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사진=LIG넥스원
천궁II. 사진=LIG넥스원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8일 ‘깜짝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관세 우려를 뚫고 이익 창출력을 과시하며 불확실성을 줄인 기업으로 매수세가 쏠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횡보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실적 모멘텀’을 확보한 종목과 업종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분기 호실적 발표하자 주가 급등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IG넥스원은 전 거래일 대비 10.7% 오른 37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4.67%까지 급등하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였지만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시가총액이 8조원을 넘는 종목이 장중 25% 가까이 뛴 건 실적의 힘 덕분이다. LIG넥스원은 1분기에 11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실적을 69.6%, 증권가 전망치를 74% 웃도는 수치다.

더구나 방위산업 업종에서 1분기는 비수기로 꼽힌다. 무기 인도가 하반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공정 진행률에 따라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이 1분기부터 깜짝 실적을 내놓자 연간 실적에도 청신호를 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고가 찍은 LIG넥스원…"믿을 건 실적뿐"
씨에스윈드도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 95억원 적자에서 올해 1252억원 흑자로 개선됐다. 증권가 전망치(971억원)를 약 30% 웃돌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 이날 주가는 10.87% 뜀박질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풍력 발전설비 수요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전에 호실적까지 발표하며 기대를 키웠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주가가 38.8% 뛴 국내 최대 증권사 미래에셋증권도 급등세를 뒷받침하는 1분기 실적을 이날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2705억원)보다 28% 많은 3462억원으로 증가했다고 공시하자 주가가 1.59% 추가 상승했다.

특히 해외법인이 1분기에 사상 최대인 1196억원의 분기 세전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 중개 수수료 수입과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업 PI(자기자본투자) 성과가 해외 부문 호실적을 이끌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미국 모건스탠리처럼 글로벌 고객의 투자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회사로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밖에 SK케미칼과 지누스가 흑자 전환하며 각각 243억원, 275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자 주가가 7.65%, 3.7% 올랐다.

◇증권가 “실적 따른 차별화 강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에 따른 주가 차별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실적’이란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기업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1039억원으로, 작년 동기(1377억원)보다 24.5% 감소한 카카오 주가는 이날 3.52% 빠졌다. CJ E&M 실적도 좋지 않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23억원에서 7억원으로 94.3% 급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7.92% 급락했다.

개별 기업 실적이 업종 전체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씨에스윈드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놓자 SK오션플랜트(4.42%), 유니슨(9.99%) 등 다른 풍력주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인터넷 업종에선 반대였다. 카카오 실적 쇼크 여파로 네이버 주가가 5.22% 동반 급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 종목 실적에 따른 업종 등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이태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