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오요안나 '괴롭힘' 사실로..."MBC 직원 절반은 갑질 경험"
MBC(문화방송) 내부에서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과 갑질이 공개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밝혀졌다. 다만 MBC 기상캐스터의 업무 특성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고용부는 MBC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직원의 과반은 ”괴롭힘을 당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한 사실도 밝혀졌다. 고용부는 “MBC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 문화를 확인했다”며 개선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19일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에서 지난 2월 1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인은 2021년부터 MBC 보도국 기상팀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유족은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MBC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 "괴롭힘 있었다...괴롭힘 금지법은 적용 안 돼"

이날 고용부는 “고인(故人)에 대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최종 판단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고인은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단순한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괴롭힘 행위를 반복해서 당했다. 일례로 고인이 MBC를 대표해 유명 예능프로인 ‘유퀴즈’에 출연하게 되자, 선배 기상캐스터가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면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하기도 했다.

비록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런 행위가 이뤄졌지만, 고용부는 “고인이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3년 이내의 사회 초년생이고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여러 차례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지도·조언에 대해 선·후배 간 느끼는 정서적 간극이 컸고,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기상캐스터가 각각의 독립성·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당사자들 간에 선·후배 관계로 표현되는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선·후배 간 갈등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고인 조사, 고인의 SNS, 노트북 등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기상캐스터의 업무처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그 근거로 고 오 씨 등 MBC 기상캐스터가 △MBC와 계약된 업무(뉴스 프로그램 출연) 외에는 문화방송 소속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행정, 당직, 행사 등 다른 업무를 하지 않은 점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하거나 엔터테인먼트사에 가입하고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이나 개인 영리활동을 했고 그 수입이 전액 기상캐스터에게 귀속되는 점 △기상정보 확인, 원고 및 CG 초안 작성 등 주된 업무수행에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점 △취업규칙·복무규정 적용을 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방송 시작 2~3시간 전 자유롭게 출근하고 방송이 종료되면 별도 절차 없이 자유롭게 퇴근한 점 △별도로 정해진 휴가 절차도 없으며, 기상캐스터 간 상호 조율을 통해 업무 대체 후 휴가를 실시하고, 방송 출연 의상비를 기상캐스터가 직접 코디를 두고 지불한 점 등을 들었다.

○MBC 직원 51% “괴롭힘 경험하거나 목격”

고용노동부는 감독 기간 중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주간(3.18.~4.4.) 조직문화 전반에 대해 총 17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252명 중 115명(응답자의 51%)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본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입직 경로에 따른 부당한 대우, 무시 등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정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폭언, 욕설하지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 △직장동료와 러브샷 요구, 옷차림과 외모 지적하며 신고하지 말라는 비꼬는 말투 △남녀 동료끼리 커플로 엮으려고 하는 등 사적인 농담으로 이상한 분위기 조성 △부서 내에서 정규직임에도 입사 시 계약직인 점 때문에 신입 사원보다 못한 처우를 하고 외주사 직원과 동일시하며 모멸감을 준 사실 등도 드러났다.

기타 노동관계법령 위반 현황도 적발했다. 방송지원직·계약직 등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연차휴급 과소 부여, 휴일근로 수당 체불, 퇴직연금 과소납부, 배우자출산휴가 미부여, 변경 취업규칙 미신고 등 총 1억8400만원(691명)의 임금체불을 포함해 6건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을 적발해 즉시 범죄인지(4건)하고 과태료(2건, 1540만원) 부과 조치를 내렸다.

고용노동부는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 나갈 계획이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그간의 지속적인 방송사에 대한 지도․감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므로 향후 주요 방송사에 대해서도 적극 지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