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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는 ‘미술 입문용’이란 착각...이중섭·장욱진이 깬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수채 : 물을 그리다'
이중섭의 엽서화 등
34명 작가의 작품 100점
이인성 '계산동 성당'(1930년대).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수채화를 그려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추억이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하게 번지는 붓터치, 서로 섞이면서 탁하고 더러워지는 색, 덧칠하면 표면이 일어나는 싸구려 도화지. 웬만큼 재능이 있는 학생이 아니라면 결과물은 엉망이 되기가 십상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훗날 해외 거장들이 유화물감으로 그린 명화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수채화는 유화보다 뒤떨어지는 그림이구나.’

하지만 이는 오해다. 수채화는 유화 못지 않은 깊이를 품고 있고, 그리기는 오히려 더 어려운 그림이다.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투명하고 경쾌한 수채화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장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중섭의 1940년대 엽서화 연작.
이중섭의 1940년대 엽서화 연작.
충북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채: 물을 그리다’는 이중섭·장욱진 등 거장을 비롯한 34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을 통해 수채화의 이런 매력을 소개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채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근대 서양미술의 첨병, 수채화

한국 수채화의 역사는 근대 미술의 역사와 함께 한다. 1900년대 초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진 수채화 기법은 서양 미술을 국내에 앞장서서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종이에 물감이 흡수된다는 점, 물의 번짐 표현이 전통 동양화와 비슷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 붓과 물감, 팔레트만 있으면 그릴 수 있어 재료비가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게 두 번째였다. 수채화 교육이 1910년대 미술 교육 과정에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장점들 덕분이다.

근대기의 한국 미술 대가들도 수채화를 즐겨 그렸다. 천재 화가 이인성이 대표적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에서는 이인성의 ‘계산동 성당’을 비롯한 근대 화가들의 풍경화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류재임 학예연구사는 “국내 화가들의 초기 수채화 작품은 밖으로 나가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리는 사생(寫生)이 중심이었다”며 “이런 작품들은 조선미술전람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중섭의 1940년대 엽서화 연작.
이중섭 '물놀이하는 아이들'(1941).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중섭의 엽서화(畵) 연작이다.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이중섭이 엽서에 수채 물감과 펜 등으로 그려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낸 그림들로, 고(故)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들이다. 선은 간단하지만 수채화 특유의 짙고 옅음을 살린 색채와 이중섭 특유의 화풍이 단연 아름답다. 맞은 편에 걸린 장욱진의 수채화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보이는 수장고’ 작품 보고, 그림도 그려볼까

전시 2부와 3부에서는 강요배, 김기린, 문신, 박서보 등 현대 작가들이 수채물감을 써서 완성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추상성이 강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수채화 뿐 아니라 다른 물감과 재료를 섞어 쓴 작품이 많고, 습작 느낌이 강한 그림들도 적지 않다. 근대기 이후 국내 미술계에서 수채화의 힘이 확 빠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술관이 준비한 수채화 관련 연표에서도 1970년대 이후에는 굵직한 사건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정자 '수평45'(1984).
박서보 '묘법 No355-86'(1986). 수채물감을 사용한 작품이다.
이는 청주관 특유의 좁은 전시장과 맞물려 전시의 인상을 흐릿하게 한다. 청주관 기획전시실은 당초 수장고로 설계된 공간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뒤늦게 전시실로 바꾼 탓에 다른 미술관에 비해 좁은 편이다. 액자들이 오래된 탓에 유리 반사율이 높아 감상이나 사진 촬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전시는 그간 관심 밖이었던 수채화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중섭 작가의 엽서화 코너를 보면 감탄할 것”이라는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의 말대로, 이중섭의 그림 하나만으로도 감상할 가치는 충분하다. 2층 ‘보이는 수장고’에서 전현선의 대작 ‘나란히 걷는 낮과 밤’을 감상한 뒤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오랜만에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관람료는 2000원.
전시전경.
'보이는 수장고'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현선의 대작 ‘나란히 걷는 낮과 밤’.
성수영 기자 syoung@www5s.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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