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양국 협상을 두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뒤 중국 정부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 워싱턴DC에서 양국 재무부 장관이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 측 주장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는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취재진에게 “중국과 매일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3주 내 새로운 대중 관세율을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협상 중이란 사실은) 가짜뉴스”라며 “양측은 관세 문제에 관해 협의나 협상을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도 ‘중국의 누구와 무역 관련 대화를 나누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들은 오늘 오전에 회의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회의 참석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어쩌면 나중에 공개할 수 있지만 그들은 오늘 오전에 만났고 우리는 중국과 만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고자 워싱턴DC를 찾은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이 이날 오전 미국 재무부 청사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 측이 미국 재무부를 방문한 때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재무부 청사에서 관세 협상을 시작하기 한 시간쯤 전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중국 측의 미국 재무부 방문 목적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미국과 중국 재무 라인에서 관세 전쟁 완화를 위해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완화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나왔다. CNN은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미국산 반도체 8종에 관세 철회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수입 대행 업체가 통관 과정 중 이런 조치를 통보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의료 장비, 에탄 같은 산업용 화학제품 등 일부 미국산 수입 품목에 한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월부터 상대방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모든 중국산 제품에 145%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이에 맞서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125% 추가 관세를 매겼다.

미·중 협상이 이뤄져도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중국이 구매하기로 했다가 미국과의 관세 전쟁 때문에 인수를 거부한 미국 보잉 항공기를 거론하며 “이는 중국이 미국에 다년간 해온 일의 작은 예”라고 비판했다.

한경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