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를 주도해 온 조선주 사이에서 주가 차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분기점은 올 1분기 실적이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가 예상을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한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실적 랠리’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생산성 향상된 HD현대 조선 3사
25일 HD현대그룹 조선 3사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HD현대중공업이 7.18%, HD한국조선해양이 6.41% 상승했고 HD현대미포는 3.15% 올랐다.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주가 상승률은 HD현대미포 18.7%, HD한국조선해양 13.7%, HD현대중공업 9.8%에 달한다.
이들 조선사의 강세는 증권가 예상(컨센서스)을 크게 뛰어넘은 올 1분기 호실적에 따른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5192억원보다 65.5% 많은 85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영업익 4354억원으로 전망치(2605억원)를 67.1% 웃돌았다. HD현대미포도 컨센서스(449억원)보다 30.7% 많은 587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1분기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감소했는데 생산성 향상으로 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노동자의 능률이 개선되고 자동화 효과도 나타나면서 생산성이 전년 동기 대비 8%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7년 11월 말 인도 예정이던 중동 선사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2척을 3개월 앞당겨 같은 해 8월 말 인도하겠다고 최근 공시했다.
HD현대그룹 조선사들의 향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올해의 경우 선가가 비교적 저렴했던 2022년에 수주한 선박들이 실적에 반영된다. 2023년부터 수주한 고가 선박이 건조되는 2026년부터는 이익 규모와 수익성이 더욱 가파르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진 삼성重, 하반기 개선 기대
반면 삼성중공업 주가는 이날 0.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24일 발표한 ‘어닝 쇼크’(실적 충격) 영향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 컨센서스(1506억원)보다 18.3% 낮은 12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일회성 비용(특별상여금)이 290억원 반영됐지만 HD현대그룹 조선사와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이달 25일로 예정됐던 총 8036억원 규모 컨테이너선 5척의 선주 인도를 오는 8월로 약 3개월 늦춘다고 공시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납기 지연’으로 해석될 수 있어 좋은 소식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에 비해 미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삼성중공업의 약점 중 하나다.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성 장관의 방한 소식에 이날 주가가 11.12% 급등했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 업황이 좋기 때문에 삼성중공업도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022년 이전의 수주 물량 건조가 끝나면 수익성이 좋아질 거란 기대다. 미국으로부터 대량 발주가 예상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설비에 강점이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고마진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실적이 우상향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