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7부두 일출.  한경DB
부산신항 7부두 일출. 한경DB
한국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다. 잠재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내수가 부진한데 중국 경제 침체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변수도 생겼다.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해진 트럼프 2기는 전방위로 한국 기업을 압박할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보편관세 20%를 공언해 한국 수출기업의 애를 태우고 있다. 2차전지, 자동차, 가전 등 모든 분야가 사정권이다. 그럼에도 수출시장에서 중소기업을 비롯해 모든 기업이 분투하고 있다.

○ 수출로 경제위기 극복

지난해 한국은 수출로 경제 침체를 버텨냈다. 역대 최대인 6838억달러를 달성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부진했지만 반도체가 선전했고 자동차는 돋보이는 실적을 올렸다. 중소·중견기업이 주축인 K뷰티·K푸드도 힘을 보탰다. 대기업이 끌고 중소기업이 밀었다.

수출 하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떠올리지만 중소기업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2023년 중소기업은 수출 1118억달러를 올렸다. 화장품, 자동차 부품, 플라스틱 제품 등이 주요 품목이었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무역의날 포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출 우수 기업을 규모별로 선발해 상을 준다. 100만불부터 500만불, 1000만불, 2000만불, 5000만불, 1억불 수출의 탑까지 단계적으로 수출 확대에 이바지한 기업을 표창으로 격려한다.

임플란트 기업 네오바이오텍, 식품제조 기업 바이오포트코리아, 소재 기업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 선박용 밸브 기업 에스앤에스밸브는 우수한 수출 실적을 달성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24년 무역의날에 수출의 탑을 받았다. 올해도 수출이 많이 늘어날 유망 기업으로 한국 수출을 위해 힘을 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바이오 기업 네오바이오텍(대표 허영구)은 작년 수출 5000만달러 달성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임플란트가 전문인 이 회사는 2000년 설립 이후 2015년 1000만불 수출의 탑 수상을 시작으로 4년 만에 2000만달러, 이후 3년 만에 3000만달러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체계적인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 70여 개국에 연간 120만 개 이상의 임플란트를 수출하고 있다. 매년 10% 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K임플란트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네오바이오텍은 미국 중국 태국 대만 인도 등 임플란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지난해 수출의 특징은 K푸드의 약진이다. 김, 라면, 과일, 음료 등 농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바이오포트코리아(대표 김성구)는 K푸드 수출의 일익을 담당한 식품제조 기업이다. 세계 33개국에 스낵과 액상차, 음료 등을 수출하는 업력 22년 차 중소기업이다. 작년 매출 726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실적을 해외에서 올렸다. 작년 수출 2600만달러를 기록해 ‘K푸드’의 위상을 높였다.

2021년 1000만달러를 돌파한 뒤 3년 만에 2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바이오포트코리아의 성장 비결은 글로벌 대형 유통사의 까다로운 품질 심사를 통과할 정도로 제품 역량이 높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2005년 코스트코 한국 지점에 입점한 이후 세계 665개 코스트코 지점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대표 서재현)는 일본 이비덴이 100% 출자해 2011년 경북 포항에 설립한 한국 생산거점이다. 미·중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이 무기로 삼는 것이 희토류를 비롯한 소재다. 한국은 중국 소재 의존율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 일본 소재 기업의 투자 유치는 그래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이비덴그라파이트는 소재 생산부터 가공까지 일관생산라인을 구축해 등방성 인조흑연(그라파이트)을 제조하고 있다. 2014년 등방성 인조흑연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해 2020년 1000만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2024년엔 2000만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에스앤에스밸브(대표 안병헌)는 지난해 3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이 회사는 2000년 초 조선산업으로 눈을 돌려 기존 유럽 및 일본 밸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년 넘게 국내 및 해외 고객사에 400척 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초저온 밸브를 납품하고 있다. 국내 메이저 빅3인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우수 협력사이기도 하다. 초저온 밸브 단일 제품만으로 2023년 1000만달러어치 수출했고, 2024년에는 3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네오바이오텍, 바이오포트코리아,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 에스앤에스밸브를 수출 우수 기업으로 격려하지만 수많은 수출 중소·중견기업이 지금 이 시간에도 수출 전선에서 뛰고 있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경제성장 기여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수출이 한국 경제를 지탱할 수밖에 없다.

박미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