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후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뉴스1
지난 3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후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뉴스1
최근 들어 꼬마빌딩이나 아파트 경매, 보류지(정비사업 조합이 소송, 조합원 누락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물량)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 3월 하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이후 아파트 투자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조정하기 전까지는 경매 등 틈새시장에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강변 꼬마빌딩 눈길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거래는 5189건(계약일 기준) 이뤄졌다. 아직 거래 신고기한(계약 후 한 달 이내)이 1주일가량 남았지만 전체 거래량은 6000건을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1만 건을 웃돈 지난 3월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약 반 토막 난 셈이다. 3월 24일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영향이다. 해당 기간 강남 3구와 용산구 입주·분양권이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강남권 아파트 묶이자…꼬마빌딩·경매·보류지로 눈 돌린다
강남 3구에서 주거시설인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지자 업무시설인 꼬마빌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1월 91건이 손바뀜한 서울 꼬마빌딩은 지난달 170건으로 증가했다.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달 성동구 성수동2가 대로변에 있는 2층짜리 꼬마빌딩(대지면적 165㎡)이 50억원에 매매됐다. 3월에는 마포구 상수동 3층 건물(대지면적 165㎡)이 71억6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강남 고급 주거와 입주권 투자를 하려던 수요자가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후 한강변 꼬마빌딩을 사들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잠실 아파트를 사려던 한 투자자는 성수동1가 성수전략정비지구 내 단독주택을 3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기대와 맞물리며 꼬마빌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꼬마빌딩은 대출에 의존해 매입할 때가 많아 아파트보다 금리 영향이 더 크다”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꼬마빌딩 투자는 가격보다 입지를 더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전반적인 상권 침체 속에 좀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매입하기보다 임차인 유무와 공실 때 수익 리스크를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3구 경매·보류지 인기

토지거래허가제 영향을 받지 않는 경매도 응찰에 수십 명이 몰리는 등 열기가 뜨겁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월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각각 3.1명, 6.4명이었다. 지난달 두 지역의 응찰자는 각각 7.0명, 11.4명으로 올 1월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도 9.2명에서 9.7명으로 소폭 늘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올 1월 90.3%이던 송파구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지난달 108.89%로 뛰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으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됐다는 의미다. 이달 15일 강남구 자곡동 ‘래미안포레’(전용면적 101㎡) 응찰에 20명이 몰리며 18억2150만원에 매각됐다. 같은 면적의 최근 시세는 17억원대다. 12일에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가 24억5888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20억7000만원)보다 4억원가량 높은 금액이다. 3월 25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단지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 개시부터 매각 기일까지 길게는 1년이 걸리다 보니 지금 나오는 강남권 물건의 감정가와 시세에 차이가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강남권 아파트값이 오른 데다 토지거래허가제 영향이 있다 보니 강남 3구 경매에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남겨두는 보류지도 토지거래허가제 규제에서 비켜나 있다. 최근 신반포4지구 재건축조합은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29가구에 대해 경쟁입찰과 자율 매각을 진행한 뒤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 전용 59㎡는 35억~37억원대에 매각됐다. 해당 면적의 최저 입찰가는 35억원이었다. 지난해 2월 청약받은 이 아파트의 전용 59㎡ 분양가가 17억원대였다. 분양가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팔린 셈이다.

한명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