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입틀막' 정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천자칼럼] '입틀막' 정치](http://img.www5s.shop/photo/202501/AA.39307887.1.jpg)
그런데 요즘 들어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민주당이 이제는 ‘입틀막 정치’의 당사자로 비판받고 있다. “내란 선동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고발하겠다”는 말로 ‘카톡 계엄’ 논란을 일으키며 카카오톡 사용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론조사 검증 특위를 설치하고, 법안까지 발의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동영상을 올린 한국사 일타강사를 구글에 신고하기도 했다. 그렇게 강조하던 표현의 자유는 우리 편에 유리할 때만 작동한다.
이재명 대표는 한술 더 떴다. 얼마 전 6대 은행장을 소집한 이 대표는 한 매체의 이름을 거론하며 은행권의 광고 집행 상황을 물었다고 한다. ‘중국 간첩, 한·미 부정선거 개입’이라는 기사를 실은 매체다. 공교롭게도 간담회 다음날부터 이 신문 1면 제호 옆에 수년째 들어가던 모 금융그룹 광고가 빠졌다. 이 금융그룹은 “예정됐던 일”이라며 부정했지만, 광고주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 의혹이 짙다. 그는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은행권과 농담한 얘기” “(신문의 정체를) 알고 광고했는지 궁금해서 한 번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압박’으로 느껴졌을 텐데, 논란이 되자 ‘농담’ 운운하는 건 그 특유의 화법 그대로다. 경호원의 우악스러운 손보다 더 위험한 건 민주당식 ‘스텔스 입틀막’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훨씬 더 치밀하고 교활하게 반대 의견을 틀어막고, 민주주의를 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