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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미네이터와 렘브란트 사이, 필립 미라조비치의 금빛 흔적들

    아티스트가 작품의 해석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작품에 담긴 개인적 경험이나 견해를 최대한 감춘 채 온전히 관람자에게 해석을 맡기는 경우와 자신만의 명확한 의견과 이야기를 제시하며 감상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경우다. 세르비아 출신 화가 필립 미라조비치(Filip Mirazović)는 후자에 가까운 아티스트다.프랑스를 기반으로 30년간 꾸준히 활동해 온 화가 미라조비치가 서울 삼청동 레이지 마이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키아프(KIAF)와 아트오앤오(Art OnO) 참가 이후 올해 처음으로 국내 관람객과 만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난 10년간 발전시켜온 연작의 최신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미라조비치는 거리낌 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작품에 녹여낸 인생의 다양한 장면들을 들려주었다.“이런 게 바로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죠.” 어디선가 붓과 팔레트를 들고 나타난 작가는 재치 있는 멘트를 던지며 즉석에서 작품을 리터치하기 시작했다. 스스럼없이 작품 앞에 앉아 긁힌 자국을 손본 그는 자신을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이 그의 손을 떠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필립은 고전 회화와 서브컬처를 혼합한 독창적인 회화 스타일을 선보인다. 표면적으로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형상들은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인 ‘테슬라봇’ 혹은 고대 조각상을 연상시킨다. 이는 그가 어린 시절 열광하던 SF소설과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에서 받은 영향과 렘브란트, 루벤스 등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에서 받은 인상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

    2025.05.12 11:18
  • 희미해지는 기억처럼…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사진들

    순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우리는 카메라를 꺼내 든다. 기억은 쉽게 휘발되기 마련이어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을 되뇌며 언젠가 꺼내 볼 날을 기약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는 기억처럼, 사진도 서서히 흐려진다면? 그런 사진도 여전히 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백정기 작가의 작품은 이 같은 의문을 동반한다. 작가는 자연 풍경을 촬영한 후 그 장소에서 단풍잎이나 꽃을 채취한다. 이렇게 주워 모은 식물로 잉크를 만들어 사진을 인화한다. 특별한 잉크로 출력한 사진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서 점점 색이 바래고 흐려지는데, 그는 이 과정을 늦추기 위해 특수 제작한 장치에 작품을 넣어 전시한다.그의 개인전 ‘is of’가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벽에 걸린 작품들은 복잡한 회로 장치와 실린더가 부착돼 있어 일반적인 사진과는 다른 낯선 인상이다. 작가는 사진 표면을 에폭시 레진으로 덮은 뒤 장치 안에 넣어 산소와의 접촉을 막는다. 그가 직접 만든 이 체임버는 산소를 비활성 기체인 질소로 치환해 색소와의 화학반응을 막아 사진 속 색을 의도적으로 가두는 역할을 한다.전시장에 직접 나와 설명을 보탠 작가는 “이 체임버에는 사진을 통제하고 구속하는 인본주의적 기술력이 담겨 있다”며 “제 작품에는 변화하려는 자연과 붙잡아 두려 하는 인간의 욕망이 동시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작가 의도에 따라 벽이 아닌 곳에 전시한 작품도 있다. 그는 “초창기 풍경 사진, 특히 19세기 미국 서부를 촬영한 사진은 그 지역을 개척하고 정복하려는 인간 욕망이 내재돼 있다”며 “여전히 우리

    2025.05.11 16:57
  • ‘사라지는 것’까지가 작품…단풍잎과 꽃의 색이 그려낸 풍경

    순간은 영원하지 않기에, 우리는 카메라를 꺼내 든다. 기억은 쉽게 휘발되기 마련이라,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을 되뇌며 언젠가 꺼내 볼 날을 기약하곤 한다. 그런데 만약 사진이 남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는 기억처럼, 사진도 서서히 흐려진다면? 그런 사진도 여전히 사진이라 부를 수 있을까.백정기 작가의 작품은 이 같은 의문을 동반한다. 작가는 자연 풍경을 촬영한 후, 그 장소에서 단풍잎이나 꽃을 채취한다. 주워 모은 식물로 잉크를 만들어 사진을 인화한다. 특별한 잉크로 출력한 사진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서 점점 색이 바래고 흐려지는데, 그는 이 과정을 늦추기 위해 특수 제작한 장치에 작품을 넣어 전시한다.작품에 병렬된 욕망과 섭리그의 개인전 ‘is of’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열리고 있다. 전시장 벽에 걸린 작품들은 복잡한 회로 장치와 실린더가 부착돼 있어 일반적인 사진과는 다른 낯선 인상이다. 작가는 사진 표면을 에폭시 레진으로 덮은 후 장치 안에 넣어 산소와의 접촉을 막는다. 그가 직접 만든 이 챔버는 산소를 비활성기체인 질소로 치환해 색소와의 화학 반응을 막아 사진 속 색을 의도적으로 가두는 역할을 한다.전시장에 직접 나와 설명을 보탠 작가는 “이 챔버에는 사진을 통제하고 구속하는 인본주의적 기술력이 담겨 있다”며 “제 작품에는 변화하려는 자연과 붙잡아 두려 하는 인간의 욕망이 동시에 드러난다”고 전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벽이 아닌 곳에 전시한 작품도 있다. 그는 “초창기 풍경 사진, 특히 19세기 미국 서부를 촬영한 사진은 그 지역을 개척하고 정복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2025.05.07 08:38
  •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신뢰를 묵묵히 쌓아 올린 사람들

    장인의 손길을 거쳐 비로소 작품이 되는 물건들, 조금 느리더라도제대로 만드는 것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이탈리아는 아름다움이 숙련된 손끝에서 피어나는 나라입니다.”할리우드 배우 미셸 여가 책 서문에 남긴 이 한마디처럼 이탈리아를 논할 때 장인 정신을빼놓기는 어렵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라는 문구에 담긴 신뢰는 하루아침에형성된 것이 아니다. 수 세대에 걸쳐 쌓아온 기술과 전통, 그리고 이를 지켜온 장인들의 손끝에서완성된 역사다.이 장인 정신에 집중하는 책이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모빌레(Salone del Mobile)’ 기간 동안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토즈(Tod’s)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공개됐다.토즈의 헤리티지를 대표하는 드라이빙 슈즈 고미노(Gommino)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기획한 책으로, 이탈리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장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리공예,테라코타 도자기, 황동·청동 세공, 페스토 제조까지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을 찾아 그들의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기존 장인들과 협력하며 기술을 이어받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장인들을함께 소개하고, 장인 정신의 가치가 세대 간 다리 역할을 하며 미래에도 필수적인 가치라는점을 강조한다.강은영 기자 [email protected]

    2025.05.02 09:48
  • 게으르고 무기력한 그대, 혹시 시한폭탄맨?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것이다. 아침 단꿈을 방해하는 알람시계를 부숴버리고 싶다는 생각. 여기 그 순간을 작품으로 실현한 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샘바이펜. 본명은 김세동이다.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샘바이펜 작가의 개인전 ‘LAZY’가 진행 중이다. 전시장 초입에서 아침의 게으름을 형상화한 작품 ‘CLOCK’을 만날 수 있다. 상상이 현실화된 듯 망치가 꽂혀 부서진 벽시계 모양이다. 만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비주얼의 이 작품이 전시 전반에 영감을 이끌었다.샘바이펜 작가는 디자이너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다.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미국 뉴욕 파슨스 스쿨에 입학했지만 이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판단에 중퇴하고 만다. 하지만 빈 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와 사회주의 이미지의 유사성을 발견한 그는 ‘나만의 것’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패러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2015년 그의 첫 작업 소재가 된 것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의 캐릭터였다.양날의 검된 콜라보레이션작가는 포켓몬스터와 스펀지밥, 심슨 가족, 호빵맨 등 익숙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친숙한 서사와 캐릭터 작업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은 그는 이를 바탕으로 유수의 브랜드와 많은 협업을 진행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부터 아모레퍼시픽, NBA, 원 소주, 시세이도, 모나미, GS리테일, 포르쉐, 나이키 등 그 분야와 협업의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브랜드 협업을 통해 탄탄히 입지를 다져가던 그는 돌연 슬럼프를 겪게 된다. 작가로서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도와준 브랜드 협업이 어느새 그의 발목을

    2025.04.30 09:49
  • '밤 8시의 미술관'…40명에게만 열린 인상파의 빛

    지난 28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내 복합문화 전시 공간 ALT.1. 평소라면 입장이 마감됐을 시간이지만 관람객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 영업이 종료된 뒤에도 더현대는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전시장의 불을 환히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프리미엄 문화예술 매거진 ‘아르떼’ 정기 구독자를 위해서다.한국경제신문은 아르떼 매거진 정기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나이트 뮤지엄’ 행사를 열었다. 창간호부터 정기 구독을 이어온 독자 중 총 60명(구독자 1인당 1명 동행)을 추첨해 사흘간 프라이빗 도슨트 투어를 제공하는데, 이날이 첫 행사였다. 입구에서 만난 관람객 A씨는 “백화점이 모두 문을 닫고 오직 저만을 위해 전시회를 열어주는 것 같다”며 “꼭 VIP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행사는 최예림 도슨트의 해설로 시작됐다. 작품 이해를 돕는 다양한 시각 자료와 함께 인상파 화가들의 뒷이야기를 쉽고 생생하게 전했다. 고요한 적막이 깔린 전시장에 나긋하게 울려 퍼지는 도슨트의 목소리에 모여든 관람객들은 마치 작품 속으로 빠져 들어갈 듯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50분간의 도슨트 투어가 끝난 뒤에는 전시장 자유 관람이 30분 동안 이어졌다. 1157㎡(약 350평)의 공간을 단 40명 관람객이 전세 낸 듯 여유롭게 누비며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졌다.참석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아르떼 매거진을 구독 중인 아버지의 권유로 이곳을 찾은 한 방문객은 “그림이 작은 편이어서 사람이 많았다면 자세히 관람하기 힘들었을 텐데 아르떼 매거진을 구독한 덕분에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어 아버지에게 매

    2025.04.29 17:09
  • '밤 8시의 미술관'…40명에게만 열린 인상파의 빛

    28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더현대 백화점 내 복합문화 전시공간 ALT.1. 평소라면 입장이 마감됐을 시간이지만 관람객들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백화점 영업이 종료된 뒤에도 더현대는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전시장의 불을 환히 밝혔다. 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프리미엄 문화예술 매거진 ‘아르떼’ 정기구독자들을 위해서다.한국경제신문은 아르떼 매거진 정기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나이트 뮤지엄’ 행사를 열었다. 창간호부터 정기구독을 이어온 독자들중 총 20명(구독자 1인당 1명 동행)을 추첨해 프라이빗 도슨트 투어를 제공하는데, 이날이 첫 행사였다. 입구에서 만난 관람객 A씨는 “백화점이 모두 문을 닫고 오직 저만을 위해 전시회를 열어주는 것 같다”며 “꼭 VIP가 된 기분”이라고 설렌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행사는 최예림 도슨트의 해설로 시작됐다. 작품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시각 자료와 함께 인상파 화가들의 뒷이야기를 쉽고 생생하게 전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아르떼 매거진 구독자답게 모두가 열정적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고요한 적막이 깔린 전시장에 나긋하게 울려퍼지는 도슨트의 목소리에 모여든 관람객들은 마치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갈 듯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50분간의 도슨트 투어가 끝난 뒤에는 전시장을 30분 동안 자유 관람이 이어졌다. 약 350평의 공간을 단 40명의 관람객이 전세낸 듯 여유롭게 누비며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졌다.참석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아르떼 매거진을 구독 중인 아버지의 권유로 이곳을 찾은 한 방문객은 "그림이 작은 편이라 사람들이 많았다면

    2025.04.29 10:07
  • 1마일=4분 기록 깨질까…'불가능'을 '꿈'으로 치환한 나이키와 페이스의 도전

    ‘1마일 4분’, 오랫동안 여성이 뛰어 넘지 못한 이 기록에 나이키와 케냐 육상 선수 페이스 체픈게티 키피에곤(Faith Chepngetich Kipyegon)이 도전장을 던진다.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하기 위한 프로젝트 ‘브레이킹4(Breaking4)’가 파리 현지 시간으로 오는 6월 26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샤를레티(Stade Charléty)에서 시작된다.러닝은 나이키의 출발점이었다. 미국 오리건 대학의 전설적인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신발을 만든 데서 출발한 브랜드가 바로 나이키다. 탄생부터 러너를 위한 브랜드였고, 지금까지도 러닝은 나이키의 중심 철학이자 정체성이다. 러닝에서 시작된 나이키가, 다시 러닝으로 세상의 한계에 도전한다.‘1마일 4분의 장벽’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다 1954년 영국의 육상 선수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가 최초 3분대 기록으로 이 벽을 깬 이래로, 고등학생을 포함해 약 2,000명의 남성 선수가 이 기록을 달성했다.그러나 여성 1마일 달리기는 더딘 발전 속도를 보여왔다. 1989년 7월 10일 파울라 이반(Paula Ivan)의 기록부터 2023년 7월 21일 페이스의 현재 기록까지 34년간 단 8초밖에 단축되지 않았다. 페이스는 지난 2023년 모나코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1마일을 4분 7초 64에 달려 현재 이 기록에 가장 근접한 여성 선수다.그렇다면 1마일을 4분 이내로 들어오는 것이 여성 선수에게 얼마나 어려운 도전일까. 많은 전문가가 현재까지도 넘지 못한 장벽으로 남아 있을 만큼 매우 어려운 기록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헤모글로빈 수

    2025.04.28 11:19
  • 푸른색을 짝사랑하는 화가가 그린 밤 풍경의 변화들

    밤은 모든 것을 모호하게 만든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도시의 풍경을 이루는 윤곽선은 흐릿해지고 낮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같은 사물이라 할지라도 시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벨기에 브뤼셀 태생의 화가이자 조각가 해롤드 앤카트는 밤 풍경이 만들어내는 이 변화와 변신에 주목했다.가고시안 소속인 작가의 신작 회화가 한국에서 공개됐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APMA 캐비넷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좋은 밤’을 통해서다. 앤카트의 작품은 캄캄한 밤이 연상되는 어두운색 배경 위에 쌓인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밝은색이 두드러진다.작가의 작업 방식을 듣고 나면 그에게 오일 스틱이 최적의 재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나는 주도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타입이라기보다 회화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물감이 이끄는 대로 표현하는 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 실루엣을 정해놓지 않고 작업 과정 중에 떠오르는 대로 선을 그리고 색을 채워 넣는 것을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오일 스틱은 손으로 잡고 캔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붓이나 나이프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표현에 적합하다.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총 5점으로 모두 밤의 풍경을 중심으로 전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화가에게 색이란 자녀와 같아서 모든 색을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오랫동안 푸른색을 짝사랑해왔다”며 “밤 풍경을 그리기로 정한 이유 중 하나도 내가 사랑하는 파란색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소개했다.그의 작품들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이뤄졌다. 두 점

    2025.04.20 17:14
  • 한국 문학을 사랑한 런던의 화가 헬러만, 9m 벽에 그려낸 '단오'

    축제는 언제나 함께여야 완성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일상화되고 언제 어디서든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 사회라 해도, 축제는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해야 진행할 수 있다. 일상의 경계에서 잠시 벗어난 이 시간에는 생생한 감정과 공동체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 때문일까. 화가들은 오래전부터 축제의 장면을 그려 왔다. 멕시코의 국민 화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는 멕시코 전통 축제를 대형 벽화로 생생히 구현했고, 색채의 마술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서커스와 결혼식, 음악 축제의 장면을 몽환적인 이미지로 승화했다.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피 폰 헬러만(Sophie von Hellermann)은 한국의 전통 명절 ‘단오’가 만들어내는 모습을 캔버스에 옮겼다. 서울 마곡 스페이스K에서 20여 점의 신작 회화와 대형 벽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 ‘축제’가 진행된다.모든 생애가 축제의 시간이번 전시에서 소피는 단오를 비롯한 축제의 풍경과 한국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그간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문화를 접했다. 한국-독일 혼혈인 친구 어머니에게 들은 탈춤 이야기부터 그가 가르치는 한국 학생들과의 교류, 한국 영화와 한국 문학 작품 등은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평소 글쓰기와 소설,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이청준의 소설 <축제>와 김소월의 <진달래꽃>, <춘향전> 등의 문학은 작업에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가 되면 우리 조상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탔다. 떡이나 전 등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안녕을 비는 이 행사에서 소피는 영국 축제 ‘메이

    2025.04.17 12:17
  • 겹겹이 덧입혀진 붓질이 자극하는 기억 저편의 기억

    봄날의 햇살, 달큰한 솜사탕, 갑자기 뜬 무지개, 흩날리는 벚꽃 내음…. 프랑스 파리 출신의 작가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Jean-Baptiste Bernadet)의 그림은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포근한 장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맛과 향, 소리까지 머릿속에 번진다. 추상화와 풍경화 사이를 넘나드는 작가는 겹겹이 붓질을 쌓아 올려 색채와 감각, 기억, 시간의 흐름을 탐구한다.벨기에 브뤼셀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 밥티스트 베르나데의 국내 첫 개인전 ‘Belvedere’가 가나아트 한남에서 5월 8일까지 진행된다. 2023년 키아프 서울(Kiaf Seoul) 이후 한국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두 번째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대표 연작 푸가(Fugue) 시리즈 신작을 만날 수 있다.리듬을 그리는 손, 음악처럼 흐르는 화면푸가 시리즈는 클래식 음악의 형식을 닮았다. 한 음 한 음 선율이 차곡차곡 쌓이며 완성되는 푸가처럼 그의 회화는 붓질 하나하나가 겹겹이 더해지며 형태를 이룬다. 멀리서 보면 저녁 노을이 번지는 황혼 같기도 하고, 어스름한 새벽을 깨우는 여명의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화면을 가득 메운 일정한 크기의 브러쉬 스트로크가 눈에 들어온다.그는 매번 같은 크기의 붓을 쥐고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작은 붓 하나로 전체 화면을 채워나간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미묘한 변주가 나타난다. 그가 즉흥적으로 쌓아 올린 붓 터치는 질서와 우연이 교차하며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내고, 각 작품은 독립적인 동시에 그의 전체적인 작업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이 된다.라틴어에서 유래한 푸가는 ‘도망치다’와 ‘쫓다’

    2025.04.15 14:53
  • 송곳산 봉우리가 땅에 사뿐히 내려앉았다…울릉도의 건축실험 '빌라 쏘메'

    예로부터 우리는 터의 힘을 믿었다. 좋은 터에 좋은 기운이 깃드니 집 짓기 좋은 터부터 장사하기 좋은 터, 농사가 풍작인 터, 하물며 무덤을 쓰는 자리를 결정할 때도 바람의 힘과 땅의 기운을 고려해 결정했다. 그러나 오늘날 빽빽하게 들어찬 빌딩과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시에서 이런 기(氣)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바다 건너 울릉도,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이 섬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화산이 빚어낸 돌덩어리들이 지구로 떨어진 운석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고 특별한 지형과 지층을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발길 닿는 곳마다 범상치 않은 정기가 느껴진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송곳산과 성인봉, 나리분지의 기맥이 한데 모이는 울릉도 북동면의 대자연이 뿜어내는 기운은 더 남다르다. 기운생동(氣韻生動)이 넘쳐흐르는 이 지역에 소복히 쌓인 첫눈으로 빚어낸 듯 순백색의 리조트 ‘코스모스 울릉도’가 자리 잡고 있다.2017년 10월 처음 공개된 ‘빌라 코스모스’와 ‘빌라 떼레’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리조트로 그 이름을 알렸다. 특히 빌라 코스모스는 유려한 건축미로 전 세계 유수의 매체와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바람개비같기도, 꽃송이같기도 한 비정형 쉘 모양을 위해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건축사무소 더 시스템 랩 대표 김찬중 건축가는 거푸집을 특수 제작했다. 건축 재료도 돋보인다.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가 7~10배 강력하고 유동성이 좋은 슈퍼 콘크리트를 사용해 코스모스만의 유려한 곡선을 표현했다.감각적인 휴식을 선사해 온 코스모스가 새로운 리조트를 공개한다. 오는 5월 1

    2025.04.11 15:55
  • 푸른색 오일스틱으로 표현한 밤의 색채

    밤은 모든 것을 모호하게 만든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윤곽선은 흐릿해지고 낮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같은 사물이라 할지라도 시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벨기에 브뤼셀 태생의 화가이자 조각가 헤롤드 앤카트(Harold Ancart)는 밤 풍경이 만들어 내는 이 변화와 변신에 주목했다.가고시안 소속인 작가의 신작 회화가 한국에서 공개됐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APMA 캐비넷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좋은 밤(Good night)’을 통해서다. 앤카트의 작품은 캄캄한 밤이 연상되는 어두운 색 배경 위에 쌓인 에너제틱하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밝은 색이 두드러진다. 선명하고 깊이 있는 기법은 오일 스틱을 활용한 것으로,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마치 크레파스같은 질감을 확인할 수 있다.작가의 작업 방식에 대해 듣고 나면 그에게 오일 스틱이 최적의 재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나는 주도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타입이라기보다 회화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물감이 이끄는 대로 표현하는 쪽에 가깝다”며 자신을 설명한다. 그는 구체적인 실루엣을 정해놓지 않고 작업 과정 중에 떠오르는 대로 선을 그리고 색을 채워 넣는 것을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오일 스틱은 손으로 잡고 캔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붓이나 나이프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표현에 적합하다. 즉흥적인 스타일의 그와 오일 스틱의 호흡이 잘 맞는 이유다.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 5점으로 모두 밤의 풍경을 중심으로 전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화가에게 색이란 자녀와 같아서 모든 색을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오랫

    2025.04.04 16:11
  • 역사와 문화 초월한 '뱀'의 변주…불가리 세르펜티의 여정

    구찌와 벌, 까르띠에와 팬더, 에르메스와 말… 럭셔리 브랜드를 떠올릴 때면 마치 짝처럼 함께 연상되는 아이코닉한 상징. 이들은 곧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다. 이탈리아 로만 하이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는 뱀을 내세워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뱀만큼 다양한 문화와 역사 속에서 다면적인 의미를 지닌 동물도 없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뱀은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는 악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성장하는 몸에 맞는 비늘을 위해 허물을 벗으며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작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뱀의 독이 누군가를 해칠 수도 있지만, 약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학과 약학의 상징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 등장해 치유와 생명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불가리는 1948년 라틴어로 뱀을 의미하는 세르펜티(Serpenti)라 이름 붙인 컬렉션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뱀이 손목을 감싸는 형상의 주얼리 워치를 통해서다. 이를 시작으로 불가리는 오랜 시간 뱀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브랜드의 다양한 여정에 적용해 왔다.이 여정에 아티스트들이 동참하게 된 것은 2023년,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75주년을 맞이하면서부터다. 지속해서 작품에 뱀을 등장시키며 자신의 삶을 녹여낸 화가 천경자와 밝은 색채를 통해 생명력 넘치는 뱀을 표현한 프랑스의 여성 작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을 비롯, 6명의 여성 작가 작품을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인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를 통해 세르펜티의 헤리티지와 예술을 연결한 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푸른 뱀의 해를 맞이한 2025년 1월, 중국 상하이의 역사적인 공간 장위안에서 열린 문화적 교류의 장 <세르펜티 인피니토(Se

    2025.04.02 14:19
  • 평범한 의자에 담긴 프랑스 모더니즘

    [이 달의 아트북]<Jean Prouvé: From Furniture to Architecture>실용주의 디자인 거장 장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 및가구에서 건축으로까지 확장되는 그의 여정 담아‘스탠더드 체어(Standard Chair)’,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름의 이 의자는 단순한 가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 출신의 가구 디자이너이자 산업 디자이너, 건축가로 활동한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대표 작품으로 손꼽히는 스탠더드 체어는 모듈화된 구성으로 분해와 조립이 편리해 대량생산과 유통이 가능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해 거실이나 서재, 카페나 회의실 등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있다.장 프루베의 컬렉션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갤러리 파트리크 세갱(Galerie Patrick Seguin)에서 출간한 도서 <Jean Prouvé: From Furniture to Architecture>는 스탠더드 체어를 비롯해 장 프루베가 남긴 위대한 유산과 가구 디자이너로 시작해 건축가로 확장되는 그의 디자인 철학 및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2013년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미술관 피나코테카 아 리(Pinacoteca Agnelli)에서 열린 전시회를 비롯해 2016년 도쿄, 2018년 프랑스, 2022년 도쿄 국립 현대미술관 전시회 현장 사진은 물론, 실제로 그의 컬렉션을 수집하는 이들의 공간에 그의 작품이 녹아든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2025.03.28 17:05
  • 머리카락 뭉쳐 까르띠에 목걸이를? 모나 하툼의 거대한 물음표

    1995년 프랑스 보르도의 까르띠에 매장 앞, 사람들이 웅성이며 모였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쇼윈도 너머. 반짝이는 보석이 있어야 할 자리에 푸석푸석한 털뭉치들이 마치 고급 주얼리인양 전시돼 있다.이 주얼리의 정체는 아티스트 모나 하툼(Mona Hatoum)의 작품 ‘Hair necklace’. 털뭉치를 알알이 엮어 만든 목걸이로, 독특한 재료를 사용했다. 바로 작가의 머리카락이다. 하툼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수 개월간 모아 작품을 완성했다. 천연 곱슬머리 덕에 어렵지 않게 구슬 형태로 완성할 수 있었다.29년이 흐른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이 목걸이의 실버 에디션이 공개됐다. 세월이 흘러 희끗해진 작가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Hair Necklac(silver)’다. 서울 강남구 화이트큐브에서 열린 하툼의 개인전에서 이 작품을 포함해 총 20여 점의 대표작과 신작이 공개됐다.이번 전시는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온 작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는 개인전이다. 1999년작부터 가장 최근에 제작한 조각, 설치물, 드로잉 작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다.익숙한 것의 배신, 낯설게 보기의 예술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모나 하툼은 모순된 요소를 한데 엮어 예상치 못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바닥에 떨어진 보잘것 없는 머리카락으로 하이패션 주얼리를 만드는가 하면, 몸을 지탱할 수 있도록 단단해야 할 지팡이는 고무로 만들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벽에 기대둔 채 전시한다. 아픈 환자의 이동을 돕는 휠체어 손잡이에 가시를 붙여 보호와 위협이 공존하는 긴장을 형상화한다.하툼은 이처럼 친숙하고

    2025.03.11 20:00
  • 산업용 페인트와 타르로 탐구한 도시 풍경

    구상과 추상 넘나드는 벨기에 출신 화가쿤 반 덴 브룩 개인전 ‘그림자의 자유’사진 바탕으로 그린 20여년 전작품 모티브로 도시의 일상재해석하는 관점 제시‘산업용 도료’, ‘타르(Tar)’ 활용한새로운 회화 기법 선보여대부분의 사람이 길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단상은 단조롭다. 매일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이거나 목적지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 길 자체를 목적으로 삼거나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벨기에 출신 화가 쿤 반덴 브룩(Koen van den Broek)이 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브룩은 많은 사람이 거리를 이용하고, 모두가 표지판의 사인을 같은 의미로 인지하며, 노숙자건 부자건 평등하게 같은 길을 다닌다는 점에서 길이 기능적, 문화적,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믿는다. 도로를 최초의 건축물로 정의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는 원시의 공간에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이동을 도와주고, 완성된 구조물끼리의 연결이 가능하게끔 한다는 점에서다.도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작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시와 그 주변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을 탐구해 왔다. 도로 표지판이나 주차장, 격자무늬 보도, 교각, 도로 경계선 등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모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풍경에 깃든 색감과 기하학적인 요소의 의미에 다시금 주목하도록 이끈다. 현실의 풍경을 선과 면 등으로 단순화해 추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도시의 일상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오던 브룩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2025.03.05 09:34
  • 오로라가 물든 화폭, 북유럽의 빛을 담다

    눈부시게 황홀한 빛을 내뿜는 오로라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숲, 눈 내리는 긴 겨울밤.북유럽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영감받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지면에 펼쳐진다.스위스 바젤의 바이엘러 재단이 북반구의 풍경을 화폭에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오는 5월 25일까지 이어지는 <Northern Lights> 전시를 통해 북극권을 중심으로 펼쳐진 보레알 숲(Boreal Forest)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작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선보이는 것.전시 개막과 함께 발간한 동명의 서적 <Northern Lights>에서도 1888년부터 1937년 사이에 북유럽과 캐나다 출신 화가들이 그린 풍경화 74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얼굴을 감싸 쥐며 절규하는 인물의 모습을 담은 ‘절규(The Scream)’로 널리 알려진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와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영적 세계와의 교감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유명한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헬미 비에세(Helmi Biese), 안나 보베르그(Anna Boberg), 에밀리 카(Emily Carr) 등 유명 화가들의 대표작은 물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화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전시에 참여한 모든 작가의 소개와 그들의 생애를 담은 전기, 현대미술 큐레이터들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칼럼, 작품의 이해를 돕는 포토 에세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전시 관람객이 예술적 맥락과 작가들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5.02.28 13:27
  • 서울에 나타난 '볼 빨간 미라이짱'

    “여기 있는 게 꿈같아요”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Kawashima Kotori)가 자켓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종이를 펼친 후 서툰 한국어로 한마디를 전했다. 지난 24일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첫 한국 개인전 개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그의 진심 어린 한 마디는 장내를 따뜻한 웃음으로 물들였다. 카와시마의 소탈한 모습은 그의 작품 세계와도 닮아 있다.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것, 그의 사진이 가진 힘이자 매력이다.카와시마의 뮤즈, 볼 빨간 소녀 미라이짱일본 도쿄 출신의 사진 작가 카와시마 코토리가 오는 26일부터 서울미술관에서 첫 번째 내한 전시를 연다. 그의 작품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라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의 이름은 낯설더라도 대표작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법하기 때문이다.새빨간 볼에 방울방울 맺힌 콧물, 불만 가득한 듯 치켜 올라간 눈썹과 아이스크림으로 범벅된 입을 한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바로 그의 대표 작품이다. 연신 얄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어린아이는 ‘미라이짱’으로 통한다. 독보적인 귀여움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강타한 이 소녀는 일본 나카타현 사도가 섬에 사는 카와시마 친구의 딸로, 본명은 츠바키다.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익살스러운 표정과 생기 넘치는 츠바키의 모습에 매료된 카와시마는 일본어로 미래를 뜻하는 ‘미라이(未来, Mirai)’라는 이름에 상대방을 친근하게 부르는 일본어 접미어 ‘짱(ちゃん, chan)’을 붙인 애칭을 지어주고 미라이짱을 뮤즈로 한 작품 활동을 계획한다.2009년부터

    2025.02.25 11:08
  • 키스브리지에서 낭만과 입맞춤…그대와 나의 황홀경

    붉은 태양이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시간. 손을 마주 잡은 연인이 서로를 껴안는다. 프러포즈하듯 무릎을 꿇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가볍게 입을 맞춘다. 붉은 석양이 닿을 듯 닿지 않는 다리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한 편의 영화를 연상케 한다. 베트남 남쪽 작은 섬 푸꾸옥의 ‘키스브리지’ 풍경이다. 키스브리지는 지중해를 모티브로 조성한 푸꾸옥 남부 복합단지 ‘선셋타운’의 랜드마크다. 400m 길이의 다리 두 개가 30㎝ 간격을 두고 마주 보는 이곳은 작년 12월 공개된 뒤 사랑하는 이들의 종착지가 됐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르코 카사몬티가 설계한 이 다리는 한국의 견우직녀 이야기와 매우 비슷한 베트남의 옛이야기 ‘응우랑과 축누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야기 속 젊은 연인은 신혼의 단꿈에 빠져 일을 소홀히 한 죄로 옥황상제로부터 벌을 받아 1년에 단 한 번, 은하수 위에서 만날 수 있단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이곳은 연인들의 속삭이는 소리로 가득하다. 일몰 때가 되면 낭만은 더욱 짙어진다. 유유자적 바다 위에 떠 있는 고기잡이배와 노을이 바다에 비치며 만들어낸 윤슬, 음악에 맞춰 춤추는 연인들이 어우러져 눈부시게 아름답다. ‘낮부터 밤까지’ 끝나지 않는 공연선셋타운에서는 키스브리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제트스키·플라이 보드쇼 ‘러브 허리케인’과 멀티미디어쇼 ‘키스 오브 더 시’, 불꽃놀이 등이 쉬지 않고 펼쳐진다. 러브 허리케인은 선셋타운을 방문했다면 놓쳐선 안 될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다. 수상 오토바이의 추진력을 이용해 물 위에서 선 채로 비행하는 18명의 플라이보드 국제 선수들은 마

    2024.05.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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