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물 보관 드럼통이 넘어지지 않도록 드럼통끼리 연결하는 원터치 장치. 
위험물 보관 드럼통이 넘어지지 않도록 드럼통끼리 연결하는 원터치 장치.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도요타자동차 1차 협력사 상고(SANGO) 본사엔 ‘가라쿠리 도장’이라는 독특한 교육장이 있다. 제조 현장 개선을 위해 지렛대, 경사면(중력), 도르래, 톱니바퀴 등 여덟 가지 물리적 기구를 활용한 각종 가라쿠리 기구를 전시해놓은 공간이다.

가라쿠리란 실, 태엽 등을 이용해 물건을 움직이는 장치다.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무동력 수작업 기구’로, 일본 제조 현장에서 폭넓게 쓰인다. 맨 앞의 캔을 꺼내면 경사면을 따라 뒤에 놓인 제품이 내려오는 편의점 음료수 매대 원리와 비슷하다.

상고에선 배기 시스템 부품인 매니폴드를 다음 작업자에게 넘길 때 동작 낭비를 없애기 위해 위아래 방향이 무게의 원리로 저절로 뒤집히도록 옷걸이 형태 기구를 개선했다. 이를 이용해 작업 시간을 91.3초에서 90초로 단축했다. 또 위험물 보관 드럼통이 넘어지지 않도록 3~4대를 한꺼번에 끈으로 묶었으나, 원터치 연결 장치를 고안해 60초가 걸리던 수작업을 2초로 줄였다. 상고의 가라쿠리 도장 담당자는 “작업자의 동선을 면밀하게 살펴 불편하고 불필요한 육체노동을 줄이고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라쿠리가 제조 현장에 본격적으로 퍼진 것은 10여 년 전이다. 일본은 가라쿠리를 탄소중립 시대에 전기 동력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보고 제조 현장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년 나고야에선 가라쿠리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해 11월에는 107개사가 참가해 개선 사례 472개를 소개했다. 가라쿠리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1000여 개 사례를 모아놓은 책자도 최근 출간됐다.

도요타=이정선 중기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