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45%' 중국은 '125%' 과격해진 치킨게임에 대혼란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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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산에 관세율 84→125% 상향

1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 전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서명한 문서에서 미국의 대중 관세율 항목을 84%에서 125%로 수정해 10일 0시1분부터 적용했다.
펜타닐 관련 행정명령에 따른 추가관세 20%와는 별개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 125%와 펜타닐 관세 20%가 더해져 145%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올린다”고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했는데, 이는 상호관세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145%가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 상한선이 아니라 최저선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중국산에 대해 145%를 일단 매기고, 여기에 자동차·철강 등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와 지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부과되었던 품목별 관세, 무역규정 위반에 따라 부과된 관세 등이 더 쌓이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는 적어도 170% 관세율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행정명령은 또 중국에서 우편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오는 5월2일부터 6월1일까지는 75~100달러로, 6월1일 이후에는 150~200달러로 올린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중국산 상품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세율 인상 탓에 무역현장에서는 대규모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미국의 수입 전체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4%(4390억달러 규모) 수준이다. 한때 2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의 2위 수입국이다. NYT는 “이미 운송 중인 상품에 대해선 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항공운송 상품은 수일 내, 선박운송 상품은 수주 내로 새 관세율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당분간 계속 변동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베네수엘라산 석유와 가스를 구입하는 나라에 대해 ‘세컨더리 관세(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세는 기존의 다른 관세에 얹어질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고객인 만큼, 이 조치가 실행되면 중국에 대한 ‘최저 관세율은 170%’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다른 품목별 관세가 추가되고 기존 관세 등이 더해질 경우 200%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000원짜리 물건을 수입한 업자가 2000원을 미국 정부에 내고 나서 물건을 들여와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장 미국에서 대체품이 생산되지 않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는 중국산 상품을 원재료로 활용하는 기업이나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 등의 실적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양국교역 사실상 중단으로 갈 것"
이같은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양국 간 교역은 앞으로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에리카 요크 이코노미스트는 10일(현지시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세자릿수 관세로 인해 양국 교역 대부분이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체재가 없어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교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소시에테제네랄도 이번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봤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향후 몇 년간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절반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자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을 중국과의 '이판사판식'(high-stakes)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양국 갈등이 당장 퇴로가 안 보일 정도로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들은 미중이 '무질서한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분리)'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현실화할 경우 보복관세 등 무역상대국의 맞대응이 없더라도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1.2%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또 세계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으며 한국과 중국, 일본은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0.2%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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