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서해 알박기' 하는데…정부 반대에 대응 예산 절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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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1100억 요구했지만 '수용 곤란'
"국제 사회 잘못된 시그널" 우려도
"국제 사회 잘못된 시그널" 우려도

'中 서해 구조물 비례 대응' 예산, 추경 예비심사서 절반만 통과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중국의 서해 구조물 비례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안에 대해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해수부 측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한 구체적 비례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예산사업으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국회 측이 요구한 당초 1100억원 규모의 중국 서해 구조물 대응 추경 금액은 절반 수준인 605억으로 결정됐다.
앞서 정희용·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이 지난 2018년부터 PMZ에 배치한 이동식 대형 구조물 선란(深藍)’ 1·2호기에 비례 대응하기 위한 1100억원의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비례 대응은 PMZ에 중국과 유사한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서해 구조물 비례 대응을 위한 추경 증액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여야 이견은 없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중국 측에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서해 구조물 비례 대응 예산 반영을 소위 회의에서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중단을 촉구하는 당 차원의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측이 이에 반대하면서 관련 예산은 절반가량 삭감된 채 오는 30일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에 오르게 됐다. 이는 국회 측 추산 기준으로 1기의 대응 구조물만을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이다.
정부 "협의 마치지 않아 삭감 불가피"
그동안 정부는 비례 대응 관련 예산 편성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외통위 회의 답변에서 “비례적 대응 조치를 포함해 실효적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비례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부분을 고민하고 정부에서 공동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예산 삭감이 국제 사회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이미 중국이 구조물 설치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이 비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이 가만히 있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이후 정부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가운데 정부 부처가 외교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추경 편성이 결정되면 올해 안에 관련 예산을 전부 집행해야 한다”며 “비례 대응 시설물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 관계 부처와 협의해야 해 독자적인 결정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가 전략을 중국에 사전 노출하게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감안해 적정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연구 용역 관련 예산도 이번 추경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정상원/이광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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