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1400만 소액주주를 겨냥해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은 하나같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에서는 “이 후보가 성장을 주장하지만 정작 그가 내놓은 공약은 성장을 위한 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내용들”이라고 우려했다.
< 증시 활성화 대책 발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업계 참석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증시 활성화 대책 발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업계 참석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상법 개정 반대 “이기적” 매도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개미투자자 맞춤형’ 공약을 쏟아냈다. 상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지만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 후보는 “이번에 상법 개정에 실패했는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다시 하겠다”고 했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뿐만 아니라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도 상법 개정안에 담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해외 투기자본이 소수 지분으로 기업 경영을 뒤흔들 것”이라며 경영계가 우려하는 대표적 조항들이다.

이 후보는 “집안(국내)에서 규칙을 안 지켜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서 어떻게 글로벌 경쟁을 하겠는가”라며 “힘 있는 특정 소수의 저항으로 (통과되지 못해 시장에) 예측 불가능성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일부 단기 주가 하락을 초래한 상장사의 자금 조달과 중장기 사업 재편을 위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규칙을 어겼다’고 한 것이다. 이 후보는 “상법 개정안은 특별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다 하는 정상적 기업 기배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했다.

이 후보는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두고는 “이기적 소수의 저항”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가 주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은 상장사 2500개 정도만 해당되지만, 상법을 개정하면 100만 개 회사에 전부 적용된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은 “(이기적 소수는) 상법 개정안을 부결시킨 국민의힘 의원들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주가 부양을 위해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신규 취득하는 자사주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도 일정 기준을 넘어서는 상장사에는 소각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기업의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 등을 고려해 자사주 의무 소각 대상 상장사를 규정하는 방식의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유보적

이 후보는 이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인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해서 빨리 청산해야 한다”며 “이런 주식이 왜 있느냐”고 했다. 이를 두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 비교적 정제된 표현을 해 온 이 후보가 이날 비교적 공격적인 발언을 내놨다는 얘기가 나왔다. 기업 주가를 장부상 가치로 나눈 PBR은 1배보다 낮으면 주가가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단순히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청산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PBR이 0.3배 미만인 종목은 122개다. 코스닥시장에선 81개가 PBR 0.3배 미만이다. 이 후보가 언급한 것처럼 상장사 지위 유지 기준(연매출 30억원 등)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기업이 많지만 대기업 비중도 상당히 높다. 롯데하이마트(PBR 0.13배) 이마트(0.21배) 등이 속한 유통업종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 저가 제품의 공세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제철(0.16배), 롯데케미칼(0.17배) 등도 PBR이 0.1~0.2배를 오가는 수준이다.

이 후보는 “배당소득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세수 감소를 감수할 만큼 배당성향이 올라갈까에 대해선 정확히 분석해봐야 한다”고 했다. 배당소득세를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과세하는 것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형규/한재영/심성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