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현지 최대 음악제에 한국 악단이 피날레를 맡게 됐다.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이 베를린에서 오는 9월 23일 공연하기로 했다.
부산시립교향악단. / 사진출처.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시립교향악단. / 사진출처. 부산시립교향악단
무직페스트 베를린은 독일 베를린에서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23일까지 열리는 음악제의 프로그램 일정을 지난 10일 공개했다. 무직페스트 베를린은 베를린 필하모닉과 베를린 페스트슈필레가 여는 클래식 음악제다. 25일에 걸쳐 고전주의, 낭만주의, 현대 음악 등을 가리지 않고 32차례 공연을 연다. 무직페스트 베를린의 한국 악단 초청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경기필하모닉을 부른 뒤 2022년 국립국악원을 초청해 종묘제례악을 선보였다.

부산 시향은 축제의 마지막 무대인 9월 23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 공연을 맡는다. 시작곡으론 청주 출신 한국인 박영희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그의 관현악곡 ‘소리’를 연주한다. 박영희는 1973년 독일 정부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떠난 뒤 독일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작곡가다. 2020년 베를린 예술 대상에서 전 부문을 통틀어 여성 최초이자 동양인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소리’는 1980년 독일 도나우에싱엔 현대음악제에서 그가 여성 작곡가로서 첫 초청을 받은 뒤 선보였던 작품이다. 당시 독일에서 인기를 누렸던 한국인 작곡가인 윤이상과는 대비되는 음악적 색채로 현지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던 일화가 유명하다.
지휘자 홍석원. / 사진출처. 부산시립교향악단
지휘자 홍석원. / 사진출처. 부산시립교향악단
두 번째곡으론 박영희의 2023년 작품인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를 선보인다. 이 곡은 성경에서 예수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건넸던 말에서 제목을 따왔다. 예수의 여성 제자였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의 부활을 처음 목격한 인물이다. 그녀는 예수의 무덤이 비어버린 것을 발견하고 스승의 유해를 잃은 상실감에 운다. 이 곡은 이처럼 “심적 고통이 컸을 이들에게 차분하게 연민과 위로를 건네는 곡”이란 게 무직페스트 베를린의 설명이다.

부산시향은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도 연주한다. 피아노는 재미 교포 2세 피아니스트인 벤 킴이 연주한다. 지난 2월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곡을 녹음한 앨범을 냈던 만큼 비교해서 들어볼 만하다. 부산시향은 다음 곡으로 올리비에 메시앙의 ‘승천: 4개의 교향적 명상’을 연주한다. 예수의 승천을 소재로 해 앞선 곡들의 경건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마지막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으로 끝을 맺는다.

이번 축제에선 다른 쟁쟁한 악단들도 관객을 맞는다. 개막 공연은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맡는다. 핀란드의 20대 청년 지휘자인 클라우스 메켈레가 연주를 이끈다. 베리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곡 ‘렌더링’을 연주한 뒤 바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선보인다. 9월 1일엔 파리 오케스트라가, 8일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가 공연한다.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12·13·17·18·19일 등 다섯 차례 무대에 오른다.

이주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