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mail protected]
“전 일평생 외국 생활을 했잖아요. 그래서 라 스칼라 극장 최초의 아시아인 음악감독이란 타이틀 자체가 제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은 있었죠. 이건 분명 한 지휘자로서 나라를 빛낼 좋은 기회고, 그렇다면 꼭 해야 한다고요.”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72)은 19일 부산 연지동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리카르도 샤이의 후임으로 2027년부터 라 스칼라 음악감독직을 수행한다. 아시아인 지휘자가 음악감독에 선임된 건 이 극장 247년 역사상 처음이다.그는 “라 스칼라 극장과는 36년간 사랑한 사이인데, 갑자기 결혼하게 된 느낌”이라며 “이젠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 되는 만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가 음악감독직을 제안해도 둘러대며 거절할 수 있었지만 라 스칼라 극장 한 군데만큼은 도저히 ‘노(No)!’를 외칠 수 없었다”며 웃었다.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베르디, 벨리니, 로시니, 푸치니 등 전설적 작곡가의 걸작 오페라가 대거 초연된 명문 극장이다. 벨리니 ‘노르마’, 베르디 ‘나부코’ ‘오텔로’, 푸치니 ‘나비 부인’ ‘투란도트’ 등이 이 극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음악감독을 지낸 극장으로도 유명하다.음악감독은 극장의 공연 레퍼토리 선정부터 단원 선발까지 음악적 부분을 총괄한다. 정명훈은 1989년 라 스칼라 극장에 데뷔한 이후 오페라 9편을 84차례 지휘
지휘와 작곡을 넘나드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음악가가 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겸 작곡가 에사 페카 살로넨(1958~·사진)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웨덴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명예 지휘자를 겸하고 있다.살로넨은 핀란드 명문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작곡, 지휘, 피아노, 호른을 공부했다. 거장 요르마 파눌라가 그의 스승이다. 1983년 건강 악화로 포디엄에 오를 수 없었던 마이클 틸슨 토머스를 대신해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듬해 LA 필하모닉을 이끌며 미국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17년간 이 악단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이외에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 작곡가 등을 지냈다.살로넨이 다음달 뉴욕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을 지휘한다. 이 악단이 한국을 찾는 건 11년 만이다.김수현 기자
“사실 전 일평생 외국 생활을 해왔잖아요. 그래서 라 스칼라 극장 최초의 아시아인 음악 감독이란 타이틀 자체가 제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은 있었죠. 이건 분명 한 지휘자로서 나라를 빛낼 좋은 기회이고, 그렇다면 꼭 해야 한다고요.”이탈리아 오페라 최고의 명가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 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72)은 19일 부산 연지동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라 스칼라 극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정명훈이 리카르도 샤이의 후임으로 2027년부터 음악 감독직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아시아인 지휘자가 음악 감독에 선임된 건 라 스칼라 극장 247년 역사상 처음이다. 그는 라 스칼라 극장 차기 음악 감독으로 호명된 소감에 대해 “라 스칼라 극장과는 36년간 사랑했던 사이인데, 갑자기 결혼하게 된 느낌”이라며 “이젠 친구가 아닌 가족이 되는 만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989년도 이 극장에 데뷔했을 때부터 이미 알 수 있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제 음악을 잘 이해해주는 곳이란 걸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정말 잘하는 악단을 많이 만났지만, 이만큼 잘 통하는 악단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아요.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음악 감독직을 제안해도 둘러대며 거절할 수 있었지만, 라 스칼라 극장 한 군데만큼은 도저히 ‘노(NO)!’를 외칠 수가 없었어요(웃음).”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베르디, 벨리니, 로시니, 푸치니 등 전설적 작곡가의 걸작 오페라들이 대거 초연된 명문 극장이다. 벨리니의 ‘노르마’, 베르디의 ‘나부코’와 ‘오텔로’, 푸치
임윤찬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세계적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인 IMG 아티스츠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1979년 설립된 IMG 아티스츠는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등이 소속된 굴지의 매니지먼트사다. 앞서 임윤찬은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같은 매니지먼트사와 전속 계약을 맺은 바 있다.IMG 아티스트는 15일 피아니스트 손민수와의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손민수는 “음악의 여정 안에서 뜻을 함께하는 IMG 아티스트와 새로운 장을 열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이 동행이 더 깊은 울림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손민수는 2006년 캐나다 호넨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피아니스트다. 이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및 녹음(2017~2021),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리사이틀(2022),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리사이틀(2024) 등을 선보이며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손민수는 2023년 9월부터 미 보스턴의 명문 음악원인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올해 손민수는 임윤찬과 함께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7월 14일(롯데콘서트홀)과 15일(서울 예술의전당)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이들은 7월 25일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무대에도 같이 올라 브람스, 슈트라우스 작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email protected]
데이비드 로버트슨(사진)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년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명지휘자다. 그는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 음악은 물론 20~21세기 현대음악 지휘에도 능통하다고 평가받는다.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때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왕립음악원 등에서 수학했다. 199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 데뷔하며 이름을 알렸다. 로버트슨은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겸 예술감독,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 등을 지내며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2021년엔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오페라 레코딩’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그는 빈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명문 악단에 거듭 초청받는 지휘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오는 23~24일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을 지휘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전설적인 피아노 거장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계 최고 피아노 경연대회로 불리는 쇼팽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년 주기로 열리는 데다 눈에 띄게 두각을 나타내는 참가자가 없으면 1위를 뽑지 않는 엄격한 대회다. 쇼팽콩쿠르 우승자란 타이틀은 천재적인 실력을 갖춘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명패와도 같다.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8)는 2021년 쇼팽콩쿠르 정상에 올랐다. 이후 세계 굴지의 음반사 도이체그라모폰(DG)과 독점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오푸스클래식이 선정한 ‘올해의 젊은 예술가’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독일 라인가우뮤직페스티벌에서 ‘포커스 아티스트’로 발탁된 피아니스트도 그였다.리우가 2023년 이후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차이콥스키,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등 오직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들고서다.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그가 처음 선보인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사계’(12곡). 리우는 1부와 2부에 여섯 곡씩 나눠서 연주했는데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속도, 페달 움직임,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 효과를 예민하게 조율하며 열두 곡의 각기 다른 성격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1월 ‘화롯가에서’를 연주할 때는 온몸에 힘을 빼고 오로지 손끝의 감각만을 이용했다. 따뜻한 음색을 불러내는 도입부와 모든 음을 하나의 줄로 꿰어내는 듯한 긴밀한 진행으로 몽환적인 악상을 그려냈다. 2월 ‘축제’에선 명료한 터치와 깔끔한 리듬 표현으로 쾌활한 이미지를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전설적인 피아노 거장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계 최고 피아노 경연 대회로 불리는 쇼팽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음악가들이란 것. 5년 주기로 열리는 데다 눈에 띄게 두각을 드러내는 참가자가 없을 시 1위 자체를 호명하지 않는 엄격한 대회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란 타이틀은 천재적인 실력을 갖춘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명패(名牌)와도 같다.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8)는 2021년 쇼팽 콩쿠르 정상에 오른 연주자다. 그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콩쿠르 직후 세계 굴지의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독점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오푸스 클래식이 선정한 ‘올해의 젊은 예술가’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독일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에서 ‘포커스 아티스트’로 발탁한 피아니스트도 바로 그였다. 리우가 2023년 이후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차이콥스키, 스크랴빈, 프로코피예프 등 오직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들고서다.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그가 처음 선보인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사계(12곡)’. 리우는 1부와 2부에 여섯 곡씩 나눠서 연주했는데, 내내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속도, 페달 움직임,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 효과를 예민하게 조율하며 열두 곡의 각기 다른 성격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1월 '화롯가에서'를 연주할 때에는 온몸에 힘을 빼고 오로지 손끝의 감각만을 이용했다. 따뜻한 음색을 불러내는 도입부와 모든 음을 하나의 줄로 꿰어내는 듯한 긴밀한 진행으로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결성된 이후 50년간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려온 현악 4중주단이다.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우리 시대 위대한 현악 4중주단 5곳’, BBC 뮤직 매거진이 뽑은 ‘(지난 100년간) 역대 가장 위대한 10개 현악 4중주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국내에선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자리한 실내악단으로 친숙하다. 그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듀진버리, 하루미 로즈,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올해 창단 50주년인 타카치 콰르텟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16~20일 서울, 세종, 익산, 제주 등 4개 도시에서 공연을 앞둔 타카치 콰르텟의 첼리스트 페어,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을 서면으로 만났다. 타카치 콰르텟의 유일한 원년 멤버인 페어는 “우리 팀은 매년 치열하게 무대를 준비했으며,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들을 더욱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매진해왔다”며 “올해 ‘50’이란 의미 있는 숫자를 맞이하게 된 것은 그 노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밝혔다.2020년 이 실내악단에 영입된 용재 오닐은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하는 것이 일생의 꿈이었는데, 벌써 멤버가 된 지 5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현악 4중주단은 마치 유기체와 같거든요. 그렇기에 50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며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앙상블은 너무 귀중하죠. 앞으로도 선배들이 세워온 위대한 전통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타카치 콰르텟은 지난 50년간 여러 번 멤버 교체를 거치면서도 기량이 떨어지거나
키릴 게르시테인(46·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은 2023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많은 공연 일정을 소화한 피아니스트 1위 자리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러시아 보로네시에서 태어난 게르시테인은 미국 버클리 음대 등에서 수학했다. 2001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엔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상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받았고, 2020년엔 영국을 대표하는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게르시테인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등 국제적 권위의 명문 악단과 음악제가 ‘상주 음악가’로 선택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현재 그는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와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게르시테인은 오는 23~24일 열리는 서울시향 공연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이 젊은 피아니스트의 바흐는 눈부시게 황홀하고,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달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윤찬(21·사진)을 향해 남긴 찬사다.전곡 연주에 70여 분이 소요되는 이 작품은 바흐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주제 선율인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으로 이뤄져 있기에 기본기, 음악성이 부실하면 자칫 지루한 선율이 반복되는 것처럼 들리기 쉽고, 반대로 감정 표현이 조금이라도 과하면 지저분한 진행으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해칠 수 있다.바흐가 이 곡을 쓴 목적은 불면증에 고통받는 사람에게 잠을 선물하기 위함이었다. 음악학자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이 저술한 바흐 전기에 따르면 그와 가까이 지내던 카이저링크 백작은 평소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하프시코드 연주자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에게 매일 밤 수면을 유도할 만한 곡을 연주하도록 했는데, 성과가 없자 바흐에게 숙면을 도와주는 작품을 써달라고 요청했다.그렇게 탄생한 음악이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강한 반복성으로 취침을 유도하는 작품에 카이저링크 백작은 매우 흡족해했고,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골드베르크에게 이 곡의 연주를 청했다고 전해진다.김수현 기자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결성된 이후 50년간 세계 최고의 명성을 누려온 현악 4중주단이다.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현악 4중주단 5곳’, BBC 뮤직 매거진이 뽑은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개 현악 4중주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을 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국내에선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자리한 실내악단으로 친숙하다. 그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듀슨베리, 하루미 로즈,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올해 창단 50주년인 타카치 콰르텟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16~20일 서울, 세종, 익산, 제주 등 4개 도시에서 공연을 앞둔 타카치 콰르텟의 첼리스트 안드라스 페어,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을 서면으로 만났다. 타카치 콰르텟의 유일한 원년 멤버인 페어는 “우리 팀은 매년 치열하게 무대를 준비했으며,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들을 더욱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매진해왔다”며 “올해 ‘50’이란 의미 있는 숫자를 맞이하게 된 것은 그 노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2020년 이 실내악단에 영입된 용재 오닐은 “타카치 콰르텟에 합류하는 것이 일생의 꿈이었는데, 벌써 멤버가 된 지 5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현악 4중주단은 마치 유기체와 같거든요. 그렇기에 50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며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앙상블은 너무 귀중하죠. 타카치 콰르텟의 일원이 된 건 영광스러운 동시에 많은 책임감과 압박감을 느끼게 합니다. 앞으로도 선배들이 세워온 위대한 전통을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독일 출신 중견 남성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현재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독자적인 음악관과 뛰어난 기량으로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트럼프의 미국에서는 공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부터 꾸준히 방문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몇 년은 해마다 1회 이상 내한 공연을 가질 정도이다.2023년 10월에는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2024년 9월에는 서울시향과 내한 공연을 가졌는데 두 공연 모두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었다. 독주회로 따지자면 2023년 3월 8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공연을 가졌는데, 이때는 반주자 없는 바이올린곡만 연주했었다. 반면 지난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은 피아노 반주가 붙은 곡들로 이루어졌다.테츨라프의 연주 스타일은 날카롭고 명민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이번 연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첫 곡인 요세프 수크(드보르자크의 제자이자 사위인 체코 작곡가이다)의 ‘네 개의 소품’부터 음조와 음색을 대단히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자신이 다른 누구도 아닌 테츨라프임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드뷔시를 방불케 할 만큼 인상주의적이었던 1악장, 단호하고 날카로운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을 철저하게 통제한 2악장, 자연스럽고 힘들이지 않는 느낌을 준 3악장, 무궁동 풍의 악상을 고도의 기교로 능숙하게 연주해낸 4악장 모두 매우 훌륭한 연주였다.브람스는 테츨라프의 장기에 속하는 작곡가이며,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역시 그의 핵심 레퍼토리에 속한다. 1악장은 첫머리가 여느 연주자에 비해 섬약
“이 젊은 피아니스트의 바흐는 눈부시게 황홀하고,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달 초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을 향해 남긴 찬사다. 지난해 그가 집중적으로 탐구한 작품이 쇼팽의 에튀드였다면, 올해 주인공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워싱턴DC의 케네디 센터,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 그의 주요 공연 레퍼토리에서 빠짐없이 등장한다.전곡 연주에 70여 분가량이 소요되는 이 작품은 바흐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과 함께 ‘피아노의 성서’로 불릴 만큼 중요한 작품이지만, 누구에게나 연주를 허용하는 곡은 아니다. 주제 선율인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으로 이뤄져 있기에 기본기와 음악성이 부실하면 자칫 지루한 선율 반복으로 들리기 쉽고, 반대로 감정 표현이 조금이라도 과해지면 지저분한 진행으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로 불리는 명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건반 음악 중에서도 고도의 기교와 예술성을 (전부) 요하는 ‘비르투오소적’인 작품”이라며 “피아니스트의 약점과 강점을 포함한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피아니스트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난곡(難曲)인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흐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쓴 목적은 불면증에 고통받는 사람에게 잠을 선물하기 위함이었다.음악학자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이 저술한 바흐 전기에 따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이 앞다퉈 포디엄을 내주는 콜롬비아 출신 명지휘자가 있다. 오는 9월 독일 쾰른시의 신임 총괄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명장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다. 그는 쾰른 필하모닉 음악감독 격인 카펠마이스터, 쾰른 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 자격을 모두 갖춘다.오로스코에스트라다는 1977년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났고 1997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주했다. 빈 국립음대 등에서 수학한 그는 2009년 빈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임명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른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등을 지내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다음달 22~23일 KBS교향악단 공연을 지휘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지난해 12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 2019년 화마에 휩싸이며 무너진 파리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시금 문을 여는 이 자리에서 ‘대성당의 영혼’으로 불리는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며 역사적 장면을 만들어낸 음악가가 있다. 오르간의 거장 티에리 에스카이쉬(60·사진)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공식 오르가니스트인 그가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2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프랑스 출신 트럼페터 로맹 를뢰와 함께 리사이틀을 연다.에스카이쉬는 1997년부터 2024년까지 파리의 생테티엔 뒤 몽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프랑스의 그래미상으로 통하는 ‘음악의 승리상’을 다섯 차례나 받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통상적으로 예배와 미사 연주를 책임지는 오르가니스트에게는 작곡, 편곡, 즉흥 연주 모두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추는 일이 요구되는데, 에스카이쉬는 이에 완벽히 부합한다는 평을 듣는다.그는 연주자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에스카이쉬의 작품으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계 초연한 피아노 협주곡 ‘교향적 연습곡’, 고티에 카퓌송을 위한 첼로 협주곡 ‘여명의 노래’ 등이 있다.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결선 지정곡도 그의 작품이었다.그가 올해 내한 공연을 여는 부천아트센터는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연장 중 유일하게 대형 파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는 인구 7만의 도시, 밤베르크. ‘작은 베네치아’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이 도시엔 풍경 말고도 자랑할 만한 존재가 또 있다. 1946년 창설된 이후 요제프 카일베르트, 오이겐 요훔 등 지휘 거장들의 손을 거치면서 유럽 정상급 악단으로 떠오른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다.밤베르크 심포니는 체코에서 활동하던 독일인 음악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밤베르크로 이주해 꾸린 악단이다. ‘독일의 견고함’과 ‘체코의 짙은 호소력’을 모두 갖춘 독자적인 음색으로 특히 유명하다. 전 상임 지휘자 조너선 노트와 함께 녹음한 말러 교향곡 전집은 2010년대 말러 음반 중 가장 중요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유럽 명문 악단 밤베르크 심포니가 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5월 31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6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2016년부터 이 악단의 상임 지휘자를 맡아온 '젊은 거장' 야쿠프 흐루샤(44)가 지휘봉을 잡고, 세계 굴지의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이 선택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6)가 협연자로 나선다.체코 출신 지휘자 흐루샤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같은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앞다퉈 찾을 만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마에스트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빠르게 성장하는 지휘자”(2017)라고 평한 지 6년 만에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지휘자 중 한 명”(2023)이라고 인정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 등을 지낸 그는 현재 밤베르크 심포니 상임 지휘자, 체코 필하모닉 수석 객원 지휘자를 겸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콩쿠르는 그런 목표를 가진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줍니다.”10년 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K클래식 열풍’을 일으킨 조성진이 한 말이다. 그는 쇼팽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명문 음반사인 도이체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했다. 임윤찬 역시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후 굴지의 음반사인 데카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올해는 신진 연주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밴 클라이번 콩쿠르가 모두 열리는 특별한 해다. 일부 콩쿠르가 4~5년마다 치러지고, 코로나19 사태 때 개최가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이들 대회가 한 해에 동시에 열리는 것은 음악계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첫 테이프를 끊는 것은 다음달 5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다. 1937년 창설된 이 콩쿠르는 해마다 바이올린·첼로·피아노·성악 부문 등을 번갈아 가며 개최한다. 올해는 피아노 부문에서 자웅을 겨룬다.본선 진출자 70명 가운데 한국 피아니스트는 13명으로 중국과 함께 가장 많다. 김동주, 김선아, 김송현, 김준호, 김채원, 문성우, 박진형, 배진우, 선율, 신창용, 예수아, 이재영, 황보강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5월 5~10일 본선 무대에 오르며, 이 중 24명이 5월 12~17일 준결선을 치른다.결선에 진출한 12명은 5월 26일부터 31일까지 기량을 겨룬다. 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는 아직 한국인 우승자가 나온 적이 없다. 만약 올해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콩쿠르는 그런 목표를 가진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에 참가했죠.”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K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킨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한 말이다. 그의 표현처럼 콩쿠르는 10~20대 신예 연주자들이 세계에 자신의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명문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음악가로 성장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한 것을 발판으로 굴지의 음반사인 데카(Decca)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이후 그라모폰상을 받는 등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올해는 신진 연주자들의 등용문(登龍門) 역할을 하는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밴 클라이번 콩쿠르가 모두 열리는 특별한 해다. 일부 콩쿠르가 4~5년마다 열리고, 코로나19 사태 때 개최가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에 이들 대회가 한 해에 동시에 열리는 것은 음악계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퀸 엘리자베스 본선 한국인 13명 진출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첫 테이프를 끊는다. 다음달 5일(이하 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대한 막을 올린다. 1937년 창설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발레리 아파니시예프(1972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1989년) 같은 명연주자들을 배출한 유서 깊은 대
“매년 빈국립오페라극장에선 60개 정도의 작품을 올립니다. 제가 이번 시즌에 소화한 역할만 20개 정도예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소화할 줄 아는 ‘유연한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박주성(32·사진)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국립오페라극장(빈슈타츠오퍼)의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데 이어 전속 솔리스트 자리까지 꿰찬 차세대 바리톤이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그가 올해 한국에서 세 차례 기획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마포문화재단의 상주 음악가 격인 ‘M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다. 박주성은 지난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성악가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건 처음이라고 아는데, 그래서 더 강한 설렘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 열리는 첫 번째 리사이틀에서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일부와 헨델, 모차르트, 바그너, 코른골트 오페라 아리아 등을 선보인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8월 야외 콘서트, 12월 두 번째 리사이틀이 이어진다.박주성은 ‘늦깎이 성악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고, 삼수 끝에 어렵게 들어간 연세대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편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부진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박주성은 “2020년 빈국립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 선발 오디션에 영상을 제출했는데, 그때 심사한 감독이 ‘무엇 하나 뛰어난 점이 없는데 희한하게 매력 있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며 “칭찬인지 꾸중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같이 일하
“매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선 60개 정도의 작품을 올립니다. 제가 이번 시즌에 소화한 역할만 20개 정도가 되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오페라의 역할을 체화하고, 좋은 퀄리티로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데 최적화된 환경이죠. 그런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스페셜리스트보단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소화할 줄 아는 ‘유연한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박주성(32)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의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데 이어 전속 솔리스트 자리까지 꿰찬 차세대 바리톤이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그가 올해 한국에서 세 차례의 기획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 마포문화재단의 상주 음악가 격인 ‘M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다. 상주 음악가란 특정 공연장이나 음악제, 악단 등에서 실력이 뛰어난 예술가를 초청해 핵심 프로그램을 선보이도록 하는 제도다. 1년 동안 기관의 ‘간판 모델’ 역할을 하는 셈이다.박주성은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성악가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더 강한 설렘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 열리는 첫 번째 리사이틀에서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일부와 헨델, 모차르트, 바그너, 코른골트 오페라 아리아 등을 선보인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야외 콘서트(8월 22일), 두 번째 리사이틀(12월 6일)이 이어진다. 박주성은 “국내에서 잘 불리지 않는 리트(독일 가곡)부터 오페라 아리아, 오라토리오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단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했
이탈리아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71·사진)가 15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내년 1월부터 3년간 국립심포니를 이끌 예정이다. 국립심포니는 “아바도는 악단의 정교한 테크닉과 작품 본연의 의도와 정서를 몰입도 높게 이끌어내는 지휘자”라며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그의 부임은 국립심포니의 예술적 기량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아바도는 이탈리아 밀라노 음악 명문가인 ‘아바도 가문’ 출신 지휘자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지낸 ‘전설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조카로 잘 알려졌다.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등에서 수학한 아바도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독일 뮌헨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지휘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스페인 소피아 여왕 예술궁전 음악감독(2015~2019), 이탈리아 파르마 베르디 페스티벌 음악감독(2018~2022) 등을 지내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극장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그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등 세계 정상급 오페라하우스에서 자주 찾는 명장으로 통한다. 찰스 워리넨(1938~), 파스칼 뒤사팽(1955~), 루카 프란체스코니(1956~), 실비아 콜라산티(1975~) 등의 작품을 세계 초연할 만큼 20~21세기 현대음악 지휘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RCA 레코드를 통해 14개의 음반을 냈으며, 1997년엔 로시니 오페라 ‘탄크레디’ 앨범으로 독일 에코 클래식상을 받았다. 이외에 이탈리아 음악평론가협회가 주는 문화공로상 ‘프레
이탈리아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71)가 15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내년 1월부터 3년간 국립심포니를 이끌 예정이다. 국립심포니는 “아바도는 악단의 정교한 테크닉과 작품 본연의 의도와 정서를 몰입도 높게 이끌어내는 지휘자”라며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그의 부임은 국립심포니의 예술적 기량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아바도는 이탈리아 밀라노 음악 명문가인 '아바도 가문' 출신 지휘자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지낸 ‘전설의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조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등에서 수학한 아바도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독일 뮌헨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탁월한 지휘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스페인 소피아 여왕 예술 궁전 음악감독(2015~2019), 이탈리아 파르마 베르디 페스티벌 음악감독(2018~2022) 등을 지내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극장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그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등 세계 정상급 오페라하우스에서 자주 찾는 명장으로 통한다. 찰스 워리넨(1938~), 파스칼 뒤사팽(1955~), 루카 프란체스코니(1956~), 실비아 콜라산티(1975~) 등의 작품을 세계 초연할 만큼 20~21세기 현대음악 지휘에도 능통하단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RCA 레코드를 통해 총 14개의 음반을 냈으며, 1997년엔 로시니 오페라 ‘탄크레디’ 앨범으로 독일 에코 클래식상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
“젊었을 적 해외에서 많은 음악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실내악 축제를 볼 때마다 ‘이런 페스티벌을 한국에서도 좀 열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제가 올해 20회를 맞는다니, 한국 실내악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2006년 출범 때부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예술감독을 맡아온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사진)은 14일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발굴해온 그는 “올해도 유페로프, 라블 등 대중에게 낯선 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평소 쉽게 들을 수 없지만 작품성이 높은 곡을 선보이는 게 축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올해로 20번째 생일을 맞는 SSF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열린다. 그간 SSF 무대를 밟은 연주자는 1000명에 달한다. 지금은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선우예권도 SSF에 출연한 적이 있다.초창기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축제에 핵심 멤버로 참여한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은 “15년 전쯤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아주 어렸던 시절 함께 6중주를 했는데, 그때 같이한 이들이 청년으로 자란 모습을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악이 작곡가의 내면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장르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올해 SSF의 주제는 ‘20 캔들스(20 Candles)’다. 하루에 20명의 연주자가 총동원되는 공연(4월 23
“젊었을 적 해외에서 많은 음악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실내악 축제를 볼 때마다 ‘이런 페스티벌을 한국에서도 좀 열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제가 올해 20회를 맞게 됐다니, 한국의 실내악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2006년 출범 때부터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SSF)의 예술감독을 맡아온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은 14일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발굴해온 그는 “올해도 유페로프, 라블 등 대중에게 낯선 작곡가들의 음악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평소 쉽게 들을 수 없지만, 작품성이 높은 곡을 선보이는 게 축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올해로 20번째 생일을 맞는 SSF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열린다. 그간 SSF 무대를 밟은 연주자는 1000명에 달한다. 지금은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선우예권도 SSF에 출연한 적이 있다.초창기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축제의 핵심 멤버로 참여한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은 “15년 전쯤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아주 어렸던 시절 함께 6중주를 했었는데, 그때 함께한 이들이 청년으로 자란 모습을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악이 작곡가의 내면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장르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올해 SSF의 주제는 '20 캔들스'(20 Candles)다. 하루에 20명의 연주자가 총동원되
지난해 12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진행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개관 기념식. 2019년 화마에 휩싸이며 무너진 파리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시금 문을 여는 이 자리에서 ‘대성당의 영혼’으로 불리는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며 역사적인 장면을 만들어낸 음악가가 있다. ‘오르간의 거장(巨匠)’ 티에리 에스카이쉬(60)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공식 오르가니스트인 그가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다음 달 24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프랑스 출신 트럼페터 로맹 를뢰와 함께 리사이틀을 연다.에스카이쉬는 1997년부터 2024년까지 파리의 생테티엔 뒤 몽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프랑스의 그래미상으로 통하는 ‘음악의 승리상’을 다섯 차례나 받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통상적으로 예배와 미사의 연주를 책임지는 오르가니스트들에게는 작곡, 편곡, 즉흥 연주 모두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추는 일이 요구되는데, 에스카이쉬는 이에 완벽히 부합한다는 평을 듣는다.그는 연주자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에스카이쉬의 작품으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계 초연한 피아노 협주곡 ‘교향적 연습곡’, 고티에 카퓌숑을 위한 첼로 협주곡 ‘여명의 노래’ 등이 있다.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결선 지정곡도 그의 작품이었다.그가 올해 내한 공연을 여는 부천아트센터는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연장 중 유일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53)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로 불리는 독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세계 정상급 지휘자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현재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다.그는 1972년 지휘자 미하일 유로프스키의 아들로 태어났다. 모스크바 음악원 등에서 공부한 그는 1990년 독일로 이주했고, 1995년 아일랜드 웩스퍼드 페스티벌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 ‘5월의 밤’을 지휘하며 데뷔했다. 이듬해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이후 베를린 코미셰오퍼에서 음악감독 격인 카펠마이스터(1997~2001)로 활동했다.2006년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런던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활약한 그는 현재 이 악단의 명예지휘자를 겸하고 있다. 유로프스키가 다음달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내한 공연을 지휘한다. 이 악단이 한국을 찾는 건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김수현 기자
“정형화된 캐릭터의 틀을 깨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목표인데, 이 영화의 인물은 그에 완벽히 부합했습니다. 아무도 무언갈 기대하지 않고, 일상에서 늘 간과되어 온 한 사람이 비범한 일을 해내는 과정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열망에서부터 시작했죠.”9일 국내 개봉한 영화 ‘아마추어’에서 주연을 맡은 라미 말렉은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8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해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다. 말렉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아한 관객이라면, 주인공이 예상치 못한 과정을 통해 영웅으로 탄생하고 여러 장벽을 넘어 끝내 특별한 성과들을 보여주는 언더독(underdog) 스토리에 깊이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제임스 하위스 감독이 연출한 아마추어는 현장 경험이 없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암호 해독가 찰리 헬러가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테러 조직을 향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사 구조만 보면 여타 첩보물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 영화의 차별점은 주인공 찰리 헬러가 아무리 체계화된 훈련을 받아도 사람을 향해 직접 방아쇠는 당길 수 없는 인물이란 데에서 비롯된다.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테러 조직에 폭력을 가한다. 해킹, 딥페이크, 드론 등 최신 기술을 다루는 탁월한 능력과 명석한 두뇌를 통해서다.미국 작가 로버트 리텔이 1981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다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그와 다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하위스 감독은 “원작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두지만 영화에선 시점에 변화를
승용차들의 요란한 경적부터 거친 버스의 브레이크 소리까지…. 교통 체증과 소음으로 가득한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푸른색 모자를 눌러쓴 그는 끊임없이 달리고, 자전거 위에서 페달을 구른다. 음식 배달원인 그에게 허투루 쓰는 시간이란 없다. 노숙인 보호소 신청을 위해 매일 새벽 알람에 맞춰 일어나고, 선 채로 컵에 담긴 음식이나 커피를 삼켜 허기를 채우며, 차에 부딪혀 쓰러져도 금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적지까지 뛰어간다. 그렇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1주일간 종일 일해도 그의 손에 떨어지는 돈은 고작 40~80유로가 전부다. 그가 경제 활동이 극도로 제한된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난민 신청자라서다.영화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은 1999년생 난민 신청자 술레이만(아부 상가레 분)이 프랑스 파리에서 합법적 거주권을 얻기 위한 면접을 이틀 앞두고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아트나인, 영화의전당 공동 주최로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2025 프랑스영화주간’의 상영작 중 하나다. 국내엔 아직 미개봉된 작품이지만, 유럽에선 이미 높은 작품성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는 ‘프랑스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이 영화에선 파리에 으레 기대할 만한 화려한 도시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만 존재할 뿐이다. 그는 일하기 위해 합법적 거주권을 가진 타인의 계정을 빌리는 값으로 1주일에 120유로씩 뜯기고, 본인 인증을 요청하는 앱의
승용차들의 요란한 경적부터 거친 버스의 브레이크 소리까지…. 교통 체증과 소음으로 가득한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푸른색 모자를 눌러쓴 그는 끊임없이 달리고, 자전거 위에서 페달을 구른다. 음식 배달원인 그에게 허투루 쓰는 시간이란 없다. 매일 노숙자 보호소 신청을 위해 새벽 알람을 맞춰 일어나고, 선 채로 컵에 담긴 음식이나 커피를 삼켜 허기를 채우며, 차에 부딪혀 쓰러져도 금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적지까지 뛰어간다. 그렇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주일간 종일 일해도 그의 손에 떨어지는 돈은 고작 40~80유로가 전부다. 그의 신분이 경제 활동이 제한된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난민 신청자라서다.영화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은 1999년생 난민 신청자 술레이만(아부 상가레 분)이 프랑스 파리에서 합법적 거주권을 얻기 위한 면접을 이틀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아트나인, 영화의전당 공동 주최로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2025 프랑스영화주간’의 상영작 중 하나다. 국내엔 아직 미개봉된 작품이지만, 유럽에선 이미 높은 작품성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는 ‘프랑스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이 영화에선 프랑스 파리에 으레 기대할 만한 화려한 도시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만 존재할 뿐이다. 그는 일하기 위해 합법적 거주권을 가진 타인의 계정을 빌리는 값으로 일주일에 120유로씩 뜯기고, 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어렸을 때부터 애증의 대상이었어요.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전곡 연주를 꿈꾸지만 지독하게도 뜻대로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거든요. 미치도록 사랑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베토벤 전문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최희연(57·사진)이 돌아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집 ‘테스터먼트’를 내놓으면서다. 9장의 음반으로 구성된 이번 신보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에 걸쳐 작업한 결과물이다.최희연은 1999년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3년 미국 명문인 피바디음악원 교수로 임용돼 해외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다. 오는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최희연은 “베토벤 음악에는 투지와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강한 힘이 담겨 있다”며 “내겐 베토벤이 그 어떤 드라마틱한 영화보다 신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꼭 한번 전곡 녹음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베토벤은 곡 초반에 늘 문제를 제시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최희연이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을 제안받은 건 2003년이다. 이듬해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계획이 중단됐고, 2015년 다시 기회가 찾아와 베토벤 소나타 전곡집을 완성했다.그가 이번 녹음에 사용한 악기는 오스트리아 명품 피아노 브랜드 뵈젠도르퍼다. 세계 최고 피아노 브랜드로 통하는 스타인웨이보다 담백하고 고풍스러운 음색을 지닌 덕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고전주의 시대 음악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수제 악기다 보니 피아노마다 음색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김수현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