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에 1달러를 투자하면 최대 19배의 사회적·경제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런 효과를 더 늘리기 위해선 접종률이 높아져야 합니다. 백신을 많이 맞을수록 입원율이 줄고 사회 경제적 비용 지출도 절감할 수 있죠.”
레슬리 창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시아태평양(GCI) 정책·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이 대상포진 등 성인 백신 도입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GSK코리아 제공
레슬리 창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시아태평양(GCI) 정책·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이 대상포진 등 성인 백신 도입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GSK코리아 제공
레슬리 창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시아태평양(GCI) 정책·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성인도 백신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창 부사장은 2005년 GSK 호주법인에 입사한 뒤 본사와 아시아태평양 법인 등을 오가며 정책·대외협력, 기업 인수 등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의 백신도입 정책 등을 분석하고 각국 정부와 협력을 확대하는 역할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질병관리청이 주최한 ‘세계예방접종주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창 부사장이 최근 집중하는 것은 대상포진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진입이다. 그는 “대상포진은 정부의 적절한 재정 투자와 지원이 있으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공공 보건 향상, 사회·경제적 부담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심포지엄을 통해 각국의 NIP 사례를 공유했다.

“호주와 영국은 정부가 100% 비용을 지원한다. 2013년부터 대상포진 생백신을 지원해온 영국은 2023년부터 GSK의 단백질 재조합 백신을 NIP로 선택했다. 초기 접종 대상은 70세 이상이었지만 이후 5년간 70세에서 65세로, 그다음 5년간 65세에서 60세로 연령 기준을 낮춰 더 많은 인원이 접종하도록 했다. 호주는 작년부터 NIP에 대상포진 백신을 포함해 65세 이상 성인 모두에게 무료 접종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접종자 본인 부담을 늘리는 모델도 늘었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국가와 국민이 분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일본은 올해 4월부터 대상포진 백신에 중앙 정부 30%, 지자체 20%의 보조금을 지원해 총비용의 50%를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개인이 부담한다. 싱가포르도 비슷한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9월부터 정부가 접종 비용의 절반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무료가 아니라는 정책 철학을 갖고 있다. 국민들이 일부라도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접종 대상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의료진이 연령과 건강 상태, 면역 저하 여부 등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백신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미국 성인 4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의료진의 권고는 백신 수용성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권고받지 않은 성인 대비 권고받은 성인의 백신 접종률은 15% 더 높았다.”

▷대상포진 백신을 NIP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은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들이 건강하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다. 대상포진은 인구 3분의 1이 경험할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이다. 50세 이상 고령층은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은 정부 지원이다.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대상포진의 고령층 대상 국가예방접종 지원이 꼭 필요하다.”

▷경제적 효과 연구도 많이 이뤄졌다.

“미국에선 대상포진 단백질 재조합 백신 접종률을 7%에서 14%로 2배 높이면 대상포진 발생 건수가 50만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은 4만건 가량 예방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비용은 1억4000만달러 가량 아낄 수 있었다,”

▷영유아기 의무 접종에서 고령층과 성인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백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성인도 백신 예방접종이 당장 필요하다라는 인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예방= 투자’로 생각해 백신 접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예방보다 치료에 비용을 지급하는 게 익숙하다.

“정부가 ‘예방’을 보다 명확하게 국가 아젠다에 포함해야 한다. 예산이 들기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 성인 예방접종이 효과적으로 정착하면 기업은 해당 국가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국민은 소아부터 성인까지 생애 전 주기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백신 시스템을 누릴 수 있다. 백신을 통해 고령 인구가 생산성을 유지하면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지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