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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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로 인한 충격이 미국과 국내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AI 모델 개발 비용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한 돈을 쓰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자 엔비디아 등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온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에 의문을 표시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AI 인프라 관련주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한 생태계 성장이 결국 더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모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엔비디아·SK하이닉스 빠지고 ‘네카오’ 반등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딥시크 쇼크’가 불거진 지난 한 주간(1월 27~31일) 엔비디아 주가 하락률은 15.8%에 달했다. 그동안 미국 빅테크들은 개당 수만달러인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를 구매해 AI 모델을 훈련해왔는데, 저성능 칩으로 비슷한 성과를 내는 AI 모델의 등장으로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세계 뒤흔든 '딥시크 충격' 국내·외 AI 관련株 향방은
대규모 AI 훈련에 필수인 전력 인프라 관련주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GE버노바는 같은 기간 주가가 11.3% 떨어졌다.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안정적 전력원으로 여겨지며 주가가 급등한 소형모듈원전(SMR) 관련주도 급락했다.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지난 한 주간 14.8% 밀렸다.

AI와 관련한 모든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 건 아니다. AI 소프트웨어 종목은 되레 올랐다. 딥시크가 보여준 AI 비용 하락이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같은 기간 각각 4.4%, 2.3% 오른 팰런티어와 세일즈포스가 대표적이다.

설 연휴 휴장했다가 지난달 31일 열린 국내 증시에서도 딥시크로 인해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엔비디아에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9.86% 급락했다. HBM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한미반도체 주가도 6.14% 빠졌다. 딥시크처럼 대규모 투자 없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6.13%, 7.27% 반등했다. AI에 대한 투자심리가 흔들린 탓에 조선, 금융 등 AI와 관련 없는 우량 업종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급락주, 당분간 변동 있겠지만 반등할 것”


딥시크 쇼크 이후 AI 관련주 흐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당분간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존 AI 주도주의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그동안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주도주의 상승을 이끌어온 논리가 딥시크의 등장으로 훼손됐고, 복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히려 글로벌 AI 경쟁 격화로 인해 관련 반도체와 전력 수요가 더 증가하며 조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중국 AI에 대해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 과정 자체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 또한 적지 않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신들의 데이터를 도용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딥시크가 모델 개발에 사용한 칩이 사실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인 H100이라는 의혹도 여전하다. 알렉산더 왕 미국 스케일AI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제재 때문에 숨기고 있지만 딥시크는 엔비디아 H100을 5만 개 넘게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가 기존과 다른 학습 방식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공개하며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더 강한 AI 드라이브를 걸면서 엔비디아 칩과 전력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딥시크가 보여준 장점들로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 새로운 수혜주들이 생겨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알고리즘 효율성이 향상되고 비용이 감소하면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에는 긍정적”이라며 “AI 비용 하락과 오픈소스의 발전은 그동안 제한적인 투자로 AI 사업을 진행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에는 새로운 기회를 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