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과 달러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탄탄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국내 현물 투자자의 경우 국제 가격과의 괴리율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0.39% 오른 트로이온스당 3341.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일 3000달러선이 잠시 깨졌다가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다시 12.3%가 올랐다. 미국이 최근 중국을 상대로 관세율을 125%에서 245%까지 상향한다고 밝히며 투자자들 불안감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갈등이 본격적인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경우 미국 채권·달러에 대비해서 금의 투자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은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등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긍정적인 자산”이라며 “특히 중국이 미 국채 비중 축소화 함께 금 매입을 진행하고 있어 3000달러를 하회하는 구간이 다시 발생하면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극적인 협상 타결로 금 가격이 단기 조정되더라도, 연말 3600달러 수준까진 여력이 있다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다만 금의 ‘김치 프리미엄’ 현상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금 시세가 국제 시세를 웃도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내 금 투자는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를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고 세제 혜택도 있기 때문이다. KRX금시장은 기본적으로 현물 투자 기반이다. 다만 국내선 금의 선물 거래 시장이 활발하지 못해 이따금 국제 가격과 괴리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이 괴리율이 20%에 육박했다가 좁혀지며 손실을 본 투자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이날 KRX금시장의 현물 금 가격은 그램당 15만1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의 현물 가격과 비교해 0.21%로 안정된 상태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2월은 금에 대한 미국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현물 수급이 꼬이며 이례적 괴리율이 나타난 것”이라면서도 “국내 금 시장은 선물 거래를 통한 가격 조정 기능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