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용돈벌이 된 축제 티켓..."장당 30만원, 18배 비싸도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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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거래에 대학사회 '골머리'
단속 강화했지만 우회수법 속속 등장
공기계 동원·신분증 대여까지
단속 강화했지만 우회수법 속속 등장
공기계 동원·신분증 대여까지

○신분증까지 빌려주며 암표 판매
21일 연세대에 따르면 응원단은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연세대 축제)'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응원단원들이 일반 구매자로 가장해 암표 판매자의 전화번호나 이름을 파악한 뒤, 이를 티켓 당첨자 정보와 대조해 해당 티켓을 무효화하는 방식이다.작년부터는 실물 티켓을 배부하는 대신 당첨자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모바일 티켓을 전송하고, 축제 입장 시 해당 화면을 제시하도록 입장 방식을 변경했다. 제3자에게 티켓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학생들은 이 같은 조치를 피해가기 위해 공기계(별도 스마트폰)까지 동원해 암표를 거래하고 있다. 티켓 판매자의 카카오톡 계정을 공기계에 일시적으로 옮긴 뒤, 이를 구매자에게 넘겨 입장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입장 시 신분 확인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판매자의 신분증까지 함께 빌려주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이같은 암표 거래글이 이번 달 들어 500개 이상 게재돼 있다. 시세는 정가(1만7000원)의 약 12~18배에 달하는 20만~3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3년 연속 아카라카 티켓팅에 실패했다는 연세대 재학생 신모 씨(24)는 "애초에 갈 생각이 없는 학우들이 티켓에 당첨된 뒤 되팔기에 나서는 게 문제"라며 "일부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정작 정말 가고 싶은 사람은 티켓을 못 구하는 상황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응원단은 축제 당일 학생증과 신분증을 함께 확인해 본인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선 "같은 성별에게 신분증을 함께 빌려준다"는 식의 암표 판매 글이 여전히 쉽게 발견되고 있다.

고려대 졸업생 이모 씨(26)는 "입실렌티는 고려대생들에게 일종의 로망 같은 행사"라며 "비싸게 표를 사는 게 억울하긴 해도 1년에 한 번뿐인 축제인 만큼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느끼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법적 공백에 단속 어려워
암표 거래는 이들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돌 공연을 보기 위해 대학 축제를 찾는 수요가 몰리면서 암표 거래는 매년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티켓을 선착순 또는 추첨 방식으로 배부하면서 대학 익명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당근마켓, X(옛 트위터) 등을 통해 외부인들을 상대로 한 재판매도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중앙대 축제기획단도 지난 13일 "아티스트 라인업 공개 이후 불법 티켓 거래와 학생증 등 개인정보 양도가 시도되고 있다"며 "암표 거래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고 공지했다.
문제는 이를 단속할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암표 처벌 규정이 담긴 경범죄처벌법은 처벌 대상을 현장 거래에 한정하고 있다. 공연법 역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티켓을 재판매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개인 간 소규모로 이뤄지는 암표 거래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며 “이같은 법적 공백 때문에 대학가에 벌어지는 암표 거래는 단속도 어렵고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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