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만 민사책임 면제 혜택주는 선진국 없어"...노란봉투법 토론회 열려
사진=강은구 기자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노사 간 갈등이 극단화할 뿐 아니라 불법과 폭력이 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입법례를 봐도 불법적 쟁의행위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완전히 면책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며 국회에 법안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다.

미래노동법혁신연구회와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노동사회법센터는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의 법적 쟁점과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21대 국회에서 2차례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입법되지 못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의원입법안으로 상정된 가운데 해당 법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기 위한 토론회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노동조합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발제에서는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의 위헌성'과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의 법적 쟁점과 과제'를 중심으로 발표에 나섰다.

차진아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근로자와 사용자 범위 확대, 쟁의대상 확대,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제한, 불법파업 등으로 인한 노조 및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근로자와 사용자 및 노조 범위 확대에는 헌법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용역 계약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이 인정되지 않아 근로3권을 통한 보호가 필요하지 않으며,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기업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을 사실상 근로자라고 보면 자영업자와의 경계가 혼란스러워지고 기업의 아웃소싱이라는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이나 근로자의 면책에 대해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입법례를 봐도 불법적 쟁의행위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완전히 면책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며 "불법과 폭력을 합법화하는 것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1980년대 노동운동의 연장선에서 근로자를 선, 사용자를 악으로 이분법적 구분을 하고 무조건 근로자에게 유리한 법이 좋은 법이라는 생각을 담고 있는 게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며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노사 간 갈등이 극단화될 뿐 아니라 불법과 폭력이 사회 각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희성 교수는 "개정안은 공동불법행위와 부진정연대책임에 관해 확립된 법원칙에 반한다"며 "불법행위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가담한 조합원이나 노조 간부의 책임을 귀책 사유나 기여도에 따라 개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에 대해서는 "노조법 체계상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부터 쟁의행위 허용, 대체근로 허용 범위 등이 모두 맞물리는 문제로,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노동 현장의 불확실성과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권리분쟁까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다면 노사 대등이 완전히 깨져 노조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그로 인해 산업현장의 노사 불안과 평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이라는 의미에만 매몰돼 법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 체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이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현재 노조법 개정안은 주관적인 관철 의지만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진행한 토론에서는 부산대 경제학부 김기승 교수와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류준열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찬 한국기술교육대 특임교수가 나섰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 교수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면 노조가 자유롭게 단체행동에 나서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쟁의행위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생산 손실이 우려된다"며 "공급망 차질과 납기 지연 등 간접손실을 반영하면 5000억원 이상 손실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사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축소가 이어질 경우 GDP 10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노사 갈등 우려가 커지면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이 감소하면서 4000억원의 투자 손실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의 임금 협상력 상승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약 6500억원에서 9140억원의 내수 진작 효과가 발생하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법 제정 이전에 이런 비용과 편익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정교한 경제 분석과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