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이념에 경도돼 탈원전, 감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이런 얘기는 작은 사업하시는 분들이 전기요금 200~300원 오르는 얘기로 받아들이실 것"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다.

한편, 이날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한 주 만에 6%포인트 빠진 45%, 김 후보가 7%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이준석 후보는 2%포인트 올라 두 자릿수인 10%에 진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제를 주제로 진행된 1차 TV 토론이 지지율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더러 나왔다.

2차 토론 후 실시되는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김 후보의 추격을 떨치고 1강 구도를 공고히 할지, 아니면 김 후보의 맹추격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조사원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7.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슬기/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