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 도입을 추진한다. 금융회사와의 거래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신용평가의 한계를 넘어 쇼핑이나 통신·교통비 등 일상 데이터까지 신용의 기준으로 삼는 이른바 ‘신용 4.0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대출 심사에 ‘네이버페이스코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스코어는 네이버페이와 NICE평가정보가 함께 개발한 개인 신용평가 모델이다. 네이버페이 이용 내역 등 비금융 정보와 NICE평가정보의 금융 정보를 활용한다. 시중은행이 비금융 정보를 적용한 신용평가 모델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銀도 '대안평가'로 금융 사각지대 해소
신한·농협, 네이버페이와 맞손…1300만 '대출 소외계층'에 적용

신한·농협 등 시중은행이 핀테크 기업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신용평가 모델을 정교화하기로 한 것은 사회초년생, 고령층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가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판단해서다. 대안 신용평가를 도입해 금융 소외계층에게 대출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기대다. 국내에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1300만 명에 달한다.

기존 신용평가의 변별력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시중은행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이다. 최근 들어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신용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신용점수 900점(1000점 만점)을 넘는 고신용자가 전체 신용점수 보유자의 40%를 넘어설 정도다.

이 때문에 신용점수를 꼼꼼하게 관리한 금융소비자가 좀처럼 대출 창구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 신용등급과 함께 자체 데이터로 내부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해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며 “비금융 데이터까지 활용하면 더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한·농협은행은 네이버페이스코어와 은행 자체 신용평가를 결합한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할 방침이다. 네이버페이 대출 플랫폼에서 대출 신청이 접수되면 1차적으로 네이버페이스코어를 적용해 신용을 평가한 뒤 은행의 기존 신용평가 모델로 신용도를 확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대출이 어렵던 중·저신용자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출금리가 낮아져 이자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한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네이버페이에 따르면 네이버페이스코어를 통한 자체 사업자 대출 누적 취급액은 3000억원을 넘어섰다. 통신사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합작해 만든 통신대안평가는 통신비 납부 내역, 연체 이력 등을 활용해 신용도를 책정한다. 결제 내역 등 대안 정보가 풍부한 카드사도 대안 신용평가 모형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현주/박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