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테슬라 2배ETF 절반 보유…'고수익 조급증'에 수익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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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새 반전…뒤집힌 동학-서학개미 수익률
2~3배 레버리지 투자 부메랑
고위험 쏠림이 수익률 갉아먹어
◇ 고위험 상품에 빠진 서학개미
짧은 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레버리지형 상품 투자로 몰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에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하락장에선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예컨대 추종 지수나 종목이 100에서 110으로 상승했다가 다음날 다시 100으로 떨어지면 일반 ETF는 원금을 지킬 수 있지만 두 배 레버리지 ETF는 120으로 상승한 뒤 96으로 급락하는 방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수익에 대한 집단적 조급증이 해외 레버리지 투자에 쏠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미국 증시 상승률이 꺾이자 서학개미가 많이 담고 있는 레버리지 ETF는 대부분 급락세를 보였다. 테슬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TSLL은 올 들어 72.34% 급락했다. NVDL은 32.52%, SOXL은 27.02% 떨어졌다.
◇ 주가 급락하자 “더 담자”
등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고위험 종목 쏠림 현상도 서학개미의 평균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최근 서학개미가 주로 사들인 테마는 테슬라, 인공지능(AI) 기술주, 암호화폐 관련주, 양자컴퓨터 관련주 등이다. 이 중 양자컴퓨터 기술업체 아이온큐 지분 32.34%를 서학개미가 들고 있다.일각에선 서학개미가 시가총액이 작은 미국 특정 테마주를 좌지우지할 만한 총알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언 러몬트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말 리게티컴퓨팅 주가가 한 달 새 다섯 배 넘게 오른 게 서학개미의 집중 매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12월 서학개미는 이 주식을 753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러몬트 부사장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변동성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지만 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건 분명하다”며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한국 투자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리게티컴퓨팅 주가는 55% 급락했다.
등락폭이 큰 대표 기술주인 테슬라를 대거 들고 있는 것도 수익률의 발목을 잡았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미국 주식 중 테슬라 비중은 약 16%다. 판매 부진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성향으로 인해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1.50% 떨어졌다.
주가 급락에도 서학개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타기’ 중이다. 이달 들어 미국 주식 약 31억5619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1위는 역시 테슬라(8억3599만달러)다. 2위는 TSLL(5억8578만달러), 3위는 SOXL(3억8607만달러)이다.
심성미/조아라 기자 smshim@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