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연주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원래는 자장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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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클래식
임윤찬이 리사이틀 올리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임윤찬이 리사이틀 올리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 연주에 70여 분가량이 소요되는 이 작품은 바흐 필생의 역작으로 꼽힌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과 함께 ‘피아노의 성서’로 불릴 만큼 중요한 작품이지만, 누구에게나 연주를 허용하는 곡은 아니다. 주제 선율인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으로 이뤄져 있기에 기본기와 음악성이 부실하면 자칫 지루한 선율 반복으로 들리기 쉽고, 반대로 감정 표현이 조금이라도 과해지면 지저분한 진행으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학자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의 바흐 전기에 따르면 평소 그와 가까이 지내던 카이저링크 백작은 평소 잠에 쉽게 들지 못하고, 아예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아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하프시코드 연주자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에게 매일 밤 수면을 유도할 만한 곡을 연주하도록 했는데, 큰 성과가 없자 바흐에게 숙면을 도와주는 작품을 써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음악이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강한 반복성으로 취침을 유도하는 작품에 카이저링크 백작은 매우 흡족해했고,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골드베르크에게 이 곡의 연주를 청했다고 한다. 바흐에겐 금화를 가득 담은 금잔을 선물하는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고 전해진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작곡 일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바흐가 초판본에 남긴 글귀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삶에 지쳐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위한, 고통을 겪는 누군가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한 작품이란 걸 우회적으로 말해준다. ‘음악 애호가들의 영혼을 고양하기 위해 작곡.’ 악보에 새길 수 있는 가장 짧지만 강한 한 문장으로.
김수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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