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젊은 4급 직원들 '줄퇴사'
과거 로펌·금융사 이직 많았지만
최근 코인거래소·패션플랫폼 주목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떠나 민간 기업을 택하는 금융 엘리트 공직자가 급증하고 있다. 낮은 연봉과 격무에 지쳐 민간 금융회사로 떠나는 사례가 많다. 과거 로펌 고문이나 금융사 사외이사로 떠난 이직자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 들어선 암호화폐거래소, 패션 플랫폼, 방위산업체 등으로 옮기는 이가 늘어나는 추세다.
23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근 1년간(3월 말 기준) 금융위, 금감원 직원이 인사혁신처의 취업 심사를 받은 건수는 총 56건으로 집계됐다. 3년 전(2021년 4월~2022년 3월) 45건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예전엔 금융당국을 나온 이직자 절반 이상이 로펌 고문으로 이동하기 위해 취업 심사를 받았다. 전관(專管)의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 로펌을 찾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등 금융사 사외이사, 고문, 전문위원 등으로 적을 옮기는 이도 많았다.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있다. 특히 비교적 젊은 4급 직원이 짐을 싸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23년 1월 퇴사한 금감원 4급 출신 A씨는 신한라이프 차장급으로 옮기기 위해 심사받았다. 또 다른 4급 B씨는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팀원을, C씨는 네이버 손자회사인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 매니저를 택했다.
금융 엘리트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직업군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취업 심사를 받은 56건 중 두나무, 빗썸 등 암호화폐거래소 관련 업체가 심사 대상에 오른 횟수는 총 5회였다. 과거 최다 이직처인 로펌(5회)과 같다.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은행권(4회), 증권사(4회), 저축은행(3회) 등 전통 이직처를 웃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고려대 등 민간 기업과 대학으로 이직하려는 사례도 등장했다.
대신 심사 문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취업 제한, 불승인 판정을 받은 사례가 9건으로 적지 않다. 금감원 2급 출신 한 직원은 동양생명 상무와 SBI저축은행 상근감사위원 취업 심사를 두 차례 통과하지 못했다.
대부업체인 태강대부 임원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 심사를 받은 또 다른 금감원 2급 직원은 한 차례 취업 제한 처분을 받은 뒤 다음달 재심사를 통해 승인받았다.
보험연수원 연수본부장으로 옮기려던 금감원 2급 직원이 취업 심사에 가로막힌 사례도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데다 민간으로 이직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조직문화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며 “채용하는 기업도 고위직보다는 일 잘하는 실무자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