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을 국회가 재표결하지 않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에 부치지 않은 상태로 두다가 민주당이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거부권을 철회한 뒤 공포하는 시나리오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표결 후 부결된 뒤 더 강화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두 달 정도 상정하지 않은 채로 두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 따르면 이승만·박정희 정부에서 각각 한 번씩 거부권이 철회된 적이 있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1956년 귀속재산처리특별회계법 일부 개정안에 거부권을 썼다가 거둬들였고, 박정희 정부에서는 1964년 탄핵심판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사용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일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이 재의결에 부쳐진 뒤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최종 폐기된다. 108석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국민의힘이 지난달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상태라 재의결에 부쳐지면 이 법안은 폐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이긴 뒤 한 권한대행이 쓴 거부권을 철회하면 상법 개정안이 자연스럽게 공포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례가 있는 만큼 민주당 일각에선 이 방법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재계 반발을 무릅쓰고 통과시킨 법인데 또다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부터 단계를 밟아가는 건 험난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본회의에 재상정하는 건 우원식 국회의장 권한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우 의장이 법안 상정 여부 및 시점 등을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