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R&D로 고성능 신발 개발…고속성장 비결은 제조 혁신"
‘고성능 제품 개발과 제조 혁신.’

세계적 신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창신INC의 남충일 대표(사진)가 꼽은 불황 극복 비결이다. 남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발 제조는 복잡다단한 공정을 효율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교한 장치산업”이라며 “계절별로 제조하는 신발 종류만 150종이고 신발별 사이즈가 22개라 총 3300종의 신발 모델을 오차 없이 생산하려면 끊임없는 제조 혁신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런 혁신을 통해 창신INC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속에서도 전년보다 매출을 늘렸다. 이 회사는 나이키 신발 전담 ODM 업체로 러닝화, 트레이닝화 등 연간 690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1998년 국내 신발업계 최초로 도요타 생산시스템(TPS)을 도입했다. 예컨대 신발을 공정별로 순차적으로 완성해 재고 1000켤레를 쌓아두던 게 기존 방식이었다면 200켤레 주문이 들어오면 그 물량만큼 전 공정을 물 흐르듯 한 번에 생산하는 식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재고 보관 비용을 줄이고 공정 개선 사항을 쉽게 반영할 수 있었다. 이 방식 도입 후 10년간 불량률은 0.85%에서 0.04%로 내려갔고 같은 기간 매출은 4.5배 늘었다. 남 대표는 “TPS로 재고 없이 전 공정을 빠르게 운영한 것이 수많은 제품 납기를 맞출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전했다.

한국형 연구개발(R&D)센터도 이 회사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화승과 영원무역 등 국내 다른 신발 ODM 업체는 연구 시설을 생산 거점인 베트남으로 옮겼지만 1981년 설립한 이 회사는 2002년부터 국내 R&D센터를 고수하고 있다.

남 대표는 “공장과 R&D센터가 붙어 있으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는 하지만 우수 인재가 몰려 있는 한국에 R&D 부문을 뒀기 때문에 세계 최고 육상화를 나이키와 공동 개발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창신INC와 나이키는 공동 R&D를 통해 매년 고성능 신발을 내놓고 있다. 비행기 단열재로 쓰이는 푹신한 폼과 카본 플레이트 등을 여러 겹으로 넣은 나이키의 ‘알파플라이3’가 대표적 예다.

남 대표는 “육상 종목별로 최고 기록을 낼 수 있도록 고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육상화는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3~4년 주기로 R&D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러닝화 수요 급증으로 2022년 처음 매출 2조원을 넘었고 지난해 다시 연 매출 2조원대로 올라섰다”며 “올해는 2조2000억원의 매출과 2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부산=민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