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코파이 1박스, 단팥빵 2개…배고픈 '노인 장발장'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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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절도범 3년새 43% 급증
고물가 속 생계 어려워져
식료품 등 생필품 절도
고물가 속 생계 어려워져
식료품 등 생필품 절도

고령화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생계를 위해 절도를 저지르는 '노인 장발장'이 늘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절도범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집계될 만큼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복지 제도 접근성을 높이고 독거노인 등 고립 가구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에 나서는 등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급증하는 '노인 장발장'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절도 피의자는 2만6281명으로 2021년(1만8376명)에 비해 4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절도범 검거 증가율(18.4%)과 비교해도 노인 절도범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지난해 전체 절도범 검거인원(10만1432명)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9%에 달했다.경찰에 따르면 노인 절도의 대부분은 식료품 등을 노린 생계형 범죄로 분석된다. 지난달 종암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겨진 6건 중 3건은 80세 이상 고령층의 생계형 절도였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경찰과 외부 위원이 경미한 범죄에 대해 초범 여부, 반성 태도,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훈방 조치하는 등 처벌 수위를 조정하는 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들이 마트, 편의점, 무인점포 등에서 식료품 등을 훔치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창원 진해의 한 마트에선 78세 노인이 한개에 2000원짜리 단팥빵 두 개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10년 전부터 뇌경색을 앓아온 이 노인은 아내와 단둘이 지내오며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물가로 생계 어려워져 범행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빈곤 노인의 생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물 물가상승률은 4.8%, 수산물은 6.4%로 각각 33개월,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도 전월 대비 3.2% 올라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3년 기준 38.2%로, OECD 평균(14.2%)의 약 3배에 이른다. 전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약 246만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101만5000여명으로 전체의 41.3%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복지정보 접근성이 낮은 독거노인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고 분석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생활수급,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등 생계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고령층이 여전히 많다"며 "이들이 생활고 끝에 절도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독거 노인은 2021년 176만9260명에서 지난해 219만6738명으로 24.2% 늘었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려운 노인 가정을 상시 모니터링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사무소나 구청 등 행정기관이 통반장이나 자원봉사자 등과 협력해 촘촘한 복지망을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진 기자 [email protected]
김다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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