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삼성전자가 구형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발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첨단 제품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23일 공상시보 등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대만 고객사들에게 오는 6월을 끝으로 DDR4와 저전력 버전인 LPDDR4의 주문이 중단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나노급(1z) 공정에서 LPDDR4 8Gb(기가비트) 생산을 이달 중단한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1위 D램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덤핑 수준으로 범용 D램을 쏟아지면서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신 HBM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범용 D램에서 매출의 80~90%가 나온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D램 가격 하락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국산 D램 사용을 확대하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DR4 등 구형 제품 생산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일률적으로 공급을 끊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 사정에 따라 시점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제품 위주로 체질을 개선해 중국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이 대표적 사례다. D램을 여러 층으로 쌓는 HBM은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분야다. 마진도 일반 D램보다 5배가량 높다. CXMT가 HBM 양산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2세대 제품인 HBM2로, 최신 HBM3E(5세대)보다 3세대 뒤처져 있다.

삼성전자는 ‘HBM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질 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 생산을 고객 수요에 맞춰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의명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