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한 달여 사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 비축을 공언하면서 급상승했다. 한때 1억1000만원대까지 폭락했던 비트코인은 불과 이틀 새 1억4000만원대를 회복했다.

◇ 롤러코스터 탄 비트코인

4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에만 20.9% 하락했다. 지난달 3일에는 1억6030만4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 26일 1억 1826만6000원까지 낙폭을 키웠다. 이후 1억2000만원대를 간신히 회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때 7만8411.03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7만달러대에서 거래된 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거침없이 상승했다. 친(親) 암호화폐론자를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암호화폐와 관련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심이 약화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물론 캐나다·멕시코 등과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 비트코인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등 합성마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유예 중인 25% 관세를 예정대로 다음 달 4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미 10% 관세를 부과한 중국에는 10% 더 부과할 계획을 내놨다. 유럽연합(EU)에도 관세 25%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교역국에 관세를 올리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이는 미 중앙은행(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지연할 유인이 된다.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줄어들고 금,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불과 이틀 새 비트코인은 1억4000만원대를 회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SNS에 “미국의 가상 자산 비축이, 바이든 행정부의 수년간에 걸친 부패한 공격 이후 위기에 빠진 이 산업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비축할 뜻을 재차 내비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미국을 전 세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 것임을 분명히 한다”며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이 1억2000만원대에서 1억4000만원대로 급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은 9만달러를 회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취임 직후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위한 행정명령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 관한 대통령 실무 그룹을 설립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자산 비축을 검토하는 내용을 포함됐다.

◇ 회의론 vs 낙관론 팽팽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마틴 슐레겔 스위스 국립은행(SNB) 총재는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자산으로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앙은행 준비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비트코인은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보여 장기적인 투자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 준비금은 필요시 통화 정책 목적으로 신속하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유동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소프트웨어 기반 자산이므로 보안 취약성에 노출된 것도 문제로 꼽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내놓고 있다. 제프리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SC)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은 “가상자산 업계가 더욱 제도화하면 시장도 더 안전해지고 기관의 가상자산 채택 증가와 미국에서의 규제 명확성이 결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이 올해 20만달러,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 5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스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이자 비트코인 예찬론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달 28일 SNS에 “비트코인 폭락은 곧 세일 중이라는 뜻”이라며 “폭락할 때 나는 웃으면서 더 많이 산다”고 글을 남겼다.

◇ 스테이블 코인 기대감 커져

한편 미국 행정부는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백악관 내 크립토 차르(황제)로 통하는 데이비드 삭스 가상자산 및 인공지능(AI) 특별고문은 지난달 13일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가치와 일대일로 연동된 암호화폐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될수록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미 테네시주 공화당 상원 의원 빌 해거티는 지난달 4일 양당 상원 의원들이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해거티 의원은 이 법안이 “안전하고 성장 지향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혁신을 촉진하고 미국을 암호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