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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프리즘] 전 부처에 CAIO를 임명하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진표 윤곽이 드러났다. 정치적 혼란 속에 치러지는 선거지만 이제부터는 추상적 이념보다 구체적 정책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누가 어려운 민생을 살리고, 무너져 가는 경제 기반을 다져 미래를 성장 가도 위에 올려놓을지가 관건이다. 대권 후보들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 비전을 정책 화두로 내세우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AI 기본사회’라는 청사진을 내놓고 100조원 투자 등 5대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AI 유니콘 기업 지원을 위해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AI 청년 인재 20만 명을 양성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국무총리 시절 “AI산업 주도를 위한 강력한 추진 기반 마련”을 주창했다.AI가 미래 경쟁력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확전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정책 경쟁은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선거용 급조 공약’이라는 인상이 역력하다. 화려한 구호와 천문학적 투자 계획 외에 구체적 실행이나 제도적 지원 방안은 실종됐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외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이나 탄소중립과의 조화 방안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안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군의 AI 대전환을 위한 실행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보건 분야에선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방대한 건강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신약 개발 전략이 부재하다.단순히 투자 규모를 키운다고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 개혁을 비롯해 인재 양성, 민관 협력 등 다층적

    2025.05.06 17:22
  • 국회 본원과 대통령실의 세종 완전 이전 논의가 또다시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세종 완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금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논의는 2000년대 초반 행정수도 이전 논쟁에서 시작돼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과 함께 꾸준히 제기되어온 것이다. 하지만 국회와 대통령실의 단순히 물리적 공간 이동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미래 발전 방향과 수도의 정체성, 헌법적 가치라는 복합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기되며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단순한 정치적 공약이나 정책적 선택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국가적 과제인 만큼 실질적 효과와 헌법적·정치적 한계, 막대한 이전 비용 등 현실적 문제를 냉정하고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찬성] 국가 균형 발전의 계기 될 것…행정 효율성 높이는 데 필수세종 완전 이전의 가장 큰 명분은 국가 균형발전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의 고질적 문제다. 인구, 산업, 자본,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자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지방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청년 유출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국회와 대통령실의 세종 완전 이전은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세종시만의 발전이 아니라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행정 효율을 위해서도 필수 과제다. 현재 대부분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에 위치하

    2025.04.28 10:00
  • 챗GPT가 이미지 생성 기능을 탑재한 최신 모델을 출시한 뒤 ‘지브리 스타일’로 사진을 변환한 이미지가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 기능을 이용해 지브리나 디즈니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손쉽게 프로필 사진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는 신규 유료 가입자 유치 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해당 서비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저작권을 무단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AI 학습 과정에 원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활용하고, 초상권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중이다. 이런 논란은 기술의 혜택과 위험 사이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찬성] "화풍도 개성"…저작권 인정해야 보상 있어야 AI 발전과 '윈윈'화풍은 창작자의 독창성과 개성을 반영하는 예술의 중요한 요소다.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창작자의 지적 활동에 따른 결과물인 것이다. 그런데도 화풍이나 스타일은 아이디어에 가깝다는 이유로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 현실이다. 생성형 AI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한 창작물이 범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풍을 보호하지 않으면 개발사나 이용자는 AI 기술로 특정 스타일을 무단으로 모방해 손쉽게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반면 창작자는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이는 불가피하게 창작 활동에 대한 의지 자체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 AI가 생성한 작품이 원작자 화풍과 유사하다면 이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2025.04.14 10:00
  • 개그우먼 이수지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린 대치맘 패러디 영상이 논란을 불러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교육열 높은 학부모를 패러디한 이 영상은 단시간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차 안에서 식사를 때울 정도로 바쁘게 자녀의 학업 스케줄을 챙기고, 스펙을 관리하는 강남 지역의 교육열 높은 어머니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 웃음과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열심히 자기 삶을 사는 엄마들을 희화화했다” “강남의 학부모라는 특정 집단을 향한 부당한 조롱”이라는 비난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웃음을 담은 콘텐츠의 의미를 넘어 코미디와 풍자의 경계,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찬성] 건강한 풍자의 가치 보여줬다, 문제 공론화…사회적 담론 풍부해져이 패러디 영상은 우리 사회의 큰 논란거리 중 하나인 사교육 열풍의 단면을 묘사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학부모, 치열한 입시 경쟁, 이로 인한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는 한국 사회의 특이한 문화·사회적 현상이다.이번 영상이 큰 호응을 얻은 표면적 이유는 현실을 매우 정확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수백만 원대 패딩을 입은 채 포르쉐 차량으로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준 뒤, 차 안에서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고, 자기 아이를 “그 친구”, “이 친구” 이런 식으로 지칭하는 등 강남 지역의 교육열 높은 어머니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해 감탄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냈다.하지만 진짜 인기 비결은 이런 현실적 묘사와 재치 있

    2025.03.24 10:00
  • [유병연 칼럼] '펀드매니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내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50조원 규모의 ‘국민펀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일반 국민을 비롯해 기업, 정부, 연기금 등 모든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국민참여형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 및 채권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시중 여유자금의 물꼬를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으로 돌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야심 찬 비전이다. 향후 수백조원 규모로 국민펀드 구상을 발전시켜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공공투자의 효과는 민간투자에 대한 구인(crowding-in)효과와 구축(crowding-out)효과로 나눠볼 수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국민펀드를 통해 미래 국가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대표적인 구인효과다. 혁신은 어렵고 불확실성이 크다. 공공투자는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줄여 과소 투자에 따른 시장 실패를 방지한다. 하지만 구축효과도 필연적이다.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 민간 부문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감소한다. 정부 규제와 관료주의가 개입해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시장 유연성을 저해하는 것도 문제다. 공공투자는 구인효과가 구축효과보다 클 때 정당화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부의 기업 지원이 세액 우대나 보조금 정책에 머무는 것도 구축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과거 관제 펀드가 흑역사를 쓴 이유는 구축효과가 구인효과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규제자인 정부가 투자자로 나서 이중 역할을 수행하는 것부터 시장경제의 ‘금기’를 깨는 이해상충이다. 아무리 ‘자발적 참여’라고 포장해도 기업에는 ‘실질적 압박&

    2025.03.23 17:29
  • 최근 광주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인명 수색을 위해 출입문을 강제 개방했다가 개인적인 피해 배상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과 갈등이 발생했고, 이후 파손된 현관문 및 잠금장치(도어 록)에 대한 배상 요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공익적 목적의 긴급 구조 활동과 개인의 재산권 보호 사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다.긴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소방관의 공무 수행은 지지받아 마땅하지만, 이에 따른 개인 재산의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나 보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찬성] 사유재산 보호는 헌법 가치…긴박한 공무 중에도 보호돼야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개인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소방관의 긴급 구조 행위로 인한 재산 피해에도 분명하고 합리적인 보상 절차가 필요하다.이번 화재 현상에서 소방관들은 문이 닫힌 채 응답이 없는 6세대의 현관문을 강제 개방했다. 이 과정에서 빌라 내 6세대 현관문과 잠금장치가 파손됐고 총 508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한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 활동 도중 발생한 물질적 피해는 일차적으로 불이 난 세대주가 가입한 민간 화재보험을 통해 보상한다. 그러나 이번 화재 현장에서 불이 처음 난 집 세대주는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뿐더러 숨지면서 구상권 청구조차 어려워졌다. 현관문이 파손된 6세대 역시 화재보험에 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배상 책임보험을 통한 배상 역시 “

    2025.03.03 10:00
  • [이슈프리즘] '현대판 고려장' 재앙이 온다

    혼란스러운 정국에 묻혀 있지만 올해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이정표적인 해다.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지 24년, 고령사회로 전환한 지 불과 7년 만에 세계 유례없는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초고령 시대가 몰고 올 그림자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보다 20년 먼저 진입한 일본을 통해 일단을 엿볼 수 있다.“일본의 급속한 고령화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노인들의 집단 자살과 집단 할복 아닌가.” 일본 사회는 2023년 당시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소속 나리타 유스케 교수가 던진 이 말이 외신을 통해 뒤늦게 알려져 들끓었다. 패륜적 발언처럼 들리지만 일본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일본 경제의 침체가 고령화사회 탓이라고 믿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전언이다. 일본에는 50, 60대 아들이 80, 90대 부모를 버려 숨지게 하는 사건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간병 피로에 지쳐 부모를 내다 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이다. 일부러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자원 입소’하는 노인도 늘고 있다. 교도소 안에서 규칙적인 공짜 식사와 함께 무료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이런 일본의 현실은 우리의 내일이다. 그나마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인구 중 현금이 가장 많은 계층이다. 반면 한국의 노인들은 가난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다. 65세 이상 임금근로자가 가구주인 가정 가운데 절반 가까운 46.7%가 월평균 근로소득 100만원 미만인 게 현실이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일명 ‘노노(老老) 부양’이 급

    2025.02.03 17:37
  • 최근 창원 지역 동물보호센터에서 약 90마리의 유기견이 안락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보호소 세 곳을 통합하면서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인도적 행태이자 생명을 경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폭발했다. 이 사건은 동물 보호의 현실적 한계와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개별 동물보호센터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동물 생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을 제기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찬성] 年10만마리 넘게 유기동물 발생, 수용 능력 한계 … 방치땐 더 큰 문제우리나라는 반려견 유실 및 유기 방지를 위해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마다 수많은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현실이다. 유기동물 수는 2019년 13만5791마리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유기동물 중 개가 70.9%를 차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2022년 반려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인도적 처리, 즉 안락사된 유기견 비율은 37.5%다.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동물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밀려드는 유기견으로 인해 대부분 보호 시설은 이미 포화상태다. 동물보호센터의 공간적 수용 한계 등을 고려하면 모든 유기견을 무기한 보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과밀 상태에서 동물 간 전염병 위험이 커지면 개별 동물의 복지가 저해될 수 있다.유기견을 방치하면 문제

    2025.02.03 10:00
  • 유명 가수 임영웅이 자신의 SNS에 반려견의 생일을 축하하며 올린 사진과 글이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같은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국회에서는 첫 탄핵 표결이 진행되는 등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이를 본 한 누리꾼은 그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이 시국에 뭐 하냐”고 비판하자, 임영웅은 “뭐요”라고 답했다. 누리꾼은 다시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 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네요”라고 쏘아붙였고,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해 논란으로 번졌다.[찬성] 연예인도 '표현 안 할 자유' 있어…정치적 역할 강요는 폭력연예인은 단순히 대중을 즐겁게 하고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영향력 있는 공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연예인의 정치적·사회적 메시지 발신이 종종 논란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이번 논란은 정치적 무관심을 질타하는 상황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연예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삶과 가치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개인이다. 정치·사회적 의견 표명은 그들의 본업이나 주된 역할이 아니며, 이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따라야 한다. 이번 논란은 임영웅이 SNS 게시물에 올린 단순한 축하 메시지에서 비롯했다. 설사 그들이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피한다고 해도, 그런 행태를 비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

    2025.01.13 10:00
  • 배달앱 업계에 공짜 배달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배달 시장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가 지난 3월 말부터 쿠팡 와우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자, 위기감을 느낀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3위 요기요도 경쟁에 가세했다.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혜택처럼 인식되지만, 그 부담 중 대부분이 음식을 파는 점주들에게 부과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간 출혈경쟁이 시장을 왜곡하고,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누른다는 비난도 있다. 이런 무료 마케팅은 과연 소비자에게 득일까. [찬성] 소비자 유인 효과 많아…경쟁 통해 전체 후생 커져배달비나 배송비는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쇼핑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이런 상황에 공짜 배달은 많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부담을 줄여주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무료 배달 정책은 구매 중단 요인을 제거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기업들의 통상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연구에 따르면, 무료 배송 옵션을 제공할 때 소비자가 더 쉽게 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전체 구매 금액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최근 나온 한 설문조사에서 음식 배달 이용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무료 배달 여부 등 적정 수준의 배달비를 꼽은 소비자가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소비자의 64%는 ‘무료 배달 혜택이 중단되면 음식 배달 이용 빈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은 배달비 외에는 음식 품질(33%)이나 배달 시간(30%)보다 음식 가격(49%)과 할인 쿠폰 등 부가 혜택(34%)이 배달 앱 이용 시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가성비를 중

    2024.12.16 10:00
  • 공휴일 확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번 제22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공휴일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국민의힘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임오경 의원은 제헌절(7월 17일)을 다시 공휴일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노동절(5월 1일)과 어버이날(5월 8일)을 공휴일로,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을 국경일과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냈다. 공휴일 확대는 근로자의 휴식과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많다는 주장과 생산성 저하와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맞선다. 이는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공휴일 확대를 둘러싼 논의는 단순히 찬반을 넘어 사회적 합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찬성] 휴식권 보장해 삶의 균형 높여…경기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우리나라는 ‘장시간 근로국’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56.2시간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전인 2016년(월 172.4시간)과 비교하면 16.2시간(9.3%) 감소했다. 감소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많이 일하는 나라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등 중남미 4개국과 이스라엘 등 5개국뿐이다. 여전히 국민 휴식권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공휴일 확대는 근로자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정기적인 휴식을 제공해 직무 만족도와 삶의 균형을 높일 수 있다. 근로시간과 우울 증상 간 관련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주 60시간 이상 근로자는 주 52시간 미만 근로자보다 우울증 발생률이 1.62배 높다고 한다. 충분

    2024.11.25 10:00
  • [유병연 칼럼] 증권거래세에 숨은 불편한 현실

    여야가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당초 과세를 전제로 내려온 증권거래세율을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에 대비해 2021년부터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왔다. 지난해 0.23%에서 0.20%로, 올해는 0.18%로 내렸다. 내년에는 0.15%로 한 차례 더 내려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거래세율 인하가 시작된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연간 약 7000억~2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었다.금투세 도입을 포기하기로 한 만큼 거래세를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인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예정대로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거래세를 기존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하지만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주식거래세에 숨어 있는 농어촌특별세(농특세)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마다 자동으로 부과되는 일종의 유통세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는 매도액의 0.18%를 세금으로 낸다. 이 가운데 거래세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0.15%포인트가 농특세다. 투자자들이 주식 관련 거래세로 알고 내는 세금의 대부분이 실상 농특세인 것이다. 100만원어치 주식을 매도할 때 내는 1800원의 세금 중 1500원은 자본시장과 전혀 무관한 농어촌 살리기에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스닥시장도 증권거래세는 0.18%로 같지만, 농특세는 없다.이런 배경에는 시대착오적 과세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농특세는 농어촌 개발과 농·어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목적세로 우루과이라운드 가입의 후속 조치로 1994년 도입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농·어업 피해 우려가 커지고 반

    2024.11.14 17:28
  • 인기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본명 하니팜)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일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하니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대기 중 지나가는 다른 연예인과 매니저에게 인사했는데 해당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을 본 뉴진스 팬들이 “하이브 내 뉴진스 따돌림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그를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하면서 ‘아이돌 국감 출석’이라는 초유의 일이 현실화됐다.[찬성] 사회적 관심 기폭제 역할…연예인의 선한 영향력 긍정적하니는 최근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모회사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가 “못 본 척 무시해”라고 말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증언했다. 현직 아이돌 그룹 멤버가 국감장에 나온 건 처음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직장 내 무언의 사회적 폭력이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 중 하나다.하니가 국감에 출석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문제를 더욱 폭넓게 알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사건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연예인도 근로자로서 보호받아야 마땅하며, 이들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공론화함으로써 관련 법 개정이나 사회적 보호조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2024.11.04 10:00
  • [유병연 칼럼] 중도상환 수수료 폐지가 마땅하다

    가계 부채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최대 리스크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0.1%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유일하게 GDP를 웃돌았다. 이대로 방치하면 서민 파탄은 물론 금융 부실, 경제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적 위협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총량 규제’라는 극약 처방까지 들고나온 배경이다.지난달 말 기준 예금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7000억원 증가했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증가폭은 전달보다 줄었지만,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하루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이런 상황에 대출을 갚고 싶어도 제동을 거는 걸림돌이 있다. 바로 중도상환 수수료다. 현재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2~1.4%, 신용대출은 0.6∼0.8%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주담대는 3년 내, 1년짜리 신용대출은 9개월 내 상환 시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을 3억원 받아 1년 만에 상환하면 중도상환 수수료는 280만원 정도다. 이런 제재 탓에 여윳돈이 생겨도 상환을 주저할 뿐 아니라 금리 인하 시기에 이자가 낮은 대출로 갈아타기조차 어렵다.이 수수료는 고객이 대출을 중간에 상환하면서 발생하는 은행의 경제적 기회손실에 대한 계약 위반 보상금이다. 감정평가 수수료, 인지세 등 대출 실행 시 은행이 부담하는 비용과 자금 운용 기회손실 등을 포함한다. 은행은 이 수수료로만 한 해 평균 3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다. 올해 들어 6월까지

    2024.10.17 17:48
  • [천자칼럼] 공직 진출 막는 '기형적 백지신탁'

    우리나라에는 유독 기업인 출신 장관이 드물다. 노무현 정부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박근혜 정부의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문재인 정부의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윤석열 정부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한손에 꼽을 정도다. 재무·상무장관은 물론 노동·국무·국방장관까지 기업인 출신이 수두룩한 미국 행정부와 대조적이다.이런 배경에 2005년 도입된 주식 백지신탁이 있다. 고위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3000만원 초과)을 보유한 경우 매각하거나 수탁기관(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 사장 등으로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주식도 해당한다. 수탁기관은 60일 이내에 해당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말이 신탁이지 실제로는 ‘강제 처분’을 의무화한 것이다.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중소기업청장에 지명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내정 3일 만에 사퇴하면서 “주식과 경영권을 한두 달 안에 처분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징벌적 제도 탓에 기업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는 대주주는 공직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됐다. 미국의 백지신탁(블라인드 트러스트) 역시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지만 여러 선택지 중 하나다. 직무 회피 등 다른 수단을 충실히 이행하면 면제되고, 백지신탁을 하더라도 처분을 강제하지 않는다.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취임 2년여 만에 물러나면서 백지신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본인이 창업해 오랫동안 운영해온 회사 주식 4만8000주(평가액 170억원대)에 대한 주식백지신

    2024.10.16 17:45
  • 최근 교육계에서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는 학기제 개편이다. 3월에 신학기가 시작되고, 2월에 학년이 종료되는 이른바 ‘3월 신학기제’는 1961년 이후 6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다.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되고, 8월에 학년이 종료돼 짧은 겨울방학과 긴 여름방학을 특징으로 하는 ‘9월 신학기제’를 선택하지 않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우리나라와 일본(4월), 남반구인 호주(2월) 정도뿐이다.현행 학기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개편된 형태로 학기제를 바꿀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는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기제 개편이 교육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길인지, 예고된 혼란으로 긁어 부스럼만 만들지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찬성] 저출산 등 사회 변화·국제 표준 맞춰, 학기제 개편은 선택 아닌 필수9월 신학기제는 입학 연령을 낮추고, 교육적으로도 여름방학 기간을 길게 가져가 학생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다양한 경험의 장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기 제도와도 부합한다. 우선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6개월 앞당겨 육아 부담 기간을 그만큼 줄이는 동시에 사회에 진출하는 연령도 6개월 단축해 국민의 생애근로기간을 늘릴 수 있다. 늘어난 여름방학 기간을 통해 학생들에게는 더욱 다양한 경험을 쌓고,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교사들에게는 다음 학년을 준비하는 충분한 기간 제공이 가능하다. OECD 국가 중 9월 신학기제를 택한 국가는 대부분 방학 기간이 한국보다 길다. 한국의 총 방학 일수가 약 78일인 것에 비해 핀

    2024.10.14 10:00
  • [천자칼럼] 책 안 읽는 나라에서 나온 노벨문학상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가슴 뛰는 쾌거다. 그의 예술성과 사회성을 아우르는 작품 세계에 대한 지구촌의 찬사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다. 한국어의 지역적 한계를 탈피해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되는 이정표적 사건이라는 평가다.우리의 척박한 문학 토양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한강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문학평론가인 마이틸리 라오는 2016년 뉴요커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인들은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타기만을 바란다”며 “상에 관심을 두기 전에 한국 문학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그의 말대로 한국 사람은 책을 안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7년 발표한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이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이다. 통계마다 편차가 있지만 한국 국민 독서량이 세계 중하위권이라는 사실은 불변이다.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 내놓은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가량은 수험서 잡지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연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마저도 독서 인구는 해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러니 한국의 문맹률은 1% 안팎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문해력은 위기 상황이다. 영상과 인터넷에 밀려 ‘읽는 사회’에서 ‘보는 사회’로 바뀐 이유도 있지만, 독서를 시험용으로 바꿔버린 우리의 입시 교육 탓도 크다.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그의 대표작이 모두 동나고, SNS

    2024.10.11 17:51
  • [천자칼럼] 노벨과 힌턴의 후회

    스웨덴 스톡홀름에 살던 알프레드 노벨은 폭약 제조업을 하던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다이너마이트로 백만장자가 됐지만, 그의 발명품이 의도와 달리 전쟁에서 인류를 살상하는 데 사용되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는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생애 355개의 특허를 따낸 그였지만 다이너마이트를 ‘가장 후회하는 발명품’이라고 했다. 이는 노벨이 사망한 뒤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노벨상을 제정한 계기가 됐다.원자폭탄 개발의 주역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도 자신의 성과를 자책한 과학자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며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원폭 투하로 숱한 생명이 희생된 것을 본 뒤 참회했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오펜하이머는 “나는 이제 죽음이자, 세계를 파괴하는 자가 되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채 이후 수소폭탄 개발에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인공 신경망으로 머신러닝의 기초를 세운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 중 ‘인공지능(AI)의 대부’로 불리는 힌턴 교수는 지난해 돌연 구글을 떠나면서 “그동안 내가 한 AI 연구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혀 충격파를 안겼다. 구글과 결별한 이유도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AI가 킬러 로봇으로 변할 날이 두렵다”는 그 역시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이 연구는 했을 것이라는 데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고 있다”고 했

    2024.10.09 17:42
  • [천자칼럼] '반쪽짜리' 미술품 물납제

    프랑스 파리 예술의 중심지 마레 지구에 있는 피카소미술관. 20세기 위대한 예술가의 회화, 조각, 크로키 등 4만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을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피카소 사후 유족이 상속세 대신 기증한 200여 점의 작품을 기반으로 개관했다. 프랑스가 1968년 상속세, 증여세, 재산세 등을 미술품으로 낼 수 있도록 ‘물납 제도’를 도입한 결과다.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한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같은 인상파 화가 작품 상당수도 세금 대신 납부한 것이다. 이 덕택에 프랑스 국민과 관광객은 거부의 저택에 걸려 있던 걸작들을 맘껏 향유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의 별세로 유가족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 ‘금동 삼존불 입상’ 등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은 것을 계기로 물납제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 이어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세기의 기증’이라고 불리는 유족의 통 큰 기증으로 급물살을 탔다. 2021년 말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부터 시행되자 문화계는 환호했다.그로부터 1호 사례가 나오는 데 20개월 이상이 걸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인 중국 쩡판즈가 그린 ‘초상’ 등 4점이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에 반입된다. 한 상속인이 10점의 미술 작품을 물납 신청한 뒤 민간 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물납심의위원회가 네 차례 회의를 통해 적정 판정을 내렸다.이 제도 이용이 지지부진한 건 규제가 짓누르고 있어서다. 상속세, 그것도 미술품 상속에 따라 발생한 세금으로만 미술품 물납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마저도 현금이나 주식 등으로 상속세가 충당되면 물납이 금지된다. 작품의 감정 평가와 진위 판별

    2024.10.07 17:41
  • [천자칼럼] 한국에도 초파리는 넘쳐나는데

    음식이 상해갈 때면 어딘가에서 나타나 ‘윙윙~’ 소리를 내며 신경을 건드리는 초파리.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 곤충이 인류 유전학의 거대한 발전을 이끌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초파리는 1만3000개 정도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인간과 60% 일치한다. 다운증후군, 알츠하이머, 자폐증, 당뇨병, 각종 암 유발 유전자 등 인간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중 75%가 발견됐다. 열흘에 500개가량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도 뛰어나 유전학 실험에 안성맞춤 모델이다.초파리로 연구한 논문만 10만 건이 넘고, 6명의 과학자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노벨상 최다 수상 주인공은 ‘초파리’라는 우스개 얘기도 있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의 마이클 모리스 로스배시 박사는 “초파리에게 감사한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초파리가 다시 한번 일을 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초파리 성체의 뇌 지도를 완성한 것. 1982년 제작된 꼬마선충 이후 32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생물 성체 뇌 지도다. 여기엔 이기석 제타AI 박사, 배준환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 박사, 김진섭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 등 한국인 연구자도 참여했다. 뇌 질환 정복의 초석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세계 각국이 벌이는 뇌 지도 경쟁은 20세기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을 방불케 한다. 생물학과 의학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정보통신, 나노기술 등에도 일대 혁신을 몰고 올 것이란 판단에서다.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0년간 30억달러(약 4조원)의 연구비를 뇌 지도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듬해 유럽연합(EU)도 10년간 12억유로(약 1조8000억원)를 투입해 인공 뇌 제작에 착수했다. 일본도 유전

    2024.10.03 17:50
  • 한국이 농산물 수입에 대한 검역을 강화해야 하느냐를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수입 농산물 검역을 통해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병해충이나 질병들이 국내 농업과 생태계에 미칠 잠재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검역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반면 과도한 검역 강화가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국제적인 무역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입 농산물의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해야 하고, 이는 가계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주요 수입국과의 무역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수출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찬성]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기본 책무…농가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검역 강화는 수입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절차다. 농약 사용, 유전자 변형, 방사능 오염 등의 문제가 있는 국가로부터 수입한 농산물이 충분한 검역 없이 유통될 경우 소비자 건강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더구나 수입 농산물에 포함될 수 있는 외래 해충이나 병원균은 한국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과일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대표적이다. 과수화상병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국내에 반입된 사과 묘목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부터 한국의 사과·배 나무를 말라 죽게 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손실보상금으로 연평균 247억원, 방제 작업에 연평균 365억원을 투입했지만, 병해충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빈발하는 상황이다.

    2024.09.23 10:00
  • [천자칼럼] 美中 '바이오 안보' 전쟁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인간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에선 태아 단계부터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신체적·지능적으로 우월한 인간이 생산되고, 자연적 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열성’으로 차별받는다. 청소부 빈센트는 자연적으로 태어났지만,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체 정보를 위조한다.미국 국가정보보안센터(NCSC)는 이처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생체 정보의 광범위한 수집과 활용이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2021년 폭로했다. 중국 유전자 분석 업체 BGI(베이징 게놈 연구소)가 각국 800만 산모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해 인민해방군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니프티(NIFTY)’라는 브랜드로 유전질환 유무를 포함해 산모와 태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2013년 출시해 세계 52개국에 제공하고 있다. 니프티 검사를 하면서 취득한 산모와 태아의 DNA 정보가 중국 본토에 있는 서버에 저장되고, 중국 정부가 여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 상원은 백서를 통해 “바이오 데이터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면 자연 발생 병원체보다 훨씬 해로운 바이러스를 만들고, 특정 집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초당파적으로 발의한 배경이다.미국 하원이 그제 생물보안법을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통과시켰다. ‘우려 기업’으로 지목한 중국 바이오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BGI,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 중국 5개 업체가 포함됐다. 최종 통과까지 상원

    2024.09.10 17:37
  • [유병연 칼럼] 누구를 위한 중소기업 특공인가

    집값이 고공 행진을 거듭 중이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 청약은 꿈을 앞당길 가장 유리한 방법이다. 2020년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한 이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로또 분양’이 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광풍까지 불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특별공급은 말 그대로 ‘특별한 기회’다. 특별공급이란 일반 공급에 앞서 사회적,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 아파트 중 일정 비율을 공급하는 제도다. 특공 대상은 청년,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장애인, 노부모 부양자 등 다양하다. 중소기업 장기 근속자 특공도 있다. 직원을 뽑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우수 인력 유입을 촉진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국민·민영주택(전용면적 85㎡ 이하) 공급량 중 10% 내에서 장애인, 국가유공자, 장기복무 군인 등과 함께 물량을 배정받는다. 중소기업에 5년 이상 또는 같은 기업에 3년 이상 재직 중인 무주택 가구 구성원이면 신청 대상이다. 특별 혜택인 만큼 좁은 문이다. 통상 전체 공급 물량의 2% 안팎이 배정된다. 최근 서울 방배동에서 청약 일정을 진행한 ‘디에이치 방배’는 전체 3064가구 중 중소기업 근로자 특공 물량은 59㎡형 4가구, 84㎡형 14가구였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분양한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총 1637가구)의 배정 물량도 59㎡형 9가구, 84㎡형 7가구에 그쳤다.신청 자격은 부동산업, 일반유흥주점업, 무도유흥주점업, 갬블링 및 베팅업 등 6개 업종을 제외한 모든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열려있다. 소득과 자산에도 제한이 없다. 이러니 제조 중소기업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2024.09.09 17:56
  • [천자칼럼] 뇌 임플란트와 '휴먼 혁명'

    무게가 1.4㎏에 불과한 인간 두뇌는 대표적인 미개척 영역이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속설이 있지만 낭설이다. 뇌를 100% 사용했을 때 초능력이 생긴다는 영화 ‘루시’의 상상력도 순전한 허구에 불과하다. 그만큼 인간 두뇌는 머나먼 은하계에 있는 행성처럼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이런 뇌에 대한 탐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를 맞고 있다. 뇌 과학이 치매 등 뇌 질환 극복과 차세대 인공지능(AI) 개발 등 산업 전 부문에 영향을 미칠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면서다. 이 중 급물살을 타는 분야가 ‘뇌 임플란트’다.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생각을 읽어내거나 뇌 활동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팀은 2012년 해마 구조를 모방한 반도체 칩을 제작해 손상된 해마의 앞부위와 뒷부위 사이에 끼워 생쥐의 장기기억 능력 일부를 복원해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등 미국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관련 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지난 1월 사지마비 환자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 이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며 온라인 체스를 두는 모습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급기야 미국 UC데이비스 연구진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게재했다. 조만간 각종 불치병과 난치성 질환 극복의 길을 열고, 인류 수명을 획기적

    2024.08.18 17:50
  • [유병연 칼럼] 야만의 국회, '막말 금지법' 절실하다

    개원 두 달을 넘긴 22대 국회는 막말의 전쟁터다. “다양하게 예의 없고 뻔뻔하고” “뇌 구조에 문제 있다” “뜨거운 맛 보여드려?” 등 상대방에 대한 조롱과 모욕은 예사다. “이 새X들”처럼 욕설이 다반사고, “어디다 대고” “뭐, 뭐, 쳐봐” 등 애들 볼까 무서운 장면도 많다. 동료 탈북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해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느냐”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언어폭력이 난무하면서 상대 정당을 겨냥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 건수는 개원 후 6건에 이른다.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은 지난 21대 국회조차 같은 기간 윤리특위 제소는 한 건도 없었다. 22대 국회에선 “윤리특위가 가장 바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16개 상임위원회 중 절반인 8개 상임위가 개원 후 단 한 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빈말이 아니다. 그런 윤리특위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의회를 뜻하는 영어 parliament는 프랑스어 ‘말하다(parler)’에서 유래했다. 의회는 말로 토론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국민이 뽑은 대표가 모여 국정 운영을 논의하는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다. 이런 장소에서 국민의 선량이 혐오와 저주의 단어를 무차별로 쏟아내는 건 정상이 아니다. 오고가는 막말 속에 배려나 협치가 싹틀 리 없다.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60여 일이 지났지만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법안은 ‘0건’이다. 야만의 22대 국회는 이미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언어가 고도의 정치술임을 감안하면 국회의원의 입이 거칠어지는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정치적 이념 대립이 심

    2024.08.08 17:54
  • [천자칼럼] 공습당한 우유 포퓰리즘

    우유는 서양에서 건너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선조들이 우유를 마신 기록은 고대 삼국시대부터 나온다. 9세기에 편찬된 일본 책 ‘신찬성씨록’을 보면 7세기 중엽 백제 사람 복상이 일본에 건너와 왕에게 우유를 짜 올렸다고 기록돼 있다. 고려 우왕 때는 국가기관으로 ‘우유소’라는 목장을 설치했는데, 여기서 나오는 우유는 상류층만 독점하던 귀한 식품이었다. 1902년 대한제국의 농상공부 기사로 일하던 프랑스인 쇼트가 홀스타인 젖소 11마리를 가져와 목장을 열면서 대중화가 시작됐다.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5㎏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해 지난해에는 26년 만에 26㎏ 밑으로 떨어졌다. 원유(原乳) 생산량은 209만t(2020년 기준)으로 이 중 186만t만 소비된 채 23만t이 남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우유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시장 원리와 동떨어진 가격 결정 시스템 탓이다. 정부가 구제역 파동이 일어난 2013년 생산비 연동제를 도입함에 따라 낙농가의 생산비 증감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결정했다. 생산비가 오를수록 원유값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낙농가는 굳이 생산비를 절감하고 혁신할 필요가 없었다. 낙농산업의 경쟁력 추락은 필연적이었다.이런 틈을 외국산 멸균 우유가 파고들었다. 올해 상반기 멸균 우유 수입량(2만6700t)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늘었다. 수입량 1위인 폴란드산 멸균 우유의 L당 평균 수입단가는 0.8달러. 관세(6.7%)를 적용한 국내 도착 가격은 1200원 수준으로 국산 흰 우유의 절반 안팎에 불과하다.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올해 원윳값을 동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우유 소비가 줄고 고물가 상황인 점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2024.07.30 17:36
  • [천자칼럼] '낙태 무법국' 방치하는 국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낙태만큼 뜨거운 논쟁거리는 드물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 <공화국>에서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40세 이후 임신한 여성의 낙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세 들어 기독교가 서구의 지배 이념으로 등장하면서 낙태죄가 법률화됐다. 이후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두 가지 기본권이 충돌하는 첨예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낙태 금지는 가장 뜨거운 선거 쟁점 중 하나다.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낙태가 논란이다. 한 20대 임신부가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임신 36주차에 중절 수술을 받는 과정을 유튜브에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동영상) 형식으로 올리면서다. 누리꾼 사이에 “다 자란 아이를 꺼내 죽인 것” “명백한 낙태죄” 등 비난이 들끓었다. 급기야 보건복지부가 해당 임신부와 수술 의사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건 죄목은 ‘살인죄’. ‘낙태 무법 상태’인 현실을 감안한 궁여지책이다.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66년 동안 ‘낙태죄’라고 불리던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 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의사 낙태죄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 간 조화와 균형을 찾아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국회가 수수방관하면서 낙태가 불법도 합법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 임신

    2024.07.15 17:24
  • [천자칼럼] 천리안, 역사 속으로

    천리안(千里眼)은 천 리 밖을 내다보는 눈이란 뜻으로 중국의 역사서인 <위서> ‘양일전’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위나라의 광주 지사인 양일이 부하를 시켜 끊임없이 정보를 모아온 덕에 먼 곳의 일까지 꿰뚫어 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천리안을 가졌다고 칭송한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불교에서 깨달음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육신통 가운데 무엇이나 꿰뚫어 볼 수 있는 천안통(天眼通)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PC통신의 향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중국 고사보다 온라인 서비스 천리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1985년 한국데이터통신(LG데이콤 전신)의 전자사서함 서비스로 출발한 국내 첫 PC통신이다. 하이텔(한국통신), 나우누리(나우콤), 유니텔(삼성SDS)과 함께 1990년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다.PC통신 대중화는 ‘IT(정보기술) 문화 강국’의 시발점이었다. ‘삐이익 삐익 삐익’ 고유의 연결음으로 시작되는 서비스는 느린 속도와 비싼 전화료에도 천리안이란 이름처럼 시공간을 초월해 사용자의 정보와 소통을 무한 확장했다. 이메일, 게시판, 채팅방, 동호회(카페), 온라인 장터, 게임, 소설 등 지금은 보편화한 온라인 서비스 대부분이 이때 탄생했다. PC통신 이용자로 구성된 ‘네티즌’은 거대한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 온라인 동호회 붐으로 ‘정모’ ‘번개’가 유행하며 서울 종로 YMCA와 강남역 뉴욕제과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온라인 채팅으로 사랑을 맺는 커플이 속출했다. PC통신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하는 영화 ‘접속’은 한국 멜로의 전설이 됐다.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등장으로 웹 서비스가 활성화되자 PC통신은 급격히 쇠락했다. 뒤늦게 인터

    2024.07.10 17:47
  • [천자칼럼] 요일제 공휴일, 이번엔 될까

    직장인들이 새해 달력이 나올 때면 먼저 살피는 게 공휴일이다. 1주일의 중간에 있는 ‘빨간날’도 고단한 주중 피로를 풀어줄 쉼터로 반갑지만,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걸린 휴일에 비할 바 아니다. 토·일요일과 이어진 3일간의 연휴는 선물 같은 느낌이다.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 가족 여행이나 넉넉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어서다.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식은 ‘날짜제’와 ‘요일제’로 나뉜다. 날짜제는 특정 날짜를 정해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주말에 걸리면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샌드위치 데이가 생기면 리듬이 흐트러진다. 우리나라 모든 국경일은 날짜에 기초한다. 다만 공휴일 수 감소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2013년부터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성년의날 등 일부 기념일은 ‘O월 O째주 O요일’ 식의 요일제로 시행하기도 한다. 선거도 대부분 수요일에 실시한다. 투표 안 하고 놀러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두 방식을 혼용한 형태가 일반적이다. 미국은 독립기념일 등 일부 공휴일을 제외하고 노동절, 추수감사절 등은 요일제로 운영한다. 주중 휴일에 따른 업무 단절 등 날짜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데다 소비 진작 등 효과가 있어서다. 통상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보장하는 이유다.우리도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특정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처음 논의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모두 기념일 제정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일각의 반대에 흐지부지되

    2024.07.03 17:36
  • [유병연 칼럼] 실시간 뱅크런 시대에 무방비 한국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6월 말 갑작스럽게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맞았다. 지난 60년간 공적자금이 단 한 번도 투입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재정을 자랑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불거지자 순식간에 고객들이 돈을 빼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말 약 259조원에 달한 예금 잔액이 7월 말 약 242조원으로 한 달 만에 17조원 넘게 줄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예금 전액 보호를 공언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새마을금고 부실 채권 1조원어치를 매입하면서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다.뱅크런 공포를 키운 것은 석 달여 앞서 미국에서 벌어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었다.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40년 역사의 이 은행이 파산하는 데는 불과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SVB가 미국 국채 매각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자 소셜미디어(SNS)가 번개 같은 속도로 공포 심리를 퍼뜨렸고, 예금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자금 인출에 나섰다. 단 하루 만에 인출된 금액이 무려 60조원에 달했다. 공포 심리가 일순간 퍼지면 대형 은행도 손쓸 틈 없이 파산하는 최초의 ‘실시간 뱅크런’ 사례였다.이처럼 모바일 폰뱅킹과 SNS 사용의 일상화는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속도를 경이적으로 증가시켰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뱅킹 시스템을 구축한 한국은 역설적으로 위기 시 가장 빠른 속도의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 “SVB 사태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은 기우가 아니다. 사후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기인 만큼 사전 예방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부실 발생 이후 사후적

    2024.06.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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