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순매수 상위 종목 보니
톱20 중 레버리지 ETF 2개뿐
SCHD·LQD 등 배당 상품 확대
테슬라·아이온큐 순매수 줄고
급락한 애플·엔비디아 '줍줍'
서학개미(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안정성 높은 배당투자를 늘리고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 투자에서도 테슬라와 아이온큐 등 고변동성 종목 의존도를 낮추는 반면 애플나이키 등 낙폭과대주는 매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미국 증시가 흔들리자 다소 보수적인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 배당·채권형 ETF 늘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3월 17일~4월 16일) 동안 국내 투자자의 미국 뉴욕증시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레버리지 ETF는 두 개에 그쳤다.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즈’(SOXL)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2X’(TSLL)다. 직전 한 달(2월 17일~3월 14일)간 레버리지형 상품은 7개였다.
테슬라 주가 등락률을 두 배만큼 추종하는 TSLL의 순매수액은 최근 한 달간 3억4271만달러에 머물렀다. 그 이전 1개월 순매수액(7억6420만달러)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순매수 16위이던 ‘그래닛셰어즈 2.0X 롱 엔비디아 데일리’(NVDL) 역시 같은 기간 6363만달러에서 3708만달러로 줄어들며 24위로 떨어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세 배로 추종하는 SOXL의 경우 순매수 규모가 늘었지만 가격이 1개월 새 50% 이상 하락하며 ‘저가 베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안정성이 장점인 배당이나 채권형 ETF였다. ‘슈왑 미국 배당주’(SCHD)의 순매수 규모는 1억761만달러에서 2억1925만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SCHD는 버라이즌 코카콜라 록히드마틴 펩시코 등으로 구성된 대표적 배당 ETF다.
다소 생소한 채권형 종목도 상위권에 올랐다. 최근 한 달간 ‘아이셰어즈 투자등급 회사채’(LQD)를 미국 주식 중 여덟 번째로 많은 1억383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그 이전 1개월간은 순위권 밖이어서 순매수 규모가 집계되지 않은 ETF다. 높은 신용등급의 우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집중 투자하는 월배당 상품이다.
◇테슬라 줄이고 애플 담은 개미들
ETF가 아닌 개별 종목 투자 역시 테슬라와 아이온큐, 팰런티어 등 고변동성 기업은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충격과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가 불거진 테슬라의 경우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 순매수액은 7억378만달러에 그쳤다. 그 이전 1개월(2월 17일~3월 14일)간 매수액은 11억6630만달러였다.
‘양자 테마주’로 주가가 널뛰는 아이온큐 순매수액은 같은 기간 1억3856만달러에서 7228만달러로, 팰런티어 매수액은 2억4798만달러에서 1억4086만달러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올 들어 낙폭이 컸던 엔비디아와 애플에 대해선 대거 매수세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됐다. 두 종목은 최근 한 달간 순매수액 상위 6위(1억6962만달러)와 9위(1억3108만달러)로 올라섰다. 그 전 1개월 동안은 순매수 상위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특히 서학개미는 이달 초 4거래일간 애플 주식을 8143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탓에 고율 관세 우려가 불거지며 주가가 22.4% 급락한 때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30% 안팎 떨어진 ‘낙폭과대 배당주’ 나이키로도 매수세가 몰렸다. 최근 한 달간 5139만달러어치를 순매수해 19번째로 많았다. 배당을 받으며 주가 반등을 기다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의 경제 리더십이 흔들리고 침체 전망까지 나오자 안정적인 투자 흐름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장세엔 이런 분산투자 저가매수 전략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