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영빈관 정원구역에서 만나 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을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했다. /사진=뉴스1
금수산영빈관 정원구역에서 만나 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을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했다. /사진=뉴스1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북한에 군사적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고만 한 탓에 러시아에 끌려다니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적인 군사 협력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은 "평양에 러시아·우크라이나戰 전사자 위령비 세우겠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무력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로 종결됐다”며 “북한군 부대가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에 참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말 1만2000명 규모(국가정보원 추정)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수도에 곧 전투 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며 희생된 군인들의 묘비 앞에 영생 기원의 꽃송이들이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 동지께선 전황이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참전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조약 4조는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조항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작년 8월 우크라이나군이 국경 인접 지역인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기습 점령한 것을 침략이라고 주장한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2년 이상 지속된 끝에 러시아군에 자국 영토를 20%가량 점령당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병력을 분산시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기습 작전을 벌였다. 이후 북한이 전격 가세하며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러·북 연합군에 격퇴당했다.

정부 "북한이 스스로 범죄 행위 자인한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북한군은 우리 영토를 침공한 우크라이나 신나치 부대를 격퇴한 전투에서 적극적 역할을 했다”며 “우리는 이를 높이 평가하며 개인적으로는 김정은 동지에게, 그리고 전체 지도부 및 북한 인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 병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 조국을 자신들의 것처럼 수호한 북한 병사들이 전투 중 보인 영웅적 행위와 탁월한 훈련도,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내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인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얼굴을 마주할지는 미지수다. 크렘린궁은 "아직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과 접촉할 계획은 없디"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측은 "필요할 경우 북한에 군사적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파병한 사실을 인정한 북한을 규탄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한 것은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적 행위로 이를 공식 인정했다는 것도 스스로 범죄 행위를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 역시 "정부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한 북한의 파병이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임을 지적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며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와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