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셈 싱 감독이 6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더 폴: 디렉터스 컷’ 기자간담회에서
타셈 싱 감독이 6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더 폴: 디렉터스 컷’ 기자간담회에서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뉴스1
16년 만에 감독판으로 국내에 재개봉된 예술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이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재개봉한 이후 한 달여 만에 10만 관객을 넘어섰다. 6일 기준 관객은 10만4440명. 이는 2008년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처음 개봉했을 당시 누적 관객 수(2만8000여명)를 4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처음 내한한 타셈 싱 감독(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치 ‘더 폴’이 부활한 것 같다”며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과거 특별한 장애를 가지고, 겨우 땅바닥을 기어 다니던 한 아이가 20년이 지나고 다시 보니 빠르게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 작품이 재조명받는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속 한 장면. 오드 제공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속 한 장면. 오드 제공
‘더 폴’은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에게 들려주는 다섯 무법자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다. AI로 단 며칠 만에 단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컴퓨터 그래픽(CG) 없이 4년에 걸쳐 전 세계 24개국의 풍경을 직접 촬영함으로써 구현한 ‘압도적인 영상미’가 이 영화의 역주행 비결로 꼽힌다. 2006년 제작돼 18년 만에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이 영화를 두고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이란 평이 잇따르는 이유다.

타셈 감독은 CG 없이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아무리 훌륭한 특수 효과를 써도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이기 마련”이라고 했다. “영화를 위해 선택한 로케이션들은 전부 마법 같은 공간이었어요. 아름다운 풍경에 CG를 사용한다면 마치 모자 위에 또 한 번 모자를 쓴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이 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속 한 장면. 오드 제공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속 한 장면. 오드 제공
이어 그는 “‘올드보이’(2003)나 ‘기생충’(2019)처럼 기존에 없던 영화를 보여줬을 때 사람들은 열광하는데, 과거 ‘더 폴’은 대중의 기대와 다른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예전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20년 뒤에 레트로 열풍을 타고 인정받는 패션이 있는 것처럼, 이 영화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타셈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28년이란 긴 제작 기간을 거친 끝에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라서다. “‘더 폴’은 나의 자식”이라고 칭할 정도다. 그는 “당시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영화를 보니 젊은 날의 혈기와 야심이 가득 담겨있더라”며 “지금 다시 하라면 절대 못 만들 작품”이라고 말했다.
타셈 싱 감독이 6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더 폴: 디렉터스 컷’ 기자간담회에서
타셈 싱 감독이 6일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 ‘더 폴: 디렉터스 컷’ 기자간담회에서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끝으로 그는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를 보면 완전히 다른 행성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한국은 행성을 넘어 다른 우주처럼 느껴진다”며 “흥미를 끄는 소재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수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