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가지 이야기로 다시 만나보는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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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548쪽│2만5000원
英 평론가의 베토벤 안내서
인생 아니라 음악에 집중
쉬운 어휘와 표현 사용
곡별로 뛰어난 연주자도 조명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548쪽│2만5000원
英 평론가의 베토벤 안내서
인생 아니라 음악에 집중
쉬운 어휘와 표현 사용
곡별로 뛰어난 연주자도 조명
![[책마을] 100가지 이야기로 다시 만나보는 베토벤](http://img.www5s.shop/photo/202504/AA.40129720.1.jpg)
영국 음악계의 전설적 평론가인 노먼 레브레히트가 쓴 <왜 베토벤인가>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종종 평론을 기고하는 레브레히트는 구스타프 말러의 곡을 다룬 책 <왜 말러인가>를 2010년 펴내 음악적 식견을 입증받은 인물이다. 저자는 베토벤의 720여 곡 중 250여 곡을 추린 뒤 100개 주제를 기준으로 나눠 담았다. 여기에 곡별로 뛰어난 해석을 한 연주자는 누가 있는지 함께 다뤘다. 작곡가 인생에 집중하는 음악 평전은 피했다. 베토벤의 삶이나 음악사는 곁들이로 나온다.
![[책마을] 100가지 이야기로 다시 만나보는 베토벤](http://img.www5s.shop/photo/202504/AA.40129787.1.jpg)
‘엘리제를 위하여’를 다룬 31장을 보자. 상하이음악원 객원교수인 저자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베토벤 노래로 이 곡을 꼽는다. 곡명 속 ‘엘리제’는 지금도 정체가 미궁이다. 저자는 엘리제가 ‘테레제’를 잘못 읽은 것이란 1950년대 가설을 빌려온다. 연주 사례로 피아니스트 랑랑을 다룰 땐 평가가 매섭다. 랑랑이 “머리를 과하게 흔들고 요란한 팔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중국 꼬마에게 “음이 틀렸다”고 지적받은 일화도 소개한다. 다만 베토벤이란 개인의 맥락에 관해선 깊게 다루지 않는다.
베토벤의 인생사는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38장은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다룬다. 저자는 베토벤을 후원한 귀족 발트슈타인이 거창한 교향곡이 아니라 소나타를 헌정 받자 화를 낸 일화를 소개한다. 14장에선 베토벤의 처세술이 빛난다. 그는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리에게 호감을 사고자 그의 오페라에 나오는 주제로 변주곡을 만든다. 10장에선 베토벤과 괴테가 함께 산책하다가 오스트리아 황제를 우연히 만났다는 내용의 야사를 소개한다. 괴테는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황제에게 인사한다. 반면 베토벤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그냥 지나간다. 예술가는 권력가에게 굴복해선 안 된다고 여겨서다.
각 장 말미마다 저자는 연주자들을 추천한다. 이들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도 짤막하게 설명한다. 때론 레너드 슬래트킨이나 사이먼 래틀 같은 현대 음악가의 말을 빌려오기도 한다. 책 속에 인쇄된 QR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추천 녹음본을 들을 수 있다. 독서 난도는 꽤 높다. 고전주의와 현대를 넘나들다 보니 수많은 인명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하루에 주제 하나씩 100일간 맛보기를 추천한다.
이주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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