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는 어떻게 광장의 노래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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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한 60여개곡
노래 통해 시대적 맥락 분석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한창이던 서울 곳곳에서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2010년대부터 집회 현장에서 인기곡으로 불린 이 노래가 15년이 지난 이때도 집회 현장의 열기를 달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외에도 '아파트', '삐딱하게' 등 최신 가요들도 함께 불렀다.
역사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권경률이 펴낸 신간 <가요로 읽는 한국사>는 '다시 만난 세계'를 포함해 한국인이 사랑한 노래 60여개 곡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들여다본다. ‘용비어천가’ 등 고대가요부터 민족의 응어리를 응집한 ‘아리랑’, 전쟁 속의 인간성을 담은 ‘굳세어라 금순아’, 70·80년대 민중가요와 2000년대 K-팝 등 다양한 노래를 통해 시대적 맥락을 탐구한다. 나아가 금지곡과 군국가요 등 노래가 핍박받고 이용당한 어두운 면도 함께 살핀다.
노래 자체가 한 시대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1954년에 나온 가수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음반 10만 장이 팔린 히트곡이다. 직전 해 6·25 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됐고, 고달픈 피난 생활에도 작별을 고할 시점이었다. 이 노래는 이렇게 흘러간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 이별의 애틋한 노랫말과 경쾌한 리듬감이 묘하게 어우러진 곡이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노래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역사적 이벤트와 얽힌 노래를 통해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의 면면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