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비대면진료가 37년째 시범사업에 머물고, 약 배송 서비스도 허용되지 않는 등 까다로운 규제에 지친 결과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들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중점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화상전화 비대면진료 서비스 닥터콜을 개발한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해 태국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태국 상급병원과 협력해 원격진료와 건강관리 솔루션을 현지화하고 있다. 태국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제약이 적고, 약 배송 역시 제도적으로 허용돼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닥터나우는 지난해 2월 일본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같은 해 7월부터 야마토운수 등 현지 택배회사들과 함께 약 배송을 시작했고, 음식배달 플랫폼인 우버이츠와 제휴한 실시간 약 배송도 준비하고 있다.

메디히어는 법인 병원이 불가능한 국내 법규를 피해 2019년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김기환 메디히어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건비를 70% 줄일 수 있는 솔루션과 인프라를 개발했다”며 “이미 시스템이 마련된 병원에 이식하기보다 새로 여는 병원에 구축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미국에서 메디히어 소유 병원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병원 6개를 소유해 운영 중이며 연내 2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룰루메딕은 2022년 베트남에서 재외국민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여행자보험, 긴급 이송 등을 제공하는 어시스트카드코리아를 인수해 해외 의료 지원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은 비대면진료와 약 처방·배송 등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이상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은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