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역사에 진실과 건전성 회복하기’라는 타이틀로 국공립 예술기관에 행정명령을 내렸다. “부적절한 이념을 제거하라”는 게 골자다. 부적절한 이념이란 성소수자와 흑인을 포함한 소수인종, 여성 예술가까지 포괄한다.

다양성(Diversity)·평등(Equity)·포용(Inclusion)등 ‘DEI’를 화두로 삼고 있던 예술계는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그 근거라고 볼 수 있는 두 전시를 뉴욕에서 만났다.


뉴욕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두 곳을 꼽으라면 단연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휘트니미술관이다. 5월 뉴욕 아트위크를 찾은 이들이 아트페어 외에 들르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올해 MoMA와 휘트니가 이 시기 전면에 내건 작가는 두 명의 흑인 예술가다.

MoMA는 “인종, 피부색, 성별, 영토, 종교, 정치가 없는 세상의 예술가이자 시민이고 싶다”고 말해온 잭 휘튼(1939-2018)의 대규모 회고전을, 휘트니는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의 초상화를 비롯해 흑인 초상화로 명성을 얻은 에이미 셰럴드(53)의 첫 회고전을 열고 있다.


빛과 추상, 재즈를 연결한 뉴욕의 전설
잭 위튼: 더 메신저 <Jack Whitten: The Messenger>
2025년 3월 23일~8월 2일



“나는 미국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의 산물이다. 그게 바로 내가 아침마다 일하러 가는 이유다.”

잭 휘튼(1939-2018)은 추상의 지평을 넓힌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모험가였다. 뉴욕을 기반으로 지난 반 세기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미국의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이다. 작고하기 2년 전인 2016년 국민훈장 예술상을 받기도 했다.
뉴욕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Jack Whitten.  (C)MoMA
뉴욕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Jack Whitten. (C)MoMA
사회비판적 주제를 다루는 그의 스킬은 대범하지만 은유적이다. 그에게 모든 것은 빛이었다. 사람도, 장소도, 그림도, 음악도. 이번 회고전은 1963년 미술학교 시절 작품부터 유작까지 180점의 회화, 조각, 종이 작품 등으로 구성된다.

모든 작업실은 나의 실험실

휘튼은 자신이 작업했던 모든 스튜디오를 ‘실험실’이라고 불렀고, 모든 작품을 ‘실험’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기존의 어떤 정의에 도전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빛을 묘사하는 것보다 물감으로 빛을 구현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크릴 물감이 흔하지 않던 시기, 유리 등에 아크릴 물감을 칠한 뒤 망치로 깨부숴 다시 조각조각 캔버스에 붙이는 모자이크와 콜라주 방식을 고안했다. 회화의 영역을 파괴한 셈이다.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작품의 디테일. (C)Bora Kim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작품의 디테일. (C)Bora Kim
휘튼은 미국 앨래배마주 버밍엄 인근 베세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광부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였다. 어릴 때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짐 크로우법(1876-1965년까지 미국 남부 11개 주에서 시행됐던 공공기관 인종 분리 정책)' 의 영향으로 그와 그의 가족은 특정 학교, 박물관에조차 갈 수 없었다. 버스조차 타지 못했다. 선거권 박탈도 끊이지 않았다. 재봉사였던 어머니는 깨어있었다. 동네 다른 흑인들이 ‘유권자 문해력 시험’을 준비하도록 도왔고, 아들에겐 장학금을 받아 학교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휘튼은 공군 예비역 장교 훈련단 생도로 복무하며 시민권 운동도 했다. 몽고메리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이 만남은 이후 작품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폭력의 참상을 경험한 뒤 남부를 떠나 뉴욕으로 향했다.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전경. (C)MoMA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전경. (C)MoMA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전경. (C)MoMA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전경. (C)MoMA
뉴욕 쿠퍼 유니언에서 공부하며 추상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윌렘 드 쿠닝과 노 루이스 등 선배 화가들과 친분을 쌓았다. 자신처럼 노골적으로 논쟁적이지 않으면서 문화적, 정치적으로 ‘흑인의 정체성’을 가진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젊은 추상 미술가들과 교류했다.

휘튼이 가장 먼저 그 해법을 찾은 건 재즈였다. 한때 음악가를 꿈꾸던 휘튼은 아트 블레이키, 마일스 데이비스, 셀로니어스 몽크 등 재즈 뮤지션이 주로 연주하던 뉴욕 다운타운 클럽을 자주 찾았다. 존 콜트레인이 색소폰으로 ‘소리의 시트’를 만드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물감으로 ‘빛의 시트 1’(1964)과 같은 연작도 만들어냈다. 전시장엔 곳곳엔 그에게 영감을 준 음악들이 흘러 나온다.


추상인줄 알았는데 수천 개의 모자이크!

그의 예술은 부지런한 실험의 연속이었다. 실험의 주제는 때론 재료이기도, 때론 메시지이기도 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처음 마주하는 작품 <메신저:아트 블레이키를 위해-The Messenger:For Art Blakey, 1990)>가 그렇다. 멀리서 보면 별빛으로 가득한 밤하늘이나 은하계처럼 보이는데, 멀리서 보면 추상 표현주의에 가깝다. 자세히 보면 수천 개의 픽셀처럼 생긴 물감 큐브 조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1950년대 뛰어난 흑인 재즈 드러머 아트 블레이키에게 바치는 그의 헌사인데, 드럼 소리가 폭발하는 소리가 마치 우주의 빅뱅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Jack-Whitten-The-Messenger 입구에 걸린 '아트 블레이키를 위하여' 디테일. (C)Bora Kim
Jack-Whitten-The-Messenger 입구에 걸린 '아트 블레이키를 위하여' 디테일. (C)Bora Kim
사회의 문제를 예민하게 바라봤던 예술가로서의 휘튼의 면모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뉴욕 전쟁터(NY Battle Ground, 1967)>는 뉴욕의 시민권 운동과 반전 시위를 소재로 한다. 이미 <버밍엄 1964(Birmingham 1964)>에서 알루미늄 호일, 늘어진 스타킹과 찢어진 신문지로 당시 네 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가 사망한 교회 폭탄 테러 사건을 추모한 그는 점차 고전적 기법으로 폭발적인 회화를 만드는 고유의 방식을 터득한다.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전경. 디벨로퍼로 작업한 대형 추상 작품들이 걸려있다. (C)Bora Kim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 전경. 디벨로퍼로 작업한 대형 추상 작품들이 걸려있다. (C)Bora Kim
전통적인 회화 스타일도 거부했다. 그의 작품 중엔 거대한 페인팅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너비 약 3.6m의 갈퀴 모양 대형 밀대를 발명해 넓은 층의 물감을 칠했다. 1974년부터 이 ‘디벨로퍼’라고 부르는 갈퀴로 ‘슬랩’ 시리즈를 만들었다. 여러 겹의 물감층은 각 겹마다 건조 시간이 달라 마치 사진 필름이 빛에 노출된 것처럼 오묘하고 장대한 시각적 환희를 불러낸다. 디벨로퍼는 전시장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에서 9/11 테러의 잔해들로 작업한 <9.11.01>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C)Bora Kim
Jack-Whitten-The-Messenger 전시에서 9/11 테러의 잔해들로 작업한 <9.11.01>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C)Bora Kim
9/11 테러의 잔해로 만든 대작

1980년 그의 트라이베카 스튜디오에 불이 난 사건은 작품의 큰 전환점이 됐다. 보수 작업으로 3년간 작품 활동을 멈췄던 그는 이후 MoMA팀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형태와 유형의 전시를 선보인다. 아크릴 물감을 조형 재료로 변형했는데, 뉴욕 거리에서 발견한 병 뚜껑과 타이어 조각, 맨홀 뚜껑 등의 물체를 조립해 캔버스나 나무 패널에 붙였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자 휘튼의 이러한 방식이 접목된 작품은 <9.11.01>이다. 2006년 완성한 가로 6m의 거대한 작품은 검은색 삼각형이 흰 바탕에서 솟아나 양쪽으로 연기 기둥을 내뿜는 가운데 회색 탑 두 개가 희미하게 보인다. 9.11 테러 당시 현장의 파편과 재와 흙을 섞어 피라미드 형태로 만든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반짝이고 눈부시지만, 가까이서 보면 참사의 흔적들로 가득하다. 작업실에서 현장을 목격했던 그는 “스튜디오 밖에 유리 샹들리에가 쏟아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관람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제목이나 해설을 보지 않고 감상하면, 모든 장면이 눈부시게 빛난다. 반짝이는 짜릿함에 홀려 그 의미를 찾아보면 그 안에 역사적 비극과 재즈의 리듬과 전인류적 참사가 숨어있다. 뉴욕=김보라 기자
Jack-Whitten-The-Messenger에 걸린 콜라쥬 작품 '아토폴리스'. (C)MoMA
Jack-Whitten-The-Messenger에 걸린 콜라쥬 작품 '아토폴리스'. (C)MoMA


짙은 회색빛 피부지독하게 평범한 초상화

에이미 셰럴드: 미국의 숭고함 <Amy Sherald: American Sublime>
2025년 4월 9일~ 8월 10일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에 걸린 미셸 오바마의 초상화. (C)Whitney Museum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에 걸린 미셸 오바마의 초상화. (C)Whitney Museum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 (C)Whitney Museum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 (C)Whitney Museum
파우더 블루의 배경 앞에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기댄 한 여인이 정면을 응시한다. 다소 공허한 눈빛에 표정은 그저 무심하다. 기하학적 패턴을 지닌 드레스의 주름이 물결치는 사이로 피부색이 눈을 사로 잡는다. 턱을 괸 오른손과 얼굴,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팔의 피부 모두 매끈한 짙은 회색이다. 이 여인, 누굴까. 누가 그렸을까.

이 그림은 미국 제 44대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초상이다. 국립초상화미술관 의뢰로 2018년 제작됐다. 붉은 커튼 앞에 당당하게, 혹은 온화한 웃음을 짓고 있는 전통적이고 학술적인 초상화의 관습을 철저히 무시한다. 에너지와 환한 웃음을 띤 미셸 오바마는 없고, 그저 ‘평범한 시민’이 있을 뿐이다.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의 Saint_Woman(2015). (C)Whitney Museum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의 Saint_Woman(2015). (C)Whitney Museum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의 Rabbit in the Hat (2009) (C)Whitney Museum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의 Rabbit in the Hat (2009) (C)Whitney Museum
미셸 오바마의 초상,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

이 단 한 점의 그림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화가의 이름은 에이미 셰럴드(52)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미셸 오바마의 초상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셰럴드는 유명 인사의 얼굴을 기록하는 작가가 아니다. 미국 사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간결하고 단순화된 평면 위에 그려온 화가다. 그런 그의 회화 42점이 휘트니 미술관 <에이미 셰럴드: 미국의 숭고함> 전시회에 걸렸다.

전시의 제목은 제법 심오하다. '숭고함'이라는 건, 장대한 광경이나 아름다움을 넘어 공포에 가까운 예술 앞에 느껴지는 초자연적인 격렬한 감정이 아니던가. 이름 모를 사람들의 매끈하고 화사한, 그러면서 심드렁한 표정을 한 초상들을 따라가며 전시의 제목을 자꾸 되뇌게 된다. ‘숭고함이란 무엇인가.’
All Things Bright and Beautiful (2016).  (C)Whitney Museum
All Things Bright and Beautiful (2016). (C)Whitney Museum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의 For Love and for Country(2022). (C)Whitney Museum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의 For Love and for Country(2022). (C)Whitney Museum
천국의 패션, 그리고 회색 피부의 무표정한 얼굴들

전시는 미술관 5층에서 시작한다. 다섯 점의 실물 크기 초상화가 곡선형 벽을 따라 먼저 펼쳐진다. 서로 다른 강렬한 색상으로 칠해져 있는 데다 모델의 체형, 헤어 스타일, 의상과 포즈까지 섬세하게 그려져 마치 어린 시절 종이 인형에 옷을 갈아입히던 놀이가 떠오른다. 복고풍 원단에 꽃무늬와 줄무늬, 물방울과 과일이 새겨진 의상들이 희미한 추억을 환기한다. 모든 모델의 공통점이 있다면, 흑인이라는 것뿐이다.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 (C)Whitney Museum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 (C)Whitney Museum
미셸 오바마의 피부톤을 표현한 것과 같은 색, 마치 흑백의 중간쯤에 있는 회색은 셰럴드의 시그니처다. 그의 그림은 말끔하다. 어쩌면 지나치게 깔끔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붓으로 그렸다고는 결코 믿기지 않는 기법을 두고 그는 “나의 세계는 보통 여름이고, 낮엔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그림자 하나 없는 세상이다”고 했다.
American Grit (2024). (C)Whitney Museum
American Grit (2024). (C)Whitney Museum
셰럴드는 스스로를 ‘현실 도피주의자’이자 ‘미국 사실주의자’라고 말한다. 이중적인 표현을 쓴 이유가 있다. 실제 사진으로 촬영한 모델들을 회화로 옮겨와 극도로 사실적이지만, 얼굴과 옷차림만 봐서는 인물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어 ‘현실 도피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웅일 수도, 친절할 수도, 난폭할 수도, 잔인할 수도, 똑똑할 수도 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린 아이든 노인이든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무표정한 모습은 내면의 이야기를 철저히 숨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과장된 컬러의 톡톡 튀는 의상과 소품들을 보다 보면, 점차 이들의 인종이 흑인이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현대 회화 중에 이처럼 산뜻한 색감의 패션으로 초상을 그린 작가는 알렉스 카츠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Listen you a wonder, You a city of a woman, You got a geography of your own(2016). (C)Whitney Museum
Listen you a wonder, You a city of a woman, You got a geography of your own(2016). (C)Whitney Museum
Miss Everything Unsuppressed Deliverance (2014).  (C)Whitney Museum
Miss Everything Unsuppressed Deliverance (2014). (C)Whitney Museum
셰럴드의 캔버스에선 모두가 같다

셰를드는 회화를 관통하고 있는 유일한 공통점인 ‘인종’을 망각하게 함으로써, 점차 그들과 동질화되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된다.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든 셰럴드의 캔버스 안에서 모두 비슷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인류애가 떠오른다. 이것이 그가 말하려는 숭고함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겠다.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 (C)Whitney Museum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Amy Sherald : American Sublime 전시회. (C)Whitney Museum
거의 모두 동일한 크기(43인치x54인치)로 그려진 세로 초상화는 2008년에 주로 그려졌다. 반복적으로 이어지지만 회화적 카리스마는 살아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최근 작업한 대작들이 펼쳐진다. 50세를 넘기면서 셰럴드는 적극적으로 배경을 도입한다. 잔디밭, 흰 말뚝의 울타리, 미국적 풍요로움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들(노란색 목조 주택, 분홍색 바비 티셔츠와 하이힐 등)이 캔버스 위의 또다른 주인공이 됐다.
As American as Apple Pie(2020). (C)Whitney Museum
As American as Apple Pie(2020). (C)Whitney Museum
A God Blessed Land Empire of Dirt(2022). (C)Whitney Museum
A God Blessed Land Empire of Dirt(2022). (C)Whitney Museum
너비 3m의 벽화 크기 그림인 <신이 축복한 땅(흙의 제국)>(2022)은 녹색 트랙터 위에 남자가 앉아있는데, 흙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옷차림에 마치 농기계 ‘존 디어 820’ 광고 사진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 역시 물질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진정한 초상이자, 대량생산 시대가 만든 현대의 정물화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이 전시는 휘트니미술관을 거쳐 9월 19일부터 워싱턴DC의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개막한다. 이 미술관은 연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스미소니언 협회의 일부여서 DEI를 내건 이 전시가 트럼프 정부의 행정 명령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뉴욕=김보라 기자