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삼쩜삼 리서치랩 소장은 “공공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면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채이배 삼쩜삼 리서치랩 소장은 “공공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면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간편 종합소득세 신고·환급 서비스로 인기를 끈 플랫폼 삼쩜삼의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는 기업 성장 과정에서 거센 외풍을 견디고 있다. 세무사회로부터 직역 침범이라며 견제를 받고 있고, 최근엔 국세청이 삼쩜삼과 비슷한 원클릭 서비스를 무료로 선보였다. 이익집단과 정부 기관의 비우호적 분위기 탓에 ‘제2의 타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회사는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공익적 성격이 강한 정책 연구소를 세우고 수장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최근 채이배 전 국회의원이 자비스앤빌런즈의 싱크탱크인 삼쩜삼 리서치랩 초대 소장으로 합류하기로 해 주목받았다. 채 신임 소장은 지난 25일 “누적 2000만 명 넘게 쌓인 이용자의 세금 환급 데이터로 무궁무진한 일을 할 수 있다”며 “회사 비즈니스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 소장은 “세금 환급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조사해보면 한 직장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급여를 받는 소위 ‘n잡러’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의 고용 형태 변화가 눈에 보이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종합소득세 분야에서 세법 개정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7일 그는 삼쩜삼 리서치랩 출범을 기념해 국회에서 희소난치성 중증질환자를 위한 공제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장애인 세액공제 과정에서 발견한 세법상 공백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채 소장은 돈 잘 버는 회계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빅펌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했지만 틈틈이 야학과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2016년 국민의당에 영입,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의원이 됐다. 당시 타다 운영사인 VCNC의 서비스를 가로막는 일명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반대한 의원 6명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강성이었다. “민간의 혁신은 사회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서 나타난다”는 그의 소신 때문이었다.

2020년 21대 총선 출마를 포기한 후 김관영 김성식 등 뜻이 맞는 전직 의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에 공공정책연구소를 열었다. 정치권과 이익집단이 새 플랫폼 서비스와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는 역할을 했다. 이때 변호사협회와 갈등이 깊던 로톡을 자문했다. 2022년 12월 김동연 경기지사 제안으로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말 정용수·백주석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채 소장을 찾았다. 회사와 세무사회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두 대표는 로톡을 컨설팅한 경험, 신산업 규제와 협회·단체의 압박 등을 어떻게 극복할지 등을 그에게 묻고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 나온 것이 리서치랩이었다.

채 소장은 “회계법인 근무 때나 국회의원 당시에는 기업 지배구조와 청산 등 이미 성숙한 기업의 후반부를 맡는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신생기업의 태동과 성장기를 응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종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