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WA)' 행사에서 상호관세 관련 연설을 하면서 한국에 대해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관세(보편관세) 10%를 매기겠다고 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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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이후 대중 앞에서 서명한 행정명령과 관련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 조치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것이다. 모든 국가에 대한 보편관세 10%는 오는 5일 0시1분(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적용된다. 또 국가별 상호관세는 9일 0시1분부터 발효된다.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와 근본적인 비호혜적 대우로 인한 위협이 충족, 해결, 완화되었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효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상호관세율은 한국 25%를 비롯해 일본에 24%, 중국에 34%, EU에 20%, 대만 32%, 인도 26% 등이다. 그는 현재 각국이 미국에 적용하는 관세율의 절반을 적용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50%로 표기한 표를 들어보였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재협상을 거쳤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실질 관세율이 0% 수준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임의의 숫자를 들이댄 것이다.

일단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는 합산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도 단순합산되지 않고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팩트시트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제품, 향후 232조 관세가 적용될 수 있는 모든 제품, 금괴,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에너지 및 특정광물 등은 이 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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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기존의 펜타닐과 이민에 관한 IEEPA 조치가 그대로 유효하며 이 명령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는 USMCA 준수 상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0%의 관세가 부과되고, USMCA 비준수 상품에 대해서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USMCA 비준수 에너지와 칼륨에 대해서는 10%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뜻이다.

팩트시트는 "중국, 독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은 자국민의 내수 소비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책에는 역진적 세금 제도, 환경 파괴에 대한 낮은 또는 집행되지 않는 벌금, 생산성에 비해 노동자 임금을 억제하려는 정책 등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특정 미국 표준의 미수용, 중복적인 테스트 및 인증 요건, 투명성 문제 등 일본과 한국 자동차 시장 접근을 방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러한 비호혜적 관행으로 인해 미국 자동차 산업은 일본으로의 연간 수출에서 135억 달러의 추가 손실을 입었고, 한국으로의 수입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의 무역 적자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의 '비금전적 무역장벽'이 가장 최악이라고 언급했다.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이 적보다 미국에 더 나쁘게 하고 있다는 평소의 신념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산업계는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착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제부터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미국에 시장을 모두 열어준 상황에서 추가 협상의 카드가 많지 않은 것이 한국의 상황이다. 협상을 주도할 리더십이 당분간 부재하다는 것도 취약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미국경제 독립선언의 날"이며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미국 시민들은 다른 나라들이 부유해지고 강해지는 동안 그 대부분이 우리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번영할 차례라면서 "세금을 줄이고 부채를 갚을 것이며 이 모든 것은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외국의 통상장벽을 무너뜨릴 것"이라면서 "일자리와 공장이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올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내에서 더 많은 생산이 이뤄지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소비자 가격은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황금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친구와 적들이 모두 미국을 이용했지만, 많은 경우에 친구가 적보다 더 나빴다"면서 동맹국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최근 보고서(NTE)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 노동자들이 수년 동안 겪어 온 악랄한 공격들"이라면서 오토바이에 대해 미국의 관세율은 2.4%이나 인도는 60%, 베트남은 70% 등을 적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외국산 자동차에 미국의 관세율은 2.5% 인데 유럽연합(EU)는 10% 이상을 부과하고, 또 20% 부가가치세(VAT)도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인도의는 70%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가장 최악인 것은 한국, 일본, 다른 많은 나라들이 부과하는 비 금전적인 장벽"이라면서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되고 일본에서는 94% 가 일본에서 생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요타는 미국에 100만대의 해외 생산 자동차를 파는데,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는 (그들 나라에) 거의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미국산 자동차가 다른 나라에서 안 팔리는 것이 다른 나라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왜곡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자동차 시장을 미국에 열어놓고 있으며 관세 장벽이 없다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중에 없었다.

증시는 이날 관세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 출발했으나 이후 완만한 상승세로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67% 상승한 5670.97, 다우존스 지수는 0.56% 오른 42225.32로 각각 마감했다. 나스닥은 0.87% 뛴 17601.05로 장을 마쳤다. 변동성 지수(VIX)는 1.19% 내린 21.51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