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향한 응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신문명 시대에 세계 표준으로 거듭날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강은구 기자
이재명 향한 응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신문명 시대에 세계 표준으로 거듭날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강은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획득한 압도적 득표율은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계보를 이어 온 민주당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1997년 15대 대선 경선의 김대중(78.0%), 2002년 16대의 노무현(72.2%) 후보 이후 이 후보만큼 높은 지지를 받은 후보는 없었다. 그가 당 대표를 맡은 3년간 민주당 내 ‘이재명 일극 체제’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번주부터 민주당 차원의 대선 캠프와 함께 본격적인 본선 체제로 들어간다.

◇ 李 지지세 갈수록 커져

민주당이 지난 26일까지 진행한 세 차례 지역경선에서 기호 1번 이 후보는 89.04%, 2번 김경수 후보는 4.42%, 3번 김동연 후보는 6.54%를 득표했다. 이 후보는 충청(88.15%) 영남(90.81%) 호남(88.69%) 등에서 여유롭게 경쟁 후보를 제쳤다.

이 후보는 19대 대선 경선에선 21.2%로 문재인 후보(57.0%)에게 뒤졌지만, 20대 대선 경선에선 50.29%를 득표해 이낙연 후보(39.14%)를 눌렀다. 이 후보는 2022년 8월 당 대표 선거에서 77.77%를 얻은 뒤 지난해 8월엔 역대 최고인 85.4%를 획득하며 연임했다. 이 후보 지지세가 갈수록 커진 것이다.

지난해 총선을 계기로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이 주류 세력으로 부상한 데다 민주당 내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한 명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 캠프에서도 경선 득표율 90%를 넘기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라면서도 “김동연, 김경수 후보가 이 후보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각자 정책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해 표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실용주의로 통합하겠다”

'압도적 득표' 민주 대선후보 이재명 "허튼 이념논쟁 안할 것"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좌우를 통합해 중도 및 실용주의 노선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불러온 약육강식의 무한대결 세계질서, 인공지능(AI) 중심의 초과학기술 신문명시대 앞에서 이념이나 감정 이런 것들은 사소하고도 구차한 일”이라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모방 능력’을 넘어 주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경제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고루 나누는 것이 양극화를 완화하고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경쟁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면 이 같은 ‘우클릭’ 전략을 실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정치권 분석이다. 최근 한 TV 토론에서 이 후보가 “민주당이 진보라고 하긴 어렵다”며 “보수 영역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날 합동연설에서도 민주당을 내세운 김경수, 김동연 후보와 달리 중도 노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첨단 산업 강국, 균형 발전 국가, 안보강국, 문화강국, 모범적 민주국가, 통합과 조화의 ‘잘사니즘’ 행복국가에 살고 싶지 않냐”며 “신문명 시대에 세계 표준으로 거듭날 나라를 함께 만들자”고 비전을 밝혔다. 이어 “김동연의 비전과 김경수의 꿈이 이재명의 비전과 꿈”이라며 당내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 내 압도적 지지로 대선 후보가 됐지만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그가 넘어야 할 고비로 꼽힌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 후보가 2심에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구성했다. 민주당 내에선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양=김형규/최해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