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달 8∼10일(현지시간) 사흘간 일시 휴전을 선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전승절)을 맞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군사 작전을 중단하겠다는 명분이다.

크렘린궁은 28일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승전 80주년을 기념해 휴전을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휴전 시간은 5월 8일 0시부터 10일 자정까지 72시간이다. 러시아는 5월 9일을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국가 공휴일로 삼고 있다.

크렘린궁은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위반할 경우 러시아군은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전제조건 없는 평화 회담에 준비돼 있으며, 국제사회와 건설적인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승절 휴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겨냥해 “푸틴은 전쟁을 중단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한 지 이틀 만에 전격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2차 제재를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부활절(19일)에도 30시간 동안 일방적 휴전을 선언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휴전 위반을 주장하며 공방을 벌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부활절 기간 우크라이나군이 약 4천900건의 휴전 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단기 휴전’에 반발하고 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최소 30일간 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30일간 휴전을 요구했으나, 러시아는 이에 응하지 않고 짧은 일시 휴전만 반복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별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전제조건 없는 평화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협상 금지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화 개시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소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