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삼성E&A 남궁 홍 사장(왼쪽), 노르웨이 넬사 호콘 볼달 사장(오른쪽)이 계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삼성E&A
삼성E&A 남궁 홍 사장(왼쪽), 노르웨이 넬사 호콘 볼달 사장(오른쪽)이 계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삼성E&A


삼성E&A가 그린 수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삼성E&A가 노르웨이 수소 기업 넬(Nel)의 지분을 인수하며 그린 수소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E&A는 글로벌 수소 기업 노르웨이 넬의 지분 9.1%를 약 476억 원에 인수하고, 전략적 협업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3월 12일 밝혔다. 미국 메리어트 마키 휴스턴 호텔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삼성E&A 남궁홍 사장과 호콘 볼달 넬 사장 등 양사 최고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넬은 1927년 세계 최초로 수전해 기술을 상업화한 글로벌 수소 기업으로,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소 생산을 위한 다양한 수전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넬은 알카라인 수전해(AEC)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세계 각지에서 풍부한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으며, 차세대 기술인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EM)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수소 기업이다.

삼성E&A는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의 차별화된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산 플랜트의 통합 기술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그린 수소 플랜트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전해조를 설치·운영하는 사업 등으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그린 수소

전 세계 국가들은 넷제로 실현을 위해 청정 에너지원인 그린 수소 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그린 수소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적으로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린·핑크·그레이·블루 수소로 구분하는데,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그레이 수소와 일반 수소지만 탄소를 포집해 만든 블루 수소보다 핑크 수소와 그린 수소가 주목받는다. 핑크 수소는 원자력발전을 통해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한 것이고,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기에 가장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그린 수소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전해 기술로, 전해조는 그린 수소 산업의 핵심 장비다. 전해조는 크게 알칼리와 고분자 전해질막, 고체산화물(SOEC)로 나뉜다. 이 중 알칼리 전해조가 초기 비용이 가장 저렴해 선호도가 높다. 고분자 전해질막 전해조는 효율성이 더 높은 데다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고, 고온에서도 작동하는 등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전해조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은 그린 암모니아, 그린 메탄올, 이퓨얼(e-Fuel)을 합성하기 위한 길목 기술로, 궁극적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차세대 선박 연료로 주목받는 암모니아와 메탄올 등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E&A는 넬과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그린 수소 시장의 선제적 기술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건설사, 차세대 먹거리로 수소 산업 낙점

삼성E&A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따라 중장기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기술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E&Able Low(이네이블 로우, 저탄소) ▲E&Able Zero(이네이블 제로, 무탄소) ▲E&Able Circle(이네이블 서클, 환경) 등 3가지 이네이블 전략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분야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E&A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화학 플랜트 건설을 다수 진행 중이며, 10억 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SAF 프로젝트는 이미 수주했다. 앞으로 35억 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TIPPI 올레핀 콤플렉스 프로젝트, 2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추진 중인 H2 비스커스 청정 수소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의 풍부한 수력자원을 이용해 그린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차세대 먹거리로 수소 산업에 주목한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도 기존 플랜트 사업 역량을 활용해 수소 생산, 저장, 운송 인프라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사업 목적에 수소 발전 및 부대사업을 추가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회사 측은 “수소 발전·부대사업을 추가하는 이유는 수소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강원도 삼척에서 수소화합물 혼소발전 인프라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에서는 그린 수소 공동개발 협약을 맺어 호주 크로스번에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 오만에서는 살랄라 H2 그린 암모니아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권을 확보하며 그린 수소에 필요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경북 김천시에 국내 최초로 외부에서 에너지를 받지 않고 직접 생산하는 ‘오프 그리드’ 태양광발전 그린 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정기주총에서 정관에 수소에너지 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건설은 전북 부안에 국내 최대 규모 수전해 기반 상업용 수소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 기지는 오는 5월 준공 이후 2.5MW 용량 전기로 하루 1톤 이상 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삼성E&A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술투자와 협업을 통해 수소 및 탄소중립 등 에너지 전환 분야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며, “기술 솔루션 기반의 고부가가치 EPC(설계·조달·공사) 연계 수주도 이끌어내 사업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