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80만 유전체 정보로 '레드 오일'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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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80% 유전체 정보 확보
초대형 바이오뱅크 가동
환자 맞춤형 치료 기반 다져
유전자 편집, BCI 연구도 활발
◇석유에서 헬스케어로 산업 전환
에미라티 게놈 프로그램을 맡은 아부다비 바이오기업 M42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부스를 차리고 세계 90개국 1만5000여 명의 관람객에게 기술력을 알렸다. 2022년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세운 M42는 제대혈 10만 건과 생체 검체 500만 건을 저장할 수 있는 초대형 바이오뱅크를 가동하고 있다. 이곳엔 이미 90만 건의 혈액샘플 등이 저장됐다. 땅 밑에 묻힌 ‘블랙 오일’을 넘어 미래 국부를 책임질 새 ‘레드 오일’이 사막의 땅 위에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화두로 떠오른 ‘건강 장수’
아부다비는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건강장수의료센터(HLMC)’ 인증을 도입했다. 장기적으론 아부다비 내 모든 의료기관이 인증받아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건강 수명 연장에 도움을 주는 게 목표다.아부다비 보건당국은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 간 격차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세계 인구 평균 수명은 73.6세, 건강 수명은 64.8세다. 생애 마지막 8.8년가량은 질병 등을 앓으며 여생을 보냈다는 의미다. 2050년엔 이 격차가 10.7년으로 더 벌어진다.
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은 결국 ‘기술’이다. 미국 바이오인텔리센스의 제임스 물트 최고경영자(CEO)는 웨어러블 기기와 원격의료 등이 결합하면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하루 최대 1440개 생체 지표를 측정해 모니터링하는 ‘바이오버튼’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마이크 커티스 이지네시스 CEO는 “특정한 질병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건강 수명 연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각만으로 조명을 켠다
이번 행사에선 인간의 뇌가 보내는 신호만으로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BCI 기술도 소개됐다. 지난해 말 FDA로부터 첫 BCI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미국 싱크론의 톰 옥슬리 CEO는 “루게릭병이나 척수손상 등으로 손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외부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3년 안에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머리를 여는 개두 수술 없이 소형 스텐트만 이식해 뇌로 제어하는 블루투스 조이스틱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20분짜리 시술을 받은 뒤 생각만으로 아마존 알렉사와 소통하고 집안 조명을 켤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싱크론은 아부다비에서 추가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부다비=이지현 기자 bluesky@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