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마케팅은 '가치'를 팔아야한다
기업들은 수십 년 째 환경단체 기부, 재활용 소재 사용 등 친환경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전략이 과연 얼마나 설득력 있고 효과적일까?

<꿀벌, AI 그리고 브랜드>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친환경 브랜딩 전략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정지원은 브랜드 기획사 제이앤브랜드의 대표로 기업 브랜딩과 커뮤니케이션 전략 전문가다.

책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친환경 브랜딩을 시도한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등 우리 삶에 밀접한 브랜드부터 항공유 브랜드 네스테까지 전 산업 분야의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기업들이 시도한 친환경 브랜딩은 전통적인 마케팅 공식에서 벗어난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액체 죽음'이라는 이름의 생수 회사 '리퀴드 데스 (Liquid Death)'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한 페트병 대신 검은색 알루미늄 캔에 물을 담아 판매한다. 흔히 생수 하면 연상하는 푸른 산과 맑은 계곡 대신 해골 그림이 그려진 캔 디자인, 악마 캐릭터 등을 활용해 '죽음'이라는 테마를 내세운다.

생수 회사가 건강과 생명이 아닌 죽음을 테마로 잡은 이유는 친환경 메시지를 눈에 띄게 전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 캔을 사용합니다" 같이 전형적인 마케팅 대신 "플라스틱에게 죽음을!" 같은 과감하고 폭력적인 표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전략이다. 덕분에 2019년 시작한 젊은 회사임에도 2021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톱100에 선정되고 미국 슈퍼볼 광고도 내는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저자는 "낯선 시대에는 낯선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심화하고, AI 등 신기술이 등장한 시대에 맞춰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기존의 마케팅의 4요소인 제품, 가격, 홍보, 공간을 대체할 새로운 마케팅 요소로 목표, 포지셔닝, 파트너십, 개인화를 제시한다. 저자는 기업이 환경 보호, 기후변화 대처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