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이 오는 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다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 법원에서 한 번 위법 판단을 받은 이 카드를 보완해 가져왔지만 이번에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윤범 또 '상호주 제한' 주장…MBK "궤변"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는 전날 선메탈코퍼레이션(SMC)으로부터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았다. 이로써 기존에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 구조가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으로 바뀌어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MBK·영풍 연합은 최 회장 측 주장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린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하려면 SMH는 10% 이상의 영풍 주식을,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두 회사 사이엔 이런 조건 자체가 만족된 적이 없다. 정기 주총 기준일인 지난해 12월 31일엔 SMH가 영풍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 SMH가 영풍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시점엔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풍은 최 회장이 또다시 상호주 카드를 꺼낼 것을 우려해 지난 7일 이미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를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넘겼다.

업계에선 최 회장 측이 정기 주총을 파행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뻔히 오류가 보임에도 상호주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고 본다. MBK 연합 관계자는 “SMH와 영풍 사이엔 상호주 관계가 형성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주총 파행 전략”이라고 말했다.

주총에선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정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 등을 다룬다. 고려아연은 5~8명, MBK 연합은 17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경영권 분쟁 재점화 소식에 전날 26.04% 급등한 고려아연은 이날 10.33% 하락한 9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종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