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아시아 증시를 집어삼켰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증시에서 앞다퉈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나오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의 급락장이 연출됐다.

7일 코스피지수는 5.57% 급락한 2328.20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9시12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작년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5.25% 밀린 651.30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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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낙폭은 더 컸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9.70% 떨어졌다. 지난 3~4일 청명절 연휴로 휴장한 대만 증시는 상호관세 영향을 처음 소화하며 1990년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8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34%, 홍콩 항셍지수는 13.22% 급락했다.

내심 ‘협상 카드’라고 여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자 세계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1조달러”라며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투자자들이 기대한 ‘트럼프 풋’(증시 부양책)이 요원해졌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자신의 SNS에 “중국,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 막대한 (무역)적자 문제를 안고 있다”며 “유일한 해결 방법은 관세”라고 썼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각국의 최종 관세율은 물론 관세가 글로벌 경기에 미칠 영향 등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와 정책금융기관을 소집한 자리에서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트럼프 관세’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꺼낼 태세다. 인민일보는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 완화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심성미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