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미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직원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미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 직원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데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날 뉴욕증시가 개장한 지 약 30분가량 지난 오전 10시 무렵 월가에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우존스 지수는 순식간에 장중 저점 대비 고점까지 2595포인트 폭등했다. S&P500 지수도 개장 초 4800선에서 5,246.57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곧이어 백악관에서 이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발표하면서 뉴욕증시는 일제히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매도세 이후에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식에 급등장이 올 만큼 시장 심리가 극도로 예민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가짜 뉴스”

이날 뉴욕 증시는 기록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가짜뉴스로 인해 다우지수는 하루 기준 사상 최대 등락 폭을 보였다. 최근 연이은 급락세로 저점 매수를 노리던 투자자들이 관세 정책과 관련한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자 민감하게 반응한 영향이다. 짧은 10여분 사이 나스닥 지수는 장중 저점과 비교해 상승 폭이 무려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S&P500 지수는 불과 7분 만에 약 2조 50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거래량만 약 290억 주로 2007년 이후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을 부정확하게 요약하는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해싯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90일간의 유예를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결정하려는 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내용이 “90일간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오역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고 결정적으로 CNBC 방송이 이를 사실인 것처럼 오보를 내보내며 투자자를 자극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내용이 정확한 근거를 갖지 못하고 있는 점 때문에 주가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백악관이 10시 41분쯤 “가짜 뉴스”라고 확인하며 해프닝은 끝났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계속 밀어붙일 경ㅇ 시장의 운명이 얼마나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등 마감 미스터리

가짜 뉴스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다시 내려앉았지만, 개장 시점보다는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비슷한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불과 349.26포인트(-0.91%) 내린 37.965.60에 마감했다. S&P500 지수 또한 전 거래일보다 소폭(-0.23%) 내린 5,062.2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48포인트(0.10%) 오히려 오른 15,603.26에 거래를 끝냈다.

‘관세 유예’가 가짜 뉴스임에도 뉴욕증시가 이처럼 반응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교역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 보여서다. 트럼프 대통령부터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 기자간담회에서 “영구적인 관세가 있을 수 있고, 협상 또한 있을 수 있다”며 “우리가 관세 자체를 넘어선 것을 필요로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도 “70개국이 관세 협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저가 매수세도 유입됐다. 관세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9일 상호관세 시행 전까지 일부 국가들과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뉴욕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봐서다. 실제 나스닥 지수 반등을 이끈 것도 대형 기술주였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3.53% 올랐고, 아마존과 메타플랫폼 주가도 각각 2.49%와 2.28% 올랐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