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러시아의 북한군과 '빙장(氷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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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러시아의 북한군과 '빙장(氷葬)'](http://img.www5s.shop/photo/202502/AA.39648940.1.jpg)
통상 시체는 사망 3~4시간 뒤부터 부패가 시작돼 6시간 뒤엔 피부가 청록색으로 변하고, 몸이 부풀면서 악취를 풍긴다. 하지만 부패 속도와 양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총포탄에 훼손된 사체가 혹한과 혹서, 습도 등으로 한 번 더 기괴하게 변형된 모습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아프리카의 죽음과는 다른 냄새를 풍겼다”는 소설가 에리히 레마르크의 건조한 문장에는 참전 병사들의 처절한 경험이 진득하게 녹아 있다.
북한이 내부 민심 동요를 우려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망한 자국 군인의 시신 인계를 거부하고 ‘빙장(氷葬·promession)’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북한의 해외 주재원들이 시신을 급속 냉동해 분쇄하는 빙장 설비를 알아보는 동향도 감지됐다고 한다. 전사자 부모에게 끔찍한 상태의 시신을 인도하면 민심 이반이 클 수밖에 없어 낯선 장례 수단까지 알아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웨덴 생물학자 수잔 비예메사크가 1997년 제시한 빙장은 영하 196도 액체 질소에 인체를 급속 냉각해 분말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실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거부감까지 겹치면서 스웨덴 내 빙장 회사는 단 한 건의 실적도 없이 2015년 청산됐다.
미군의 전사자 유해 수습에서 보듯 제대로 된 나라라면 전사자에게 최대한 예를 갖춘다. 반면 떳떳하지 못한 전쟁에 용병으로 팔려 간 북한군은 죽어선 음식물 쓰레기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군대에 사기라는 것이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동결 건조가루’가 된 자식을 마주할 부모의 얼어붙은 가슴은 누가 녹이나.
김동욱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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