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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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통령선거가 2주 안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진영의 단일화 작업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냉랭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단일화 데드라인' 전 극적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작업을 마쳐야 할 '1차 데드라인'을 본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5일의 하루 전인 24일로 보고 있다. 이때 단일화해야 본투표 용지에 사퇴한 후보의 기표란에 붉은색으로 '사퇴'라고 표기돼, 사표(死票)를 막을 수 있어서다. 만약 인쇄가 시작된 뒤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본투표 용지에는 별도로 '사퇴'라는 표기가 없게 된다. '2번 국민의힘 김문수', '4번 개혁신당 이준석' 등 후보자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어, 단일화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2차 데드라인'이자 마지막 시한은 사전투표 전날인 5월 28일이다. 사전투표 때까지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본투표 전 성사되더라도 수백만개가 넘는 표를 버리는 셈이 될 수 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은 36.93%로, 약 1632만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다만 28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사전투표 용지에는 후보 사퇴 사실이 적힌다. 사전투표 용지는 본투표 용지와 별도로 인쇄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극적인 단일화를 이뤘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은 사전투표 하루 전인 2022년 3월 3일에 단일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때 두 사람은 2차 데드라인을 따랐던 셈이다.
2022년 3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3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과 안 의원의 단일화 직전 실시된 한국갤럽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39%, 38%로 1%포인트 차 초접전을 벌이고 있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2%였다. 양당 후보 입장에서는 안 의원과의 단일화가 당락을 가를 수 있었던 판이었다. 21일인 이날은 이번 대선 2차 데드라인의 정확히 일주일 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날로부터 앞으로 향후 일주일간 공표되는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가 단일화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여론조사가 많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향후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고,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돌파하면 단일화로 승산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다. 전날 공표된 에브리리서치 여론조사(에브리뉴스·미디어로컬 의뢰)에서는 이재명 후보 46.0%, 김문수 후보 41.6%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 여론조사 가운데 처음 나타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준석 후보 포섭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와 토론하는 걸 보면 우리 둘이 전혀 다른 게 없다. 우리 당의 여러 문제점 때문에 밖에 나가계시는데, (선거는) 같이 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준석 후보와 우리는 결국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한때 앙숙이던 안철수 의원은 연일 이준석 후보에 러브콜을 보낸 데 이어 이날 이준석 후보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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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단일화에 대해 "아무런 명분 없는 야합에 불과하다"(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 등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아울러 혹시 모를 반전을 우려해 '낙승, 압승' 등 선거 결과에 대한 발언을 금지하는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섣부른 낙관은 투표율 하락으로, 오만함은 역결집으로 이어질 뿐"이라며 "실언하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출마 초기부터 쭉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는 전날 SBS 라디오에서 "절차나 과정 자체가 굉장히 구태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전혀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오고, 김 후보와 본인의 지지율을 합하면 이재명 후보를 능가하는 상황에서도 단일화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도 "안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탄 모델(총선 승리 모델) 외에는 승리 방정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에브리리서치 여론조사는 지난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RDD를 활용한 무선 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응답률은 5.5%다. 한국갤럽 조사는 2022년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이 RDD를 활용해 인터뷰(무선 90%, 유선 10%)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응답률은 16.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